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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어머니의 서랍 - 안영

어머니의 서랍에는

오방색 헝겊이 부적처럼 있었다

오빠의 배냇저고리는 물론

언니가 사다 준 꽃무늬 팬티가

오랫동안 새것인 채 서랍 속에 있었다.

어느 날 텅 빈 서랍 속에서

비단 천으로 싸고 또 싼 네모난 상자를 꺼내시던 어머니

둥근 안경을 낀 아버지의 삼십 대가 고스란히 담긴 사진 한 장

새벽 네 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날마다 정리하던 빈 서랍

가끔은 무엇을 찾는지 아침까지 더듬는 날도 있었다

요양병원 가시기 전날까지 무수히 여닫고 뒤지던 서랍

희미한 기억 너머에 숨겨둔

박물관 물품처럼 고이 간직했던 소중한

어머니의 사랑들

/안영

△요양원에 가실 어머니의 창백한 얼굴을 떠올려 본다. 목이메인다. ‘서랍’은 어머니의 기억을 고이 간직하고 있을 터. 어머니의 기억 창고인 서랍. 서랍 속에는 오빠가 있고, 언니의 꽃무늬 팬티가 있었다. 빈 서랍을 가득 채운 아버지의 청춘이 고스란히 있었기에 옛사랑을 꺼내어 보는 슬픔과 그리움이 있는 공간. 오방색이 어머니 생각이다. 서너 뼘 되는 서랍이지만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기억을 담고 있다. 수수만 년을 “비단 천으로 싸고 또 싼” 슬프디슬픈 어머니의 등 굽은 뒷모습이 보인다. 슬프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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