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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분권의 원칙과 방향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정부는 국정과제 중 자치분권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였다. 자치분권은 국가체제의 운영에 있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과 책임, 역할을 일정한 원칙과 체계에 따라 분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치분권의 핵심 과제는 재정분권이라 할 수 있는데, 재정을 동반하지 않은 분권은 하나마나 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재정분권의 기능조정에서 핵심은 복지사무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어렵게 하는 것은 복지보조사업의 의무적 지방비 분담(매칭비)이기 때문이다.

2005년에 처음으로 복지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했고 그 결과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지방이양한 사업의 재원 이전을 위해 분권교부세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그 금액을 이양대상사업의 2004년 국고보조금 합계액으로 했다. 하지만 이후 사회복지재정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고 이전 재원이 한정되다 보니 그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이는 고스란히 지방정부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 또 하나는 당시 지방이양한 복지사무 67개가 개별사무의 재정 나누기 방식으로 분담되면서, 지방정부가 지역주민의 욕구에 부응해 자율재량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와 이에 따른 돌봄 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이 사는 곳에서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누리며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추진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사례를 교훈 삼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어떻게 역할과 책임을 나눌 것인지 그 원칙과 방향을 정해야 한다. 복지분권에 대한 논의는 결국 이러한 분권화를 염두에 두고 복지국가의 역할 강화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지체제의 운영과 재정에 있어서 바람직한 역할 분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복지분권이란 ‘국민들이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 기관 간에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지자체에 사회복지 예산을 지원하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북지역과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는 사회복지예산이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기초 자치단체에게 주어진 복지예산과 인력은 지역주민들의 삶과 직접 연결되고, 기초 자치단체가 실행하는 복지정책과 업무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초 자치단체의 권한이 제한되어 있다면 국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은 그 실효성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해마다 사회복지의 지출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제한된 수입규모로 지방 자치단체의 부담만 커진다면 지방자치단체는 커다란 재정적 위험을 떠안아야만 한다. 일정 수준으로의 복지 향상을 위해서는 복지사무와 복지재정에 있어서 최적화된 복지분권이 이루어져야 한다.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과 자치분권이 가야할 길은 같은 길이다. 전 국민이 동일한 복지서비스를 누리고 국민 개개인의 복지와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야만 한다. 코로나19 시대에서 검증되었듯이 사회복지 정책의 방향이 어떻게 시행되는가에 따라 위기에 처한 국민의 생존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제는 국민 개개인이 복지 사각지대에 처하지 않도록, ‘정치-행정-재정의 균형잡힌 분권’을 통해, 중앙정부가 재정을 책임지고 지방정부가 지역 실정에 맞는 자율적이고 주관적인 복지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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