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소규모 학교 문제는 우리 사회의 오랜 딜레마다. 학령인구 절벽 시대, 교육부가 찬반 논란 속에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했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민간 차원의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이 힘을 얻었다. 오랫동안 지역공동체의 중심공간 역할을 해 온 학교가 문을 닫으면 지역사회의 몰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부 교육청에서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 살리기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도 작은학교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폐교만 막았을 뿐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교육과정을 특성화해 작은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작은학교의 학생 수 늘리기는 한계가 분명했고, 소규모 학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농어촌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이제는 학령인구 감소를 넘어 지역소멸 위기를 맞았다. 학교 문을 닫으면 지역공동체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학교와 상관없이 저출산·고령화로 지역공동체가 붕괴될 위기다. 지역공동체가 무너지면서 학교도 자연스럽게 없어질 판이다.
이제는 작은학교 문제를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경제 논리를 앞세워 작은학교 통폐합 정책을 일괄적으로 추진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학생 수 20명 미만인 ‘너무 작은 학교’에 대해서는 주민 동의 절차를 거쳐 과감하게 통폐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해서다. 너무 작은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의사소통·공동체역량 등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기를 수 없다.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서는 적정 학생 수가 필요하다. 학생이 너무 적으면 학부모도 불안해진다.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과 부대끼며 사회성과 의사소통·갈등해결 능력을 길러야 하는데 너무 작은 학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내내 전학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학교를 유지한다 해도 지금의 추세라면 몇 년 후에는 입학생이 ‘0명’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폐교의 길을 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교육당국은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해당 학생들의 교육여건, 그리고 폐교 활용방안에도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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