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쪽마루에 앉아
맨밥에 고추장 넣고 버무린 비빔밥은
마냥 군침이 돌았다
사기그릇에 맹물 한 대접도
저절로 따라 온다
예로부터 전주비빔밥은
오직 젓가락으로 비비라 전해져 왔다
나락 냄새와 오방색을 살살 받들면
서로서로 윤기가 난다
왼손과 오른손
동서남북 기운이 하나로 어우러져
온전한 비빔밥이 된다
잘 섞는다는 것은
내 빛깔을 걸러서
상대가 피어나도록 곁을 내어주는 것
서로 부대끼는 동안 두루두루
매끄러운 참기름을 둘러주는 것이다
내 것도 한술 떠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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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을 다시며 맛있게 읽히는 시다. “내 빛깔을 걸러서/ 상대가 피어나도록 곁을 내어주는” 전주비빔밥의 깊은 맛은 음미해 본 사람만이 안다. 그냥 참기름을 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부대낌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라니 시가 놀랍다. 전주비빔밥을 먹었을 나에게 화자는 “내 것도 한술 떠보시게” 숟가락을 내민다. 서로 부대꼈던 코로나의 아픔도 어우러지면 치유가 될 것 같아 시가 맛있다. 비빔밥의 어울림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오방색을 받든다니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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