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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선운사 동불암(東佛庵), 동불암(銅佛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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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석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선운사 마애여래좌상은 1894년 동학도들이 복장 비결을 꺼낸 사건 이후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가 1969년 5월 28일 한 나무꾼에 의해 발견, 신고 되었다.

그러나 접수 과정에서 『송사지』(조선후기)와 『전선원무장읍지』(1922) 등의 문헌에 동불암(銅佛庵)으로 기록 되어있는 동(銅)이 음이 같은 동(東)으로 오기(誤記)되었다.

1994년 보물로 지정될 때도 동불암(銅佛庵)의 한자표기가 수정되지 않은 채 ‘고창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高敞禪雲寺東佛庵址磨崖如來坐像)’으로 등재되었다. 동(東)이 되려면 마애여래좌상의 위치가 선운사, 도솔암, 내원궁 중 한 기준점의 동쪽에 있어야 하는데 어느 곳에서도 동쪽이 아니며 기준점이 될 다른 건물이나 지형지물이 없다. 

한자표기를 오기한 가장 큰 이유는 문헌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 

마애여래좌상이 언제 동불(銅佛)이 되었는지에 관해 조선후기 실학자 강후진의 『송사지』에 銅佛庵在五層殿下 高麗恭愍王時始刱(동불암재오층전하 고려공민왕시시창 “동불암은 오층전 아래 있는데 고려 공민왕 때 만들었다”)고 기록했다. 마애불을 동불로 만들 때 얼굴 위쪽에 청자기와를 올린 보호각을 설치하고 불상아래에 하도솔암(下兜率庵)을 지었으며, 이후 동불과 암자를 아울러 속칭 동불암(銅佛庵)이라 불렀다. 

동불의 안면 구리주물이 언제 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전선원무장읍지』와 이후 간행된 『무장현읍지(茂長縣邑誌)』 『무장읍지(茂長邑誌)』 등의 여러 문헌에 而面像則鑄銅而掛之(이면상측주동이괘지 “불상의 면상에 구리주물을 씌웠다”)는 것과 成至順治戊子年大風時墮地(성지순치무자년대풍시타지 “순치무자년(1648)에 태풍으로 땅에 떨어졌다”)는 동일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조선왕조실록』은 1648년 7월 6일 기록에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태풍이 불어 부안, 변산의 소나무가 무수히 뽑혀 쓰러져 사람이 다닐 수가 없었다. 노령(蘆嶺) 이상의 피해가 더욱 혹독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동불이 떨어져 깨진 이유가 ‘태풍’ 때문이라는 『전선원무장읍지』 등의 기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고창학연구회는 지난 7월, 마애여래좌상 얼굴의 구리 주물 부착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3회에 걸쳐 정밀 드론촬영을 실시해 다수의 근거를 찾았다.

△구리 주물 고정을 위해 얼굴에 뚫은 20개의 구멍을 확인, 이 구멍들이 크기로 보아 1995년 실측조사 때 발견된 쇠못이나 쇳덩이들과 관련이 깊다고 판단 △구멍들이 좌우 대칭으로 뚫려있어 구리주물의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 △구리주물 부착으로 인한 산화의 흔적일 가능성이 있는 안면부 암석의 변색 부분을 발견했다.  

문헌 자료와 마애여래좌상의 안면부 사진을 검토한 최선주 교수(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전 국립경주박물관 관장)가 “고려말 도솔암 두건형 금동지장보살이 조성된 후에 그 영향을 받아 마애불의 얼굴 부분에 청동주물을 만들어 걸었던 듯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도 동불의 실체에 관한 신뢰도를 높여주고 있다. 

문헌, 사진, 전문가 검토 의견 등을 종합할 때 마애여래좌상이 동불이었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따라서 동(銅)을 동(東)으로 오기한 한자 표기는 마땅히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오강석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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