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시간은 유수와도 같다는 말처럼 경자년은 유독 빠르게 흘러간 듯하다. 엊그제 새해가 밝은 것 같은데 어느덧 우리는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비록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연말은 금세 우리에게 설렘과 희망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연말이 다가올수록 소년소녀가장을 비롯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마음에는 허전함과 쓸쓸함만이 가득하다.
이러한 이야기가 있다. 오래전 메가케로스라는 화려한 뿔을 지닌 사슴이 있었는데, 그 어떤 짐승의 뿔보다도 크고 아름다웠다고 한다. 나날이 커지고 아름다워지는 메가케로스의 뿔은 모든 동물의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하였던가. 화려했던 뿔의 무게가 점차 무거워져 메가케로스는 결국에 몸을 지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오늘날 메가케로스의 뿔은 지나친 자기과시와 독선의 상징으로서 자본주의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끝을 모르는 허영심과 물욕은 메가케로스의 뿔처럼 헛되고 베풂 없는 삶은 공허감만 가득할 뿐이다. 우리가 진정 지향해야 하는 바는 쌓는 것이 아닌, 나누는 것이고 과시가 아닌 배려이다.
물질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는 배금주의가 만연한 요즈음, 이웃과 상생하며 참된 삶의 행복을 실천하고자 하는 지역이 있다. 바로 우리 고장 전주다. 이제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얼굴 없는 천사와 결식아동을 위한 엄마의 밥상 사업 후원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수많은 시민들, 그리고 불우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만든 희망 1004 캠페인 참여 인원의 급격한 증가세 등 지역 곳곳에서 어려운 이의 손을 잡아주고자 하는 온정의 손길이 줄을 잇고 있다.
채근담(菜根譚)에서 이르기를 ‘아무리 큰돈이라도 사람에게 일시의 기쁨조차 주지 못할 때가 있고, 단 한 공기의 식사이지만 평생의 은혜로서 사람을 감동케 할 때가 있다’고 했다. 나눔은 그 자체로 주고받는 이 모두에게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기쁨과 희망을 준다. 그렇기에 크기나 정도를 떠나 기꺼이 내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이 되는 따뜻한 세상을 위해 우리가 먼저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다만, 이따금 불거지는 몇몇 시민단체의 탈선으로 자칫 기부의 본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다소 염려가 되기도 한다. 기부 포비아로 도움의 손길이 줄어든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외계층에게 전가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수의 일탈로 전체를 호도하거나 의심하는 것은 사회의 불신과 갈등을 증대시킬 뿐이다. 나눔 자체를 외면하기보다 올바른 나눔 문화 정착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만이 행복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실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은 여러 차례 있었다.
공자(孔子)의 대동 사회가 대표적인 예다. 대동 사회에서는 가난한 자나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다. 재화가 고르게 배분되며 경쟁을 강요받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동사회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유토피아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주변의 안타까운 이웃을 위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이상향임에는 분명하다. 나눔은 그 시작이다. 코로나 19로 지역경제가 어렵지만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다는 말처럼 소외계층에게 많은 이들의 따스한 손길이 미치길 기대해본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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