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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연못에 수련 키우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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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 ESG연구소장

연못에 수련을 키우고 있다. 그 수련은 하루에 2배씩 면적을 넓혀 나간다. 만약 수련이 자라는 것을 그대로 놔두면 30일 안에 연못을 완전히 뒤덮어 연못 속의 다른 생물은 모두 질식해 사라져 버린다. 29일째에 수련이 연못의 절반을 덮었다. 연못을 모두 덮기까지 며칠이 남았을까? 

 

이 수수께끼의 답은 “단 하루”이다. 로마클럽이 50년 전에 발간한 <성장의 한계>에 나오는 얘기다. 원제는 “성장의 한계, 인류의 위기에 관한 로마 클럽 프로젝트 보고서”이다. 반세기 전에 한 과학적 시뮬레이션은, 50년이 지난 후에 보니 추세가 거의 맞아들어가고 있다. 기후변화 등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이제는 누구나 동의한다.

주요 쟁점은, ‘29일째’라는 게 너무 비관적 진단이 아니냐는 것과 만일 ‘29일째’라면 인류에게 되돌릴 기회가 있느냐는 것으로 좁혀진다. 비관적인 이들은 우리에게 앞으로 10년가량이 남아있을 뿐이라고 경고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의 배경은 지구온난화 대처에 실패해 역으로 얼음나라로 변한 미래의 어느 시점이다. 영화적 설정이긴 하나 그런 디스토피아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반면 에코모더니스트로 불리는 기술낙관론자들은 과학기술로 언제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이 ‘29일째’라 하여도 한나절에 연못의 절반을 덮은 수련을 걷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판이한 사태인식 가운데서 과연 공통의 해법과 행동노선을 찾아낼 수 있을까. 쉽지 않다. 현재의 사회체제와 글로벌 거버넌스를 감안할 때 그것을 찾아내는 시점엔 사태가 돌이킬 수 없게 돼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마냥 넋 놓고 있을 수 없다면, 소극적이지만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만일 요즘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내어놓으면 많이 부족해 보일까. 그렇긴 하다. 작금의 엄중한 상황에 비해 ESG라는 방법론이 너무 유약해 보이고,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데에 동의한다. 다만 더 강력하고 확실한 방법론이 없지는 않겠으나 구호를 외치는 것과 현실을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ESG자본주의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한다는 이런 발상은, 인류가 만들어놓은 지금 체제에서 그나마 수용될 수 있는 생각일 것이기에 해보자고 주장하게 된다.   

비관론과 낙관론 중 누가 맞는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까닭은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인데, 유의할 것은 변수 중엔 의지라는 핵심 변수가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ESG라는 방법론이 더 나은 미래를 열어줄지가 확실하지 않지만, 인류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전세계적으로, 이심전심으로 합의한 게 ESG인 만큼 그 길을 가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어 보인다. ESG가 지금으로선 인류의 의지인 셈이다. 이때 ESG는 할 수 있는 최대가 아니라 최소라는 점이 꼭 기억돼야 한다.

사람의 웃는 얼굴과 비슷해 ‘웃는 돌고래’로 불리는 희귀종 민물 돌고래 이라와디 돌고래가 지난 2월 멸종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몸길이 2.6m에 몸무게 110kg이 나가는 수컷 돌고래는 25살로 생애를 마감했다.

앞으로 더 비극적인 소식을 더 많이 접하게 되겠지만, 수백년 축적된 오류를 1~2년에 바로잡을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각자가 더 나은 사람, 모든 조직이 더 나은 조직이 되어 가는 원론밖에는 다른 해법이 없다. 언행일치하는지 모르겠으나 구글의 모토는 “올바른 일을 하라(Do the right thing)”이다.

/안치용 ESG연구소장

△안치용 ESG연구소장은 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이며, 경향신문 기자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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