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외부기고

다시 돌아보는 일상용어

image
김형중 에세이스트·시조시인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란 구절이 담긴 1863년 11월 펜실베니아주 북군 전사자 국립묘지 봉헌식에서 행한 2분여의 짧은 ‘게티즈버그 연설’은 링컨대통령의 작품이다. 말이나 연설은 시간과 공간적 배경과의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누가 어디에서 누구를 상대로 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즉 말을 한 사람의 ‘힘’과 그 연설을 들은 청중들의 분위기와 수준이 명언 또는 명연설로 판가름이 되기 때문이다.

키보드를 몇 번만 두드리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자막이나 영상으로 볼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다. 그러다보니 독서 인구가 너무 많이 줄어들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지식을 쌓아가고 정보를 얻어가며, 생각하는 훈련과 사유하는 시간에서 더 나은 인간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리라. 그런 일환으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황소, 도루묵, 인절미, 당신, 자기⌟등의 어원을 알아본다. 언어학적 연구나 사실에 기반 하지 않고 어형과 의미의 우연한 유사성에 근거해서 유래를 찾는데 그것을 민간어원이라 한다.

‘황소’는 누런 소가 아니라, 큰 소를 가리키는 말로 15세기의 ‘한쇼’로 한쇼는 ‘크다’를 뜻하는 ‘하’의 관형사형 ‘한’과 ‘소’가 결합된 단어로 ‘한’은 한길, 한밭, 한울님(하느님), 한글의 뜻과 같다. 언제부턴가 ‘한’을 한자 황(黃)을 써서 황우(黃牛)로 해석해서 황소라고 하면 누런 소를 먼저 떠오르게 한다. ‘도루묵’은 여러 설이 있으나, 여기서는 임진왜란 때 선조가 함경도 피난길에 올라 고초를 겪는 상황에서 목(木)이라는 물고기가 수라상에 올라 허기진 배를 채웠다. 고마움에 은어(銀魚)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전쟁이 끝나고 궁으로 돌아온 후, 그 은어가 다시 수라상에 올랐는데, 예전의 맛이 아니어서 은어라는 이름을 삭탈하고 다시 옛 이름 ’목‘이라 부르라고 했다. 이때부터 도로목(도루묵)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기대를 잔뜩 끌어올린 상황이 헛수고가 되었을 때 “말짱 도루묵”이라 한 것과 연결이 된다. 한편 도로묵을 한자어로 쓰면 환목어(還木魚) 다시 목어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인절미’의 유래는 조선 16대 인조반정의 논공행상에서 불만을 품은 이괄이 난을 일으켰는데, 인조가 지금의 공주(公州) 공산성으로 피난을 했을 때, 임씨 성을 가진 백성이 찹쌀로 떡을 만들어 진상을 했다. 맛있게 먹은 왕이 떡 이름을 물었는데 이름이 없다고 하자, 임씨가 만든 매우 맛있는 떡이라 해서 임절미(任+ 絶味)라 했다 한다. 뒷날 음의 변화로 임절미에서 ’인절미‘로 불리고 있다.’당신과 자기‘의 용어다. ‘당신’이 이인칭 대명사로 쓰일 때 잘 못하면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당신’은 부부간에 호칭으로 쓰이거나, 싸울 때 상대를 낮춰 부를 때 ‘당신이 뭔데 나서는 거야?’라고 쓰이면서 상대의 감정을 건드릴 수도 있다. ’어머님 생전에 당신께서‘로 쓰일 때는 삼인칭대명사다. 최근에 자주 쓰이는 ’자기‘라는 단어는 당신, 그대, 자네 등의 이인칭대명사들이 쓰이는 자리에 쓰이고 있다. 그러나 연인들끼리 주로 쓰기에 때와 장소, 분위기를 잘 맞춰 사용해야 오해가 없을 것이다. 

이상에서 살핀 이외에도 많으리라. 요즘은 원칙 없이 줄여 쓰는 말로 인해 세대 간의 대화가 황당하게 불통되는 기류가 이뤄지고 있는 미묘한 사회풍조다.

/김형중 에세이스트·시조시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