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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수신료 분리 징수라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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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규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모든 문제에는 맥락이 있다. 작금 대통령실 주도 하에, 그리고 여당과 보수언론들의 거들기로 진행되고 있는 수신료 분리 징수의 문제도 그렇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 9일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TV수신료 징수방식(TV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징수) 개선’에 대한 국민참여 토론을 게시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4월 9일 대다수 국민이 분리 징수에 찬성했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국민제안 홈페이지의 등록 시스템이 동일인의 중복 응답이 가능토록 되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보수여당과 보수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참여 독려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지적되었다. 이에 언론노조는 “공론장을 열고자 함이 아니라 한편의 여론 조작극”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TV수신료는 공영방송의 핵심 재원이다. 외국의 경우 우리보다 5-10배 높은 수준의 수신료를 조세 또는 특별부담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징수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1981년 2,500원으로 수신료가 책정되어 4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고 있다. 또한 1994년부터 효율성을 위해 한국전력에 위탁하여 징수하고 있다. 전기세에 함께 부과되어 청구되고 있는 것이다. 

수신료 징수 및 징수 방식은 해묵은 논쟁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문제제기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로 정리된 바 있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위헌소원 판결에서 수신료는 ‘공영방송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 조달을 충당하기 위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으로 규정하며 수신료 징수의 정당성을 확인했다. 또한 2016년 대법원은 현행 수신료 징수방식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사정이 이러한대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수신료 징수 문제를 또다시 끄집어내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현 통치 권력은 언론을 순치하고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대놓고 실행해 왔다. MBC에 대한 공격,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과 검찰수사, 준공영방송인 YTN의 매각 추진(사영화), TBS(서울시 산하 공영방송) 지원 조례 폐지를 통한 재원 옥죄기 등이 잇달아 이어졌다. 결국 재원 문제를 건드려 공영방송인 KBS를 다스려 보겠다는 꼼수가 수신료 문제에서 엿보인다. 

보수여당과 보수언론은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나 인하가 세계적 추세라며 추임새를 넣고 있다. 그 예로 프랑스의 수신료 폐지, 영국의 2028년 수신료 폐지 추진 계획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 역시 맥락을 간과하는 견강부회(牽强附會)이다. 프랑스는 주민세에 수신료를 통합 징수하다 폐지하는 대신 그에 해당하는 공적재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영국의 2028년 수신료 폐지 언급은 확정된 정책이라기 보다는 보수당 입장을 따르는 정부 인사의 의견일 뿐이다. 그리고 2027년까지 수신료 존속이 보장되어 있기에, 2028년 수신료 폐지를 위해서는 2024년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 정권의 승리와 수신료 대안 모델이 제시되어야만 가능하다. 

특히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는 수신료를 공공서비스세로 전환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수신료 폐지로 나타나지만, 보다 장기적이고 중립적인 차원에서 공영방송 재원 확립을 위한 조세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과 맥락은 애써 외면하면서 수신료 문제를 통해 공영방송을 겁박하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꼼수는 꼼수일 뿐이다.    

/김은규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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