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외부기고

호모 코포런스를 위하여

image
김광휘(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갈등이 많다. 지향하는 바가 다를 경우 다른 편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 MZ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인식의 차이는 먼 나라가 되었다. 2~30대 젠더 갈등은 혐오와 배척이 나타나기도 한다. 노사간, 계층간 갈등도 여전하다. 

갈등은 사회 발전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평화로우면 한 국가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지만(G. 짐멜), 어느 정도의 활발한 갈등이 상시로 벌어지는 사회는 그 갈등을 해소해가면서 앞으로 전진(L. 코저)해왔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와서 갈등은 순역(順歷)의 과정, 즉 헤겔식 정반합을 거치지 못하고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이 그런 게 아니다. 민주주의의 선봉인 미국도 좌우의 대립이 극심하다. 이처럼 갈등이 극단화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정보가 넘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축적된 지식은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즉각적으로 퍼진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사용자의 성향에 맞춤형으로 반응해준다. 이러면 확증편향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위처럼 원래 싸우기를 좋아하고 서로 반목하는 존재였던가? 인간본성에 관한 성선설과 성악설간의 논쟁의 역사는 길고 뚜렷하다. 맹자와 루소가 전자라면 순자와 홉스는 그 반대편이다. 어느 쪽을 취하든 갈등이 심한 집단간의 대립을 화해로 이끌기 위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류가 서로 화합하고 공존할 수 있다는 희망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헤어와 우즈는 진화론적으로 볼 때 인류는 강한 자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가장 친절한 자가 생존해왔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유전학자 류드밀라 등은 시베리아에서 야생 여우의 50세대에 걸친 가축화 실험을 통해 잘 짓고 꼬리를 잘 흔드는 여우들이 탄생했다고 보고했다. 이 사례는 다정한 개체가 우선 유전된다는 좋은 사례로 꼽힌다. 이제 자연계의 진화 법칙은 ‘적자생존’에서 ‘친절자 생존(Survival of the Friendliest)’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 인류도 강한 자 보다는 그간 협동을 잘 하고, 무리 구성원과 화합하는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진화 생존해왔다고 한다. 이를 네덜란드의 인류학자 브레흐만은 <휴먼카인드>에서 호모 코포런스(Homo Cooperans), 즉 협동하는 인간이라 인용했다.  

호모 코포런스를 위한 길은 무엇일까? 누스바움 여사는 혐오의 시대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감정은 ‘사랑’이라고 역설한다. 아담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 이기적인 존재인 인간이 이타심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리 내면의 ‘공정한 관찰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본래 인간이 惡했는데 선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게 교육과 독서라고 말한 사람은 벽돌보다 두꺼운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쓴 스티븐 핑커이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공감과 연대에 바탕을 둔 협동하는 인간에 그 답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친화력을 높여 다정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다정한 인류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전북발전을 위해서 이미 한 배를 타고 있다. 모두 함께 전북의 미래라는 목적지로 항해하는 동반자이다. 나짐 히크메트는 ‘가장 위대한 시는 아직 안 써졌고/진정한 여행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진정한 여행은 시작된다.’라고 하였다. 전북발전을 위한 이 긴 여행이 다정하고 협동하는 전북인 像에 바탕을 둔 진정한 호모 코포런스의 길이 되길 바란다. 

/김광휘(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남원 교차로서 사륜 오토바이와 SUV 충돌⋯90대 노인 숨져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