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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새 아침을 여는 시] 가을호박-고민경

늙은 호박이 밭두렁에

덩그러니 앉아있다

노란 얼굴 가득 주름이 깊다

나는 호박을 따다가 보았다

그가 오래 앉아있어 움푹 파인 자리

세상 밖으로 처음 나갈 때

나처럼 그도

오래오래 망설였던 것일까

한자리에 오래 뭉그적거린

흔적 또렷하다

 

△ 한자리에서 오래 궁싯거리던 호박은 다 늙어서야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가 앉았던 자리는 “움푹 파”였다. 얼굴이 외꽃처럼 누렇게 뜨도록 호박을 무엇을 궁구한 것일까? ‘호박’ 대신 ‘시인’으로 대체해보자.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문단에 나서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두려운가? 남들 다 익어가는 가을 되어서야 저도 한번 슬그머니 세상 밖으로 나선 ‘신인 시인’은 또 얼마나 떨렸으랴!

움푹 파이도록 망설였던 가을 호박을 가만히 안아준다.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서는 어린 시인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제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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