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70∼80년대 최고 인기 스포츠 종목 중 하나는 바로 프로복싱 이었다.
1974년과 76년 해외 원정 적지에서 2체급(WBA밴텀급, 주니어페더급)을 석권하며 세계 타이틀을 쟁취한 4전5기 신화의 주인공 홍수환은 국민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80년대 프로복싱은 최절정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그 중심에는 동시대 챔피언을 지낸 ‘짱구’ 장정구와 ‘작은 들소’ 유명우가 있다. 웬만한 복싱팬이라면 기억할 쌍두마차, 우리 국민들의 진정한 복싱 영웅들이다. 장정구 챔프는 1983년 WBC 라이트 플라이급 벨트를 획득한 후 타이틀을 자진 반납할 때까지 무려 15차 방어에 성공한 최고의 주먹쟁이다. 깔끔한 정통 복싱으로 많은 팬을 확보했던 유명우 챔프는 한술 더 떴다. 1985년 장챔프 경쟁 기구인 WBA 주니어 플라이급 정상에 올라 무려 17차 방어에 성공한 ‘복싱 장인’이다. 그가 기록한 프로 데뷔후 36연승 기록과 17차 세계타이틀 방어 기록은 한국 복싱사 최다 연승과 최다 세계 타이틀 방어 기록이다. 이 스포츠 영웅 두 챔프가 최근 나란히 전북을 찾았다. 평소 친분이 있는 장정구 챔프는 얼마 전 고창 복싱협회의 초청으로 마련된 저녁 자리에서 엄청난 주량을 뽐냈다. 평상시 말수가 없다가도 취기가 돌면 “인생은 아∼알코올이다.”라며 흥겨운 어깨춤과 함께 연신 분위기를 주도하는 애주가다. 취중에 장난기가 발동해 그에게 짓궂게 물었다. 전성기 챔프 시절 유명우 챔프와 통합전을 했다면 누가 이겼을 것이냐는 농 섞인 질문이었다. 장챔프는 “붙어 봐야 알겠지만 (유)명우가 나보다 기술이 좋았다.”라는 말로 후배를 치켜세웠다. 유명우 챔프 역시 얼마전 지인과 함께 전주를 방문했다. 가게 맥주 원조격인 ‘전일 슈퍼’에서 계란말이 안주에 병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역시 동일 질문을 던졌다. “짱구형이 이기죠. 통합전이 성사 안되길 천만다행이에요.” 금란지교다. 복싱 실력도 출중했지만 상대를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는 두 챔프에게 진한 인간미를 느끼게 한 멘트였다. 이들은 사각의 링위에서도 정반대였지만 링밖에서도 라이벌답게 모든게 달랐다. 현역시절 변칙 복싱에 능했던 장챔프와는 다르게 유챔프는 클린치 없는 깨끗한 정통 기교파였다. 당시 최고 인기 있는 프로복싱이었기에 광고 협찬은 이들의 방어전에서는 늘 넘쳐났다. 방송사의 경쟁도 상당했다. 주관 방송사도 KBS와 MBC로 각각 달랐다. 평상시 소주를 즐겨 마시는 장챔프와 맥주파인 유챔프는 이렇듯 전혀 다른 취향의 챔피언들이다. 이렇게 링 안팎의 스타일은 정반대이지만 최고의 경쟁 상대를 치켜세우는 두 챔프의 배려의 멘트에 내심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이와는 상반되게 최근 우리 전라북도 체육계는 없는 사건을 조작하고 음해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경쟁을 의식해 체육 단체 조직의 분열을 꾀하고 상대방을 곤경에 빠트려 본인의 이득을 보려는 세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때 전국을 호령했던 전북 체육의 위상에 전혀 걸맞지 않은 모양새다. 장정구와 유명우 챔프처럼 한때 최고 경쟁 관계임에도 서로를 격려하고 배려하는 세심함을 우리 전북 체육계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장챔프와 동갑 친구인 84년 LA올림픽 복싱 미들급 금메달리스트 출신 전북체육회 신준섭 처장 역시 어려웠던 격동의 시기에 당시 주먹 하나로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선사한 체육인이다. 전북체육 행정을 도맡고 있는 신 처장을 중심으로 전북 체육계가 한뜻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강선 전북도체육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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