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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ESG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아야 할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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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 ESG연구소장

OO자산운용이 ‘KB 미국 ESG 배당귀족 펀드’를 선보였다. 미국의 대표 배당성장지수인 ‘S&P 미국 ESG 배당귀족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다. ‘미국 ESG 배당귀족 지수’는 S&P1500 지수 중에서 20년 이상 연속으로 배당이 성장한 120여 종목을 우선 선별한다. 그 중 ESG 실적이 부진한 하위 25% 종목(물 과다 사용 기업, 과도한 탄소배출 기업)과 경영철학이 ESG에 완전히 배치되는 석탄ㆍ담배 산업 등을 제외한 약 80종목에 투자한다. 재무성과 비재무성과를 함께 보는 이른바 ‘투 트랙 어프로치(two-track approach)’에 해당한다. 여기서 배재무성과가 ESG이다.

OOOO시스는 ESG 경영 활동과 성과를 담은 ‘2022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며 ‘전사 ESG 경영협의체’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경영진으로 구성된 의사결정 기구로 환경과 사회 책임 활동 전략을 검토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최근 보도된 두 기업의 ESG 사례다. ‘귀족’, ‘협의체’ 등의 단어가 살짝 거슬린다. 특히 경영진으로 구성된 의사결정 기구에 협의체란 단어를 쓰는 게 과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지만 이 정도는 애교다. 어느 신문의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서거 24주기 기사는 낯이 뜨겁다. 기사는 “최 선대회장이 뿌리내린 ESG 경영이 재조명되고 있다”며 “기업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으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조림과 인재양성에 집중하며 ESG 경영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대목은 신문의 본령을 넘어선 글로 읽힌다. 최태원 회장이 ESG경영에 열심인 것은 일단 외양상 사실이지만, 최 회장의 부친까지 ESG로 포장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다.

ESG가 봇물이 터지면서 저런 것도 ESG에 해당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위장환경주의를 뜻하는 ‘그린 워싱’에 빗대 ‘ESG 워싱’이란 말이 우려의 분위기 속에 나돌고 있다. 알 만한 기업은 너나없이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ESG경영을 표방하지만 실제로 달라진 게 무엇이냐는 지적과 함께 나아가 일각에서는 표방과 반대로 기업을 운영한다는, 즉 ‘ESG 워싱’ 혐의를 받는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산업계 전반의 대대적인 설치 움직임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답한다. 거창하게 보도자료를 뿌리며 먼저 ESG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어떤 일을 할지 몰라서 “무엇부터 해야 하냐”고 묻는 기업이 있는 상황인데도 부정적이지 않다고 보아야 할까. 내용과 형식이 부합하면 좋겠으나 때에 따라 어느 한쪽부터 시작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일단 고민을 시작했으니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런 위원회라도 있으면 실천으로 옮기도록 사회적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일단은 하도록, 고백하게 하는 게 좋은 전술이지 싶다. 

개인적으로 그럼에도 ESG위원회를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조직이 있다. 정당이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요즘 대한민국 정당의 모습은 더욱더 가관이다. 권력투쟁 말고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이 오래인데 최근엔 부끄러움마저 잃은 듯하다. 국민의힘이 절정을 치닫는 듯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또한 만만치 않다. 이 정당들은 ESG에 관심이 없을뿐더러 무관하다. 만일 이들이 ESG위원회를 설치한다면 그 자체로 100% ‘ESG 워싱’이다. 만들어 놓고 내용을 채울 것이란 기대조차 품을 수 없다. 딱히 다른 기대도 없긴 하다. 다행히 이들이 ESG위원회 같은 걸 설치한다는 소식은 없다. 

/안치용 ESG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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