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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변호사의 변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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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요셉 전북변호사회 회장

우리나라 헌법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구속된 때,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때, 피고인이 70세 이상인 때, 피고인이 듣거나 말하는 데 모두 장애가 있는 사람인 때, 피고인이 심신장애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때,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 국가에서 필요적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 준다. 

또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이 청구하면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하며, 피고인의 나이·지능 및 교육 정도 등을 참작하여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 누구나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기본권으로서 보장한다. 그 국민이 흉악범으로서 만인의 지탄을 받고 있을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함에 있어 수사기관이 가지는 지위와 대등한 위치를 피의자 등에게 보장함으로써 형사소추를 당한 자에게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으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확장하는 데에 가장 핵심 규정으로서 모든 국민에게 예외 없이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에 해당한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보다 보면 ‘이런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변호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이런 사람을 변호하는 변호사도 문제 아닌가?’라는 댓글들을 심심찮게 보곤 한다.

만일 변호인이 흉악범을 변론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게 된다면, 이는 국가권력에 대하여 헌법상 보장된 피고인의 방어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될 수 있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관습적으로 자리 잡게 되어 자칫 사법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법치주의가 흔들릴 수 있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이라도 법원에서 판결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며, 변호사윤리장전은 변호사가 사건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변호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변호인은 이러한 법의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 단 한 명의 피고인이라도 억울함이 없도록 변론을 해야 한다.

따라서 변호사들이 사회적 시선과 여론의 압박 때문에 의뢰인을 가리게 되면,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받을 권리 등 국민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으며, 이는 ‘당사자 평등의 원칙’과 ‘무기 대등의 원칙’을 보장하는 근대 법치주의 정신과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변호사 제도의 도입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러한 이유로, 변호사가 사회적 지탄받는 강력범죄자를 변호한 활동 자체를 이유로 윤리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폄훼하거나 신상을 유포하고, 인신 공격적 비난을 하는 것은 헌법 정신과 제도적 장치의 취지에 기본적으로 반하는 것으로 지극히 부당하다.

 

흉악범죄자들 또한 헌법으로 보호받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에 헌법상 무죄추정을 받는 피고인을 변호인은 피고인이 사회에서 어떠한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의 요구에 따라 피고인에게 필요한 충분한 조력을 다하여야 한다.

물론 국민의 입장에선 이러한 상황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는 형사소추를 당한 피의자 등이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라 하더라도 피의자 등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변론을 해야 하는 것이 직업적 사명이다.

/홍요셉 전북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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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흉악범죄자 #무죄추정 #형사피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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