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으로 떨어진 몸을 가까스로 추스른다
혀의 경전을 마저 읽으며 몸을 곧추세워
그늘진 고리봉에 매달린다
뙤약볕에서 까칠한 옷을 벗기고 무쇠 가마솥에서
열병의 신고식을 치른 후 생의 비린내를
심방에 가두고 누각을 짓는다 뼈를 버리고
뼈의 눈물을 흘려 짓누름을 건디고 살 한점
떼어 직사각형을 이룬다
불은 자력에 대추 숯에 이끌리어
무수한 뿌리를 늘인다
질항아리 속에서 혀의 누각을 빚고 있다
△ 집집이 커다란 장 항아리가 있던 시절이 있다. 그 항아리마다 씨 간장을 소중하게 보관하던 시절이 있다. “무쇠 가마솥에서” “생의 비린내를” 벗어버린 콩은 메주가 되고 그렇게 만든 메주가 대추 숯과 함께 몸을 바꾸는 곳이 항아리 속이다. 메주가 하는 일은 “질 항아리 속에서 혀의 누각을 빚”는 일이어서 집집이 맛있는 간장이 발효되는 것이다./ 김제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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