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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ulture, 이제는 시조(時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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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재 전주교대 교수

한류 문화 열풍이 뜨겁다. K-drama, K-pop을 위시하여 음식, 옷, 일상 소품까지 우리의 문화 산물이 세계인을 열광시키고 있다. 그야말로 K-culture의 전성시대이다. 작년 이맘때  전 세계인은 <오징어 게임>에 매료되었다. 이 드라마의 제작비는 220억 원이지만, 경제적 가치는 104조원으로 추산한다고 하니, 실로 문화 콘텐츠는 국가적 위상을 결정하는 가늠자가 되기도 한다. 

 K-culture가 세계화의 중심에 있으면서 인류 문화의 대명사로 자리할 때까지 우리에게는 어떠한 전통의 힘이 있었을까. 한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데에는 우리 민족의 예술적 감수성과 공감의 감성적 코드, 창의적 상상력이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문화를 숭상하고 이를 즐기며 세상을 다시 볼 줄 아는 여유와 흥이 있었다. 이제는 한국의 전통 문화가 함유하고 있는 정신과 가치에 더욱 관심을 갖고 이를 현대화하여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우리 민족 고유의 문학양식인 시조도 그중 한 예이다.   

시조는 육당의 선언대로 ‘조선 문학의 정화(精華)이며 조선시가의 본류(本流)’이다. 3장 6구 형식으로 구성된 시조는 고려 말에 발생하여 현대에까지 면면히 이어져 온 세계 유일의 시 형식이다. 시조의 시상 전개는 ‘대상 → 관계 →의미’의 사고과정을 거친다. 즉, ‘문제적 상황 제시’, ‘매개적 연결’, ‘변증적 종합’의 사고의 틀을 거쳐  완결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미학적 특질 때문에 시조의 교육적 가치는 지대하다. 시조의 감상과 창작을 통해 ‘성찰을 통한 인성 함양’, ‘소통과 관계 형성’, ‘경험 공유와 공감’의 교육 효과가 드러난다.  

하지만 우리의 시조 교육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초등학교에서 시조 교육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하고, 중고등학교에서도 고시조 감상에만 매달리고 있다. 시조는 발화의 주체와 그 대상이 명료하여 관계 지향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소통과 공감의 제재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문학의 생활화는 멀리 있지 않다. 어른과 아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공유제로 시조가 활용되길 바란다. 일본에서는 전통 시형식인 ‘하이쿠’를 짓고 즐기는 애호가만 10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왕이 주관하는 신년하례행사 때마다 전국 하이쿠 경연대회를 열어 일본 문학의 세계화에 노력한다고 하니 부럽기도 하다. 

우리 지역은 시조문학의 성소(聖所)이다. 시조의 현대화에 온몸을 바친 가람 선생의 정신이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도 시조부흥을 외친 선각들의 정신을 이어 전북이 시조 교육의 메카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이는 《시조교육관》의 건립으로부터 시작된다. 전국에 작가를 기리는 시조문학관은 많지만 교육관은 한 곳도 없다. 이 기관을 통하여 시조의 세계화 방안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시조를 즐기며 새 세상을 꿈꾸는 이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들은 분명 K-culture를 선도하는 동량(棟梁)으로 성장할 것이다.  

“바람도 서늘도 하여 뜰앞에 나섰더니/ 서산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가람 선생의 시조 「별」을 노래로 불러보다 드는 생각이다. 

/김용재 전주교대 교수

△김용재 전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는 교수협의회장, 학생처장, 산학협력단장, 교육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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