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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호모 클리마투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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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휘 행정안전부 지역경제국장

2013년 4월 10일, 지구의 날 기념식 때 삼천변에 만개한 벚꽃 사이로 눈이 내렸었다. 기억하는 가장 상징적인 기후변화 사건이다. 10년 후 4월 중순인 지금 벚꽃은 벌써 졌고, 5월말이나 찾아오던 철쭉이 활짝 폈다. 기후가 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튠베리는 자신의 미래를 빼앗겼다고 일갈했다. 과연 우리에게 시간이 남아 있고, 대처방안도 있는 것일까?

기후는 ‘특정 장소에서 매년 비슷한 시기에 출현하는 평균적인 대기상태’를 가리킨다. 기후는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 춥고 덥고 가문 곳 등 기후 특성에 따라 삶의 양식이 달랐고, 그런 역사를 수천 년 동안 반복해왔다. 그런데 20세기 후반부터 이런 패턴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첫째, 온도가 올라간다. IPCC의 제6차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지구 표면 온도는 1900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09°C나 높아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비중이 높아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시베리아 툰드라의 영구 동토층이 녹기 시작했다. 온갖 균이 세상 밖으로 출몰하고 울창한 타이가가 불타 없어진다. 북극권의 성층권이 뚫려서 차가운 공기가 쏟아져 겨울은 더 추워진다. 

둘째, 해수면이 상승한다. 2018년 지구 평균 해수면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0.2m 높아졌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져 빙하가 녹으니 바닷물이 넘치면서 투발루 같은 섬나라는 물에 잠겨서 사라질 위기다. 전 인류의 10%가 모여 있는 저지대 해안가가 침수되고 있다. 

셋째, 이상 기상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비는 점점 덜 내린다. 남부 지역은 올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비가 내리면 집중호우로 피해가 막심해진다. 가뭄이 지속되면서 산불은 연중 대비해야할 가장 큰 위협이 되었다. 봄, 가을은 짧고, 여름은 한 없이 길어졌다. 한반도의 아열대 化는 매우 빠르게 진행 중이다.

넷째, 식생이 변화한다. 비가 오지 않으니 농작물이 말라 죽고, 동물들이 괴사한다. 지구상의 많은 지역이 점차 사람이 살 수 없는 땅(unoikoumene)으로 변해가고 있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식물들의 한계선도 거침없이 올라간다. 70년대 사과는 ‘대구 능금’이었지만 지금은 장수사과인데 30년 후면 강원 산간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기후변화를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손쓸 대안이 그리 많지 않다.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는 효과가 없다. 또한 각 국마다 경제발전의 정도가 달라서 재원과 수단이 마땅치 않다. 그렇지만 당장 해야 한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전 세계에 닥친 홍수를 이겨낸 인류의 신화는 중동의 노아의 방주부터, 인도의 마누, 멕시코의 틀락록 까지 무수하다. 인류학자 파스칼 피크는 이를 호모 클리마투스(Homo Climatus), 즉 기후에 적응하는 인간이라 했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 역사상 수많은 생물종 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태풍과 빙하기, 폭염과 가뭄을 극복해내고 현재의 문명을 일구었다. 

서두르자. 세 가지가 중요하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400ppm이하로 내리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전량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감축 등이다. 이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참여, 솔선수범, 공동 노력, 국제 공조 등이 필요하다. 미래세대와의 공존을 위한 호모 클리마투스의 길이 여기에 있다. 

/김광휘 행정안전부 지역경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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