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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유 아 낫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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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률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이태원 참사 후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다. 수은주는 초겨울로 내려갔다. 라디오 방송의 음악은 낮게 가라앉았다. 귀에 익은 마이클 잭슨의 ‘You Are Not Alone’이 흘러나왔다. 쉽사리 가시지 않는 노래의 여운을 느끼려 인터넷을 검색했다. “비록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당신은 항상 제 마음속에 있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랍니다…” 국가 애도 기간에 이태원역 1번 출구에는 국화와 손편지들이 가득 쌓였다. 서울 곳곳에 설치된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는 11만 명이 넘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처럼 시민들은 어여쁜 청춘의 넋들에게 애끊는 마음을 전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라고.  

 

참 많은 국민이 눈물을 흘렸다. 슬픔과 분노와 억울함이 먹먹해진 가슴 속에서 끈적하게 뒤엉켰다.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다. 참사로 희생된 못다 핀 꽃들의 절규와 비명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울다 울다 쓰러지고 지친 유가족들의 아픔을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부상자 치료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충격과 혼돈의 시간이 지나면서 베일에 싸였던 그날의 진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당국의 허술한 대응, 늑장 보고, 컨트롤 타워 부재 등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양상이다.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정직한 자세로 국민 앞에 고개 숙여야 한다. 참사 초기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 언론의 보도 난맥상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 때 국민은 언론에 낙인을 찍었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라는 비아냥이 그것이다. ‘전원 구조’라는 의도치 않은 오보는 맹목적 받아쓰기의 결과물이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며 무책임한 언론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결국 국민은 언론에 대한 믿음을 거둬들였다. “당신들은 언론이 아니다”라고. 급기야 마이클 잭슨의 ‘You Are Not Alone’을 음차(音借)한 “유 아 낫 ‘언론’”까지 등장했다. 언론은 자신을 가리켜 ‘국민의 대변자’라고 강변하지만 정작 국민으로부터 손가락 욕을 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당시에 한국기자협회 대표일꾼으로 활동하면서 「세월호 참사 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후 주요 언론단체들이 합심해 「재난 보도 준칙」을 제정했다. 어설픈 속보 경쟁과 부정확한 보도로 더 이상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자는 부끄러운 반성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참사 보도에서도 언론은 실수와 잘못을 연발했다. 참사 당일 모자이크 처리 없는 현장 사진, 참사 영상의 무분별한 반복과 재생, “마약이 돌았다”는 미확인 추측 보도, “00머리를 찾아라”는 마녀사냥식 보도, 온라인상의 선정적인 기사, 유가족들에 대한 무리한 인터뷰가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당시와 판박이다. 저널리즘은 철두철미하게 공공의 안녕과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에게 충성해야 한다. 독자이면서 시·청취자인 국민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언론의 존립 의미가 사라진다.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고 했다.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정부도 언론도 제대로 설 수 없다는 뜻이다. 언론은 국민이 처한 삶의 현장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과 함께 꿈꾸며, 국민의 불안을 해결하는 ‘공감의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 

 

/박종률 우석대학교 교양대학 교수·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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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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