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진 전 김제 진봉농협 조합장
 
   내 고향 망해사가 2020년 가을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되었다. 망해사는 642년(백제 의자왕 21년) 부문거사가 금산사의 말사로 창건했으나, 그 절은 땅이 무너져 바다에 잠기고 지금의 절은 만경출신의 신출귀몰(神出鬼沒) 했다는 진묵대사(震默大師)가 세우고 1933년 본전개 보수시 보광명전과 칠성각을 신축했다고 한다.
망해사는 유명한 사찰이나 관광명소는 아니지만 때묻지도 않은, 화려하지도 않은 한적하고 고요한 암자(庵子)같은 절이 서해바다에서 유일하게 바다절벽에 붙어있어 새만금 사업으로 망망대해(茫茫大海)는 사라졌지만 끝없이 뻗어있는 갯벌은 가슴까지 시원하게 하며, 오랜만에 마스크를 활짝 벋어던지고 서해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천년동안 바다를 향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상처입은 중생들을 감싸주어 번나와 망상을 잊고 참된 나를 찾을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 망해사이다.
앞 절벽위에 장승처럼 버티고 있는 낙서전(樂西殿)은 전북 문화재 제128호로 규모는 작으나 조선 선조 22년에 진묵대사가 처음 지었다.
외형은 팔각지붕의 ㄱ자형으로 앞으로 나온 부분은 마루가 놓여있고 방과 부엌이 딸려 있어 건물이 법당과 스님들의 거처로 사용하였음을 알수 있고 모양이 불규칙한 나무기둥을 세워 소박하고 자연미를 도승들이 기거하면서 수행했던 모습이 부도에 남아 있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한다.
낙서전 뜨락에 뿌리내린 팽나무(전북기념물 114호) 두그루는 모두 키와 가지 길이가 22m에 달하는 거목(巨木)으로 420년 전인 조선 선조 22년(1589)에 망해사를 중창한 진묵대사가 낙서전을 새로 지으면서 팽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고 전해지며 두 거목은 여름에는 초록의 가지마다 우지지는 풀벌레 소리, 가을에는 노란빛의 단풍, 겨울에는 거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햇살을 받아 고즈넉한 산사의 적막감을 달래주며 긴 세월 망해사를 지켜보고 있다.
백미(白眉)는 진봉산 망해대(望海臺)에 올라서면 징게 맹갱외얏밑(김제 만경 너른들)은 가이없이 전개되는 망망한 평야의 누렇게 물든 벼이삭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지며 전국에서 유일무이하게 땅과 하늘이 일직선으로 맞닿은 지평선이 눈앞에 펼쳐진다.
북쪽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새만금사업으로 망망대해는 사라지고 갯벌과 담수호가 돼 있지만 석양에 검붉은 태양이 고군산 군도의 바다 깊은 곳으로 내려 앉을 때 저 자연의 장중한 침묵을 숙연이 바라보며 지난달은 반추(反芻)하고 참된 나를 되돌아 볼수 있는 공간이 될것이며 이 여운을 오랫동안 잊지못하여 다시 찾게 될 것이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인적이 드물어 모처럼 마스크를 벗고 서늘한 가을 해풍을 마음껏 마실수 있는 오직 한곳, 망해사를 힐링 장소로 강력히 추천한다. /강석진 전 김제 진봉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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