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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니 청춘이어라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옛날엔 그 시대마다 냄새가 있었다.”

유명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에서 한 캐릭터가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읊조리는 대사다. 어린 나이에 들었을 때는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말이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 그룹 ‘MSG워너비’가 연일 화제다. 이는 과거 200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제작된 그룹인데, 이들의 제작 과정을 담은 ‘놀면 뭐하니?’가 토요일 전체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달성하고 데뷔곡이 발매함과 동시에 국내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그 파급력이 실로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토토가, Jtbc 예능 프로그램 ‘슈가맨’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대중들을 과거의 향수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흐름. 우리나라에 이러한 복고 열풍이 한철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본격적으로 주류 문화 현상이 된 것은 필자를 포함한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 핵심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무렵부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밀레니얼 세대는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 사이의 과도기를 겪은 세대다. 지금이야 상대방이 어디에 있든 SNS를 통해 손쉽게 소통할 수 있지만, 시공간적 제약이 있었던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다들 그런 경험 있지 않은가. 친구들과 놀기 위해 놀이터로 몇 시까지 모이자는 약속을 하거나,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편지에 자신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거나 하는, 흑백 필터를 낀 듯 왠지 모르게 아련한 그 시절 그 기억들 말이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우리의 몸집이 커진 만큼 많은 것들이 변했고, 이제는 같은 자리에 있어도 눈을 보고 대화하는 것이 아닌 스마트폰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이게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므로 그 시절이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과거를 그리워하고 과거에서 위안을 얻는 복고 열풍이 특히나 밀레니얼 세대에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14년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복고 트렌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명 중 1명이(49.3%) 현실이 힘들수록 복고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응답했다. 1997년 IMF 외환 위기를 겪기도 하고 현재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몸소 체감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N포세대라 불릴 만큼 녹록지 않은 현실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다.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내 집 마련의 꿈과 인간관계를 포기할 정도로 가혹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우리에게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콘텐츠들이 그 어떤 것보다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가혹한 현실을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는 비상구이기 때문이 아닐까.

옛날엔 그 시대마다 냄새가 있었다. 사람 냄새 풀풀 풍기던 아날로그 시대를 추억하는 우리가 지금의 디지털 시대를 어떤 냄새로 기억할지 궁금하다. 어쩌면 무색무취의 시대라 회상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므로, 현재의 우리가 남긴 발자취 속에서 먼 훗날의 우리는 새로운 냄새를 찾게 될 것이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 그때 참 힘들었지. 그래도 지나고 보니 추억이고, 지나고 나니 청춘이더라.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김정환 학생은 원광대학교 학보사 ‘원대신문’ 57기 정기자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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