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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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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긍수 전라북도교육청 정책국장

미래교육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오래된 길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길이다.

1. 오래된 미래교육

나는 옥동자다. 옥처럼 아름답고 귀한 아이라는 뜻이다. 1970년대, 전주의 J고교에서 교장 샘은 전교생이 모인 운동장 조회에서 공개적으로 우리 1학년을 옥동자라고 불렀다.

그건 차별이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2,3학년 선배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당시 J고와 B중은 동일계 학교로 B중학생은 J고를 무시험 진학했는데, 유독 그해에는 전원 시험을 치르게 했다.  그러니까 옥동자라는 칭호는 고난의 시험을 통과한 자에게 준 훈장 같은 것이었다.

옥동자들은 특별한 혜택을 누렸는데 첫째, 2.3학년들이 하는 보충수업, 야간 학습을 면제받았다. 게다가 교실마다 축구, 농구, 핸드볼 등 각종 구기용품을 배급받았다. 

옥동자는 7교시가 끝나면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놀았다. 친구들과 몸을 부딪히며 소리를 질렀고 운동이 끝난 뒤엔 함께 라면을 먹었다. 

교실에선 늘 토론이 벌어졌다. 입시준비에 급한 선생님도 옥동자에게는 관대했다. 독일어 시간엔 사랑, 인생, 문학을, 사회 시간엔 정의란 무엇인가를 논했다.

과목에 관계없이 수업시간엔 늘 질문이 있었고 질문은 토의로 이어졌다. 

도서관은 크고, 책이 많았다. 동서양의 고전과 신간이 책장을 가득 채웠다. 운동장에서 뛰놀던 친구를 도서관에서 만나면 한층 더 반가웠고 속깊은 얘기를 나누게 됐다.

입시 지옥의 긴 터널을 옥동자들은 쌩쌩하게 통과했다. 

그래서, 대학입시는 어떻게 됐냐고? 하하, 짐작하신바 그대로다. J고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교장샘은 문책을 당해 쫒겨났다.

일년 뒤, 옥동자의 대학 진학은 예년의 성적을 회복했다. 진학은 일년 늦었지만 옥동자들은 어디서나 활달하고, 주도적이고, 공동체적 삶을 존중했다. 그러고 보면 쫒겨난 교장샘은 앞서간 미래교육자였고, 인문, 예술, 체육, 질문이 있는 교실은 오래된 미래교육이었다.

당시 J고 3학년이었던 서거석 교육감은 인문, 예술, 체육활동을 미래교육의 중심 축으로 삼는다. 

학교 도서관을 리모델링하고, 아이들의 문예체, 창작활동을 한껏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 모두가 재학중에 뮤지컬, 영화, 연극 한 편은 제작할 수 있기를...

전북교육에 오래된 미래교육의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2. 새로운 미래교육

사회시간.  스마트칠판에는 WSJ 영문 기사가 띄워져 있다.

탈레반의 학살을 피해 보트피플이 된 아프간 하자라족을 다룬 기사다.

그 옆에는 교사가 작성한 질문지가 있다. 

탈레반은 왜 하자라족을 학살하는가? 

난민은 국제법상 어떻게 처리되는가?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의 답이 하나씩 스마트 칠판에 올라온다. 교사는 칠판에 올라온 답 중 하나를 클릭 확대해서 토의의 소재로 삼는다. 

교사는 인종 차별이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설명하고 학생들은 다양한 인종차별의 사례를 조사한다. 

학생들은 4명씩 한 모둠을 이뤄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데 사례 취재, 이미지 디자인, 스토리 구성 등 역할을 나누어 협력한다.

학생들의 학습 과정은 모두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저장된다.

저장된 학습 데이터는 인공지능의 분석을 통해 개별 학생에게 제공된다.

미래교육은 디지털 대전환시대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

디지털 활용 역량은 필수적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새로운 직업이 떴다.  연봉 10억이다. 뭘 하냐고?  인공지능 채팅창에 '질문을 던지는' 일을 한다. 

질문을 잘 만들면 드라마도 예술작품도 인공지능이 만들어낸다. 질문이 곧 창조다.

질문이 있는 교실, 에듀테크 수업혁신, 

전북 미래교육이 가는 길이다.

/한긍수 전라북도교육청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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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긍수 #새벽메아리 #전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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