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 전북서부좋은이웃그룹홈 시설장
 
   즉각분리제도로 원가정에서 분리되는 학대피해아동은 어디로 가는가? 그곳은 내가 15년째 몸담고 있는 학대피해아동쉼터다. 끔찍한 아동학대가 국민의 공분을 살 때마다 정부는 재발 방지와 아동보호의 여러 방안을 내놓았다. 이번에도 정부는 발 빠르게 ‘즉각분리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에 맞는 준비가 되었는가? 즉각분리제도가 실효성 있는 제도로 지속성을 갖추려면 다음과 같은 개선이 요구된다.
첫째, 무분별한 입소가 아닌 아동 특성에 맞는 보호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즉각분리제도에 따른 일시보호시설은 학대피해아동쉼터, 가정위탁, 보육시설이지만, 아동 분리시 1순위는 학대피해아동쉼터다. 하지만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청소년 비행문제, 장애아동, 영유아가 한데 섞여 있는 쉼터 안의 상황은 사면초가다. 아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분리보호는 아동에게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단계적으로라도 아동의 특성에 맞는 학대피해아동쉼터가 설치돼야 한다.
둘째, 학대피해아동쉼터의 주거지 안정화다.
2021년 3월 기준 전국의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총 76개소다. 이중 83%인 54개소는 안정적인 주거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17%인 12개소는 전·월세를 전전하며 보호아동과 이사를 다니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2005~2006년 아무도 학대피해아동보호에 나서지 않을 때 앞장서 아동을 보호했고 현재까지 묵묵히 그 일을 감당하고 있는 곳이다. 종사자들이 아동을 보호할 공간 마련에 고군분투한다는 건 말하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지금이 정부가 앞장서 불안정한 주거공간에 대한 마침표를 찍을 때다.
셋째, 학대피해아동쉼터 종사자의 처우개선이다.
2016년 관련 법령 개정 전까지 쉼터는 2명의 생활지도원이 2교대로 근무했다. 지금은 3명의 생활지도원이 아동을 집중 관리하며, 2021년 7월에 1명의 생활지도원을 추가해 4명의 생활지도원이 근무할 예정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인력이 많은 듯 보이지만 대부분의 쉼터는 저녁 6시부터 1명의 생활지도원이 아동 돌봄과 모든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야간에 발생하는 응급입소, 아동간의 몸싸움, 갑작스런 위험상황이 발생하면 혼자 일을 해결하거나 퇴근한 다른 직원 도움을 청해야 한다. 쉼터 야간 근무자는 필수로 2인이어야 하며, 쉼터 종사자에 대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정부는 현재 학대피해아동쉼터 78개소에서 29개소를 추가 설치하기 위해 해당 시·도에 예산 및 공간 확보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의 추가 방침을 환영하며, 학대피해아동이 심리·정서적 안정을 위한 보호를 받도록 언급한 세 가지 상황에 대한 신속한 조치가 더불어 이뤄지길 강력히 희망한다. /한송이 전북서부좋은이웃그룹홈 시설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