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추석 연휴를 시작으로 10월 3일까지 임시공휴일과 개천절을 포함하여 엿새간 긴 연휴가 이어졌다.
매년 명절이 지나고 나면 ‘추석 연휴에 쌓인 스티로폼 쓰레기’, ‘한가득 쌓인 추석 연휴 쓰레기’ 등 항상 쓰레기 관련 기사들이 쏟아진다. 이유는 필요 이상으로 과대 포장된 명절 선물 포장재에 나온 쓰레기로 평소보다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배출되며 처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긴 연휴가 지나간 거리에는 테이프 감긴 스티로폼 상자와 부직포 포장재, 과일박스 등 명절 선물 세트 포장재들이 쌓이며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추석 명절이 시작되기 전 환경부는 “국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추석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연휴 기간 동안 쓰레기 적체 방지, 선물 과대포장 점검, 무단투기 집중단속 등 ‘추석 명절 생활폐기물 관리대책’을 9월 25일부터 10월 4일까지 추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명절 포장재 폐기물로 인한 문제는 여전하다.
명절 선물 포장재 쓰레기 문제의 주범인 과대포장은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그 판단 기준을 포장재에서 제품을 제외하고 남는 공간인 ‘포장공간비율’과 단일제품을 몇 번이나 포장했는지의 ‘포장 횟수’로 보고 있다. 즉, 포장공간비율이 높고, 포장 횟수가 많을수록 과대포장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장공간비율의 최대 %를 정하고, 포장 횟수에도 기준을 두어 규제를 시행 중이며 과대포장 점검의 근거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인 기준에도 구멍이 존재하는데, 과대포장 단속 규정이 허용하고 있는 ‘가산공간’개념이다.
고정재·완충재를 사용한 제품의 경우 제품의 원래 크기보다 더 크게 여기는 가산공간으로 인해 포장재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완충재에 해당하는 트레이나, 종이 고정 박스가 사용된 제품은 과대포장 제품처럼 보여도 사실상 과대포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선물을 직접 전달하는 방법 대신 온라인 택배를 이용하여 선물을 주고받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
온라인 택배 포장에는 과대포장 기준이 최근 신설되어 당장 적용하기에 생산자들의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며, 2024년 4월 30일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 택배 포장은 아직 과대포장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아 포장재 쓰레기 발생에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과대포장에 대한 단속의 주체는 각 시·군·구이다. 과대포장 단속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순환 보직인 공무원의 특성상 과대포장 관리 감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고 지자체마다 관리 감독에 대한 의지도 천차만별이다.
또한 의심 사례 적발 후 과태료 부과까지 전문기관의 검사 성적서를 기다려야 하는 등 번거로운 부분이 있어 단속을 나가더라도 실제 적발, 과태료 부과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
매년 명절마다 반복되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장재 폐기물 감축을 위해 제품의 생산 및 설계 단계에서부터 포장재를 최소화하고, 보다 규제를 강화하는 등 제도 보완을 통해 포장재 사용의 절대량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쓰레기 없는 축제를 위한 노력
‘축제의 달’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10월은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축제들이 한창이다. 전라북도에서도 전주페스타, 김제지평선축제, 완주와일드N푸드축제, 남원흥부제, 임실N치즈축제 등을 포함하여 20개가 넘는 축제와 행사들이 진행된다.
이러한 축제에는 즐길거리와 먹거리들이 다양하다. 대부분 축제의 경우 일정 기간 야외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음료나 음식을 제공할 때 일회용품의 사용이 많아 축제가 끝나고 나면 상당한 양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 환경오염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축제들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축제 현장에서 일회용품과 쓰레기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쓰레기 없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쓰레기 없는 축제를 위한 시민공동행동’(이하 쓰없축)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여 활동하고 있다.
‘쓰없축’에 따르면 전주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은 ‘전주가맥축제’에서는 지난해 행사 이틀간 14만 개의 일회용 쓰레기가 나와 ‘쓰레기’만 남긴 잔치였다는 강한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 일 년이 지난 올해 8월에는 맥주를 담을 컵을 다회용 컵으로 전면 교체하며 일회용 컵 사용을 8만여 개 이상 줄이면서 친환경 축제로 한 걸음 나아갔다.
다만 아직 음식 제공에 쓰이는 식기와 나무젓가락 등 아직 일회용품이 사용되는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있다고도 밝혔다. 다른 지역축제에서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김제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회용기 사용 업체를 선정해 김제지평선축제도 변화에 동참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무주 반딧불이 축제에서는 행사에 사용되는 용기들을 다회용기로 사용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환경오염을 생각하기보다는 즐거움과 편리함을 추구했던 지역축제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위 사례들처럼 축제들이 자발적으로 친환경 축제로 변화하는 노력과 함께 제도적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2021년에 제정된 ‘공공기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실천 지침’은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회의나 행사에서 일회용품 등 사용을 최소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권고’하는 것일 뿐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많은 축제에서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의무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법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 지역축제 대부분이 지자체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예산 지원 평가 항목에 일회용품 사용 금지 등을 의무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인간의 편리함과 즐거움에만 초점을 맞추며 환경을 파괴하는 축제를 즐겼다면, 이제는 환경을 위해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즐거운 축제 그 이상이 필요하다.
/장진호 전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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