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맞았지만 간호계는 아직도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 간호법이 여전히 국회에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거대 여당과 야당은 서로 앞다퉈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건강과 안전을 위한 간호 업무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지역사회로 확대되고, 다양해지고 전문화된 지 이미 오래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법은 의료기관에만 해당되는 사항을 중점적으로 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해 시대적으로 변화한 통합적이고 전문화된 간호 영역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직마다 개별적인 법률을 인정하는 것은 세계 공통의 보편적 입법 체계이다. OECD 가입국 중 33개국에 간호법이 있고 전 세계 96개국에서 간호법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의료법이 다양하고 전문화된 간호 영역을 담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한 지금,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독립된 간호법 체계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간호법이 제정된다는 것은 정부가 간호 정책을 책임지고 추진해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간호 현실에서는 간호법 제정이 더 늦어 져서는 안된다. 간호사는 24시간 환자 곁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나아가 건강권 확보, 보편적 건강보장 차원에서도 언제나 대상자에게 건강관리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열악한 근무환경 및 처우 등으로 인해 의료현장을 떠나는 일이 빈번하다. 우리나라 임상 활동 간호사 수는 면허간호사 수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신규간호사 절반이 1년 이내에 이직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간호사들은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그럼에도 의사단체와 일부 의료인단체에선 보건의료인력지원법으로 충분히 간호 문제 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은 의사를 비롯한 의료기사, 영양사 등 20개 직종의 수급, 교육, 근무환경 개선 등으로 구성된 기본법이다. 따라서 법 구조상 보건의료인력 전체 직종을 아우르는 성격의 법안이 마련될 수밖에 없고 이는 서비스 요구가 가장 높은 간호 특성에 맞는 법 내용을 구성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국민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에 특화된 간호법이 제정되어야만 국민도 환자도 안심할 수 있다.
의사단체는 또 앞선 억지 주장만으로 부족해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이라는 거짓된 카드뉴스도 퍼뜨리고 있다. 간호법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간호인력의 체계적 양성 및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간호·조산 서비스 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는 법이다. 이제는 제발 간호법과 관련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의도적으로 곡해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사태로 보건의료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제 국회는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민생법인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길 간곡히 호소한다. 간호법 제정으로 국민의 생명과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간호환경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안옥희 전북간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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