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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전북은 이미 사멸(死滅) 중’

56년째 도민 감소…초등생 81.1% 줄어
‘없는 게 없다’는 全州 지명이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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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대 전 채널A앵커

대한민국 인구가 2020년 5183만6239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인구 격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높다. 지난해 총인구는 처음으로 9만1363명이 줄었다. 앞으로는 감소 속도가 빨라져 2041년엔 4000만 명대로, 2066년엔 3000만 명대, 2080년대가 되면 2000만 명대 국가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다. 21세기 말엔 1000만 명대를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총인구 감소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인구 감소가 늦어졌을 뿐 출생아는 1971년 102만4773명을 정점으로 줄곧 하락했다. 1975년 80만 명대로 떨어진 출생아는 2002년 50만 명 아래로 내려오더니 지난해엔 26만562명을 기록했다. 50년 만에 출생아 74.6% 감소는 세계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제 막 시작된 총인구 감소와 달리 전북의 인구는 줄기 시작한 지 반세기가 넘었다. 1966년 252만1207명을 최고점으로 전북 인구는 매년 감소해 올해 7월 말 177만6949명으로 오그라들었다.

농촌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1966년 17만5044명에 달했던 부안군 인구는 올해 7월 말 5만451명으로 56년 만에 71.2% 감소했다. 농사만 짓는 상서면 인구는 1965년 1만2454명에서 현재 2144명으로 82.8% 감소했다. 21세기 말 우리나라 인구가 지금의 5분의 1로 줄 것이라는 예상이 전북의 농촌에서는 이미 현실이다.

인구 감소의 공포는 학교에서 두드러진다. 1972년 49만1141명이었던 전북의 초등학생은 지난해 9만2914명으로 81.1% 줄었다. 250만 전북 인구가 30% 가까이 주는 데 50년 넘게 걸렸지만 앞으로는 더욱 가속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농어촌학교는 대부분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필자가 졸업한 상서초등학교는 1970년대 학생 수가 1000명 안팎이었지만, 올해는 단 14명이다. 그것도 상서면 출신은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1명은 ‘어울림 학교’인 부안읍내 학교에서 꿔온 학생이다.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상서면 출생아는 최근 연간 2, 3명 수준이다. 상서면 내 2개 초등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사들의 인건비를 빼고도 14명의 어린이를 위한 교육 예산이 연간 4억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시골 지역의 인구 감소는 전국적 현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북의 감소세가 가장 심각하다는 데 있다. 출생아 감소는 전국적 현상이지만 도내 인구의 극심한 타 지역 유출은 또 다른 문제다.

전라북도는 인구대책에 매년 1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왔다. 하지만 효과는 없다시피 했다. 신혼부부에게 출산장려금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타 지역에 뒤지지 않는 사회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일자리, 정주 여건 및 교육환경, 지역 소득(GRDP) 등 다방면에서 타 지역에 뒤지지 않아야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다. 고향에서 살아도 내 삶이 뒤처지지 않고 자식들을 경쟁력 갖춘 인재로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도록 해줘야 한다. 전북을 ‘살만한 곳 수준이 아니라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모든 인프라가 전국 꼴찌 수준인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21세기 중엽엔 전북 자체가 사멸할 수도 있다. ‘없는 것이 없는, 모든 물산의 집산지’라는 자랑스러운 뜻을 가진 전주(全州)를 중심도시로 둔 전라북도가 5000년 역사에서 이처럼 ‘거시기’했던 적은 없다.

/하종대 전 채널A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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