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새 아침을 여는 시] 실직失職

이내빈

남루하게 구겨진 비닐봉투가

검은 창자를 드러낸 채

 

나뭇가지에 갇혀

왕바람에 울고 있다

 

버려져

환지통에 신음하는

비닐봉투

 

등을 돌린 주인들의 누린내 나는 배려로

세상 변두리 어딘가에서

 

고향이 없으므로 타향도 없는

밥을 위해 방황하는 울음이 있다

 

----------------------------------

 

분명, 생각만 하여도 온몸이 떨리는 ‘실직’이란 단어. 험난한 바위에 올라 시퍼런 파도가 고함을 지르는 공포의 유혹. 그래서 시인은 팔다리를 절단한 환자가 이미 없는 수족에 아픔을 느끼는 현상을 떠올렸다. “나뭇가지에 갇혀/왕바람에 울고” 있는 실직자의 통곡이 귀에 쟁쟁하다. 그래, “고향이 없으므로 타향도 없는” 게지. 실직자의 처참한 모습이 온종일 날 우울하게 만든다. 시가 가슴 한쪽을 찌른다.‘실직’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구겨진 비닐봉투‘로 환유되었을까. /이소애 시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외교 ‘강행군’ 여파 속 일정 불참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전주시 6시간 28분 49초로 종합우승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통산 3번째 종합우승 전주시…“내년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종합우승 전주시와 준우승 군산시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김미숙, “팀워크의 힘으로 일군 2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