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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空港)

양현호 군산대 기획처장

양현호 군산대 기획처장
양현호 군산대 기획처장

뉴욕의 JFK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국적이 없어져버린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 빅터 나보스키의 고국 ‘크라코지아’는 유럽에 있는 작은 나라로 빅터가 출국하여 뉴욕으로 오는 도중에 쿠데타가 일어나 내전에 휩싸이게 된다. 이에 따라 모든 국민들의 여권이 정지되고, 무국적자가 된 빅터는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여 뉴욕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전쟁으로 비행기 운항이 중단된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서 9개월을 공항에서 살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2004년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The Terminal)의 큰 줄거리이다. 국내에도 개봉되었으나 큰 흥행을 이루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톰 행크스의 어눌한 듯 찰진 연기와 공항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간미 넘치는 일화들이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그래서 그런지 공항에 갈 때면 항상 이 영화가 떠오른다.  

공항의 역사는 라이트형제가 세계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이후 시작되었다. 1909년 미국 메릴랜드 주의 컬리지파크에 라이트형제의 비행 실험 지원과 군 조종사 양성을 위해 비행장이 건설 되었고, 현재까지 운영되는 가장 오래된 공항이 되었다. 지난 100여 년간 전 세계에는 3만5000개 이상의 각종 비행장이 생겨났으며, IATA 공항 부호를 부여받은 공항만 해도 대략 7천개가 넘는다. 이제 공항은 국제 운송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핵심 시설이 되었고, 영화에서 보여주듯이 단순히 많은 사람과 물자의 이동 경로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들에게는 생활의 터전이 되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는 8개의 국제공항과 7개의 국내공항이 있고, 이 중 8개는 군용 공항이다. 전라북도에는 과거 전주, 군산의 2개 공항에서 김포, 제주 노선이 운항되었으나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건설에 따른 항공수요 급감에 따라 지금은 군산공항에서 제주행 노선만 운항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새만금 개발과 함께 지역의 새로운 항공수요를 담당하기 위한 신공항 건설 논의가 일찍부터 진행되어 왔다. 현재는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결정에 따라 새만금 신공항건설이 추진 중이지만, 지역 내에서는 신공항 건설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의 대립이 격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는 군용 공항인 군산공항을 대체하는 순수 민간 국제공항으로서 인접 국가를 취항하는 노선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여 국제 항공 소외지역인 전북지역에 항공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고, 지역경제 특히 침체된 군산 경제에 활력을 갖게 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점이다. 이에 반해 비관적인 견해는 수익성이 기대치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육상교통 대비 우월한 점이 없다는 점, 이에 더하여 최근에는 건설 부지인 수라갯벌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동물보호 등 환경 보존에 역행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느 쪽의 얘기나 다 나름대로 논리적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수없이 반복되는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승자 없는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이 앞선다.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로 일컬어지는 새만금 개발은 많은 이슈를 만들어 왔다. 그렇지만 그 때마다 지혜를 모아 대안을 찾아가며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멈추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인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문제 또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빠른 시일 내에 모두가 승자가 되는 현명한 대안을 찾게 되기를 기대한다.

△양현호 처장은 군산대 대외협력본부장과 군산의료원 감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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