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후퇴한 1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
지난 11월 7일 환경부는 ‘1회용품 사용 줄이기 확대 시행’ 제도의 계도기간 종료를 2주 앞두고 ‘1회용품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향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종이컵 규제 대상 제외, 플라스틱 빨대 및 비닐봉투의 계도기간 무기한 연장 등 1회용품 규제를 철회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9월,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유보하는 데 이어 이번 달 24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1회용품 사용 규제’까지 철회하며 1회용품 사용 억제를 위한 환경정책이 연이어 후퇴하는 모습이다.
환경부는 종이컵의 경우 한국을 제외하고 규제하는 국가가 없다고 말하며 규제 품목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테이크아웃의 경우 1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테이크아웃 및 배달 이용시 1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할 경우 플라스틱 세를 지불해야 하며, 여기에는 플라스틱 코팅이 된 종이컵도 포함되어 있다. 환경부는 또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대체품인 종이 빨대가 가격과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품질 개선과 가격 안정화가 될 때까지 플라스틱 빨대에 대해 규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3년 기준 플라스틱 빨대는 개당 6~7원, 종이 빨대는 개당 12~14원으로 1만 개를 구매한다고 가정할 때 약 8만 원의 금액 차이밖에 나지 않는 수준이다.
더불어 플라스틱 빨대를 규제함으로써 종이 빨대 시장이 확대되며 품질과 금액이 개선되어 가는 추세에서, 환경부가 소상공인을 살리고자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종이 빨대 업계의 소상공인을 곤경에 빠트리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리고 환경부는 비닐봉투는 과태료 부과를 철회하며 대체품 사용이 문화로 안착해 더 이상 규제 할 필요가 없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2023년 상반기 사용 실태에 따르면 생분해성 봉투가 70%, 종량제 봉투 23.5%, 종이봉투 6.1%로다. 환경표지 인증 기준 대상에 1회용품은 포함되지 않기에 생분해성 봉투는 친환경 재질로 인정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이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기에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모습이다.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에 비판이 쏟아지다
정부가 당초 2022년 11월 24일 규제가 시행되었어야 했지만 이미 1년의 계도기간으로 한 번 미뤄진 규제를 다시 철회하겠다고 선언하자 환경단체의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고, 11월 21일 전국의 321개 시민·환경단체는 환경부의 1회용품 규제 철회를 규탄하는 공동행동을 진행하였다.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북, 충북, 대전, 세종, 제주 등 전국 18개 지역에서 기자회견 및 1인 시위가 진행되었다.
같은 시각 전북 전주에 위치한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도 전북환경운동연합을 포함한 19개 시민·환경단체는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북 공동행동(가)’(이하 공동행동)으로 환경부의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로 1회용품 감축에 대한 의무를 완전히 저버렸다.”며 “이번 발표로 인해 정부 정책과 규제 시행에 발맞춰 준비해 온 소상공인은 외려 혼란에 빠지게 됐고, 시민과 소비자, 소상공인 모두가 정부의 정책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1회용품 감축을 규제 대신 권고와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지원으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은 명백히 담당 부처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할 것과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여한 쓰레기없는축제를위한전북시민행동 활동가 돌맹은 “국민들은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1회용품 사용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텀블러를 항상 챙겨 다니는 등 노력하고 있으며, 서서히 적응해 나가고 있다.”말하며 “국민들의 노력을 허사로 돌리며, 환경부의 이름에 걸맞게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책임 있는 환경부가 되기를 바란다.
코로나19 이후 방역과 개인위생을 이유로 1회용품을 사용을 일부 허용하면서 폐기물 발생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환경부 역시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이에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1회용품 사용 억제 제도 운영을 시작으로 2018년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1회용컵과 비닐봉투 사용 저감을, 그리고 2019년 11월 ‘1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 수립 및 시행을 통해 1회용품 줄이기 대상과 준수사항을 단계적으로 확대·강화하였다.
11월 24일 시행되어야 할 1회용품 규제 정책도 위와 같은 1회용품 사용 제한의 연장선이다. 결코 갑작스러운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정책을 펼칠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지원과 조율은 환경부가 해야 할 일이다. 다회용기 세척 시스템 마련, 다회용기 사용 업체 지원, 친환경 용기·식기 생산 업체 지원 등 1회용품 사용을 감축하기 위해 환경부가 해야 할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원래대로라면 1년 전 시행되었어야 할 1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을 연장한 뒤 결과적으로는 사실상 규제 포기를 하였다. 환경부의 정책에 맞춰 준비해 온 국민들의 노력에 대하여 환경부가 조금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끝-
장진호 전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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