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는 지난 2003년 당시 노무현정부가 국가 균형발전 구상을 통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태동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서울과 같은 경쟁력 있는 도시를 전국에 키워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현재 전국 10곳에 혁신도시가 들어섰다. 2008년 착공한 전북혁신도시에는 2017년까지 농촌진흥청과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해 모두 13개 기관이 이전했다.
정부는 혁신도시가 각 지역에 제대로 뿌리 내리도록 하기 위해 특별법까지 제정해 지방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다방면에서 특혜를 줬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에서도 혁신도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혁신도시가 자생력을 갖춘 성장 거점으로 정착하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전북혁신도시의 경우 입주기관 직원들의 가족동반 이주율이 다른 혁신도시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여전히 금요일 오후면 공공기관 인근 도로에 수도권으로 향하는 전세버스 수십대가 줄지어 늘어선다.
직원 뿐 아니라 오래 전에 이전을 마친 공공기관도 ‘서울 바라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14년 신사옥 개청식을 갖고 전북혁신도시 세번째 입주기관이 된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경우 아직도 주요 행사 대부분을 서울에서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국전기안전공사는 ‘2021 대한민국 전기안전대상’행사를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연다. 이밖에도 상당수 이전기관이 수도권에서 열어왔던 행사를 지역으로 옮겨놓지 못하고 있다. 지방에서 큰 행사를 열 경우 파급효과가 적고, 국회와 정부 고위직 등 내빈들의 참석이 쉽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어디서부터인지 한참 잘못됐다.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단순히 건물과 직원만 옮겨놓자는 취지는 분명 아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급기야 지역소멸의 위기까지 닥친 지금,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상징으로 꼽혀온 혁신도시, 그리고 이곳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행보에 다시 눈길이 쏠린다. 그 우여곡절을 겪어놓고도 언제까지 지역에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초처럼 지방 혁신도시에 어설프게 떠 있을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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