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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배우 윤여정이 세계에 보여준 희망의 힘”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저를 일하게 해준 두 아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수상소감이다. 그녀는 항상 입버릇처럼“살기 위해 연기했다”고 말했다. 국내외 언론은 이 수상을 그녀의 생애와 연결하여 그야말로 인간승리로, 심지어‘생존자’라 칭하며 찬사를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천재 배우로 조명받으며 각종 여우주연상을 휩쓸던 여배우가 은퇴했다가, 이혼 후 복귀하여 40여년에 걸쳐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서기까지는 그야말로 생계가 아니었다면 포기할 만큼 어려운 길이었다. 까랑까랑한 목소리, 거친 피부, 할 말 다 하는 드센 여자 캐릭터. 배우 윤여정이 브라운관에 다시 나타났을 때, 시청자들은 그녀의 모습을 불편하게 여겼다. 심지어 배우 교체를 요구하는 전화까지 빗발쳤다고 하니, 마음에 큰 상처가 됐을 것이다.

그래도 견뎠다. 그녀의 수상소감처럼, 두 아들을 위해서다. “내 새끼 둘을 먹여 살려야 했다”는 담담한 회고가 슬프게 들리지 않는 것은, 그 맹목적인 목표가 그녀를 강인하게 했기 때문이다. 보통의 여배우라면 꺼려했을 술집 작부, 바람난 엄마, 매 맞는 아내 역할도 걱실걱실 해냈고, 까다로운 며느리, 딴지 거는 친구, 돈만 좇는 부호, 매춘여성 등에도 과감히 도전하더니, 끝내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독립영화 <미나리> 로 전세계에서 총 42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대본을 성경처럼 여겼던 정성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기적 같은 성과에 우리 사회가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결과에 대한 찬사가 아니다. 윤여정이라는 한 인간이 자신의 생애에 닥쳐온 고난과 상처에도 굴하지 않고,‘그럼에도 불구하고’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실업난, 부동산 블루 등 사회적 우울감이 깊어지는 시대에, 그녀가 걸어 나간 길은 우리의 깊숙한 바람과 희망을 정곡으로 찌른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절망이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꿈꾼다. 그것이 절실할수록 어쩌면 짐짓 포기하는 것처럼 구는 것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를 넘어 이제는 인간관계와 주택구입까지 포기한 오포세대라는 말이, 그래서 더 아프다.

많은 것들이 더욱더 혼란하고 복잡해지는 다양성의 시대다. 경제적 빈곤은 더이상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며, 사회적 이념이나 사상 또한 어제와 오늘의 반향이 전혀 다르다. 작은 뉴스 하나가 SNS를 통해 확대되기도 하고 코로나19처럼 뜻밖의 사회재난이 세계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무언가를 확실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희망도 좌절도 쉽게 말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 윤여정의 유명한 어록이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도 67살이 처음이야.”

누구나 자기의 생 앞에서 처음이며, 두려운 것도 당연하다. 상처도 실패도 생의 일부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이 암울한 시대도 결국 지나간다. 처음이니까 힘든 것이 당연하겠지만, 배우 윤여정 식으로 ‘생존하겠다’는 단순한 명제로 놓고 보면 우리는 결국 희망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 오늘 하루의 최선이 찬란한 미래를 앞당길 것을 믿으며, 봄빛 같은 희망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오월이 되기를 소망한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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