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광대학교에서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청년지역연구모임인 <익사이팅>이 ‘지역사회의 도시재생을 위한 예술’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을지로를 ‘힙지로’로 탈바꿈시킨 시각예술가이자 문화예술기획자 고대웅 발제자로 나와 을지로의 역사, 건축·지리적 특성, 을지로와 세운상가를 둘러싼 정책 변화를 시작으로 지난 8년간 공공기관인 중구 문화재단, 터줏대감인 제조업 종사자들, 을지로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들과 연대하며 함께 성장했던 경험을 강연 형식으로 풀어냈다.
‘힙지로’는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는 뜻의 ‘힙(hip)’과 을지로의 합성어로 시니어들이 주로 찾던 을지로에 밀레니얼 세대가 모이면서 생겨난 애칭이다. 1980년대 이후 제조산업이 도심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쇠락해가는 지구였던 을지로가 활력을 띠고 ‘힙지로’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젊은 예술가들이 을지로로 모였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서울특별시 중구는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예술가(개인/팀)에게 을지로 주변의 오래된 건물 7곳을 지원하였다. 공모에 선정된 예술가들은 예술인 특유의 감각으로 을지로에 자신만의 문화복합공간을 만들고 지역주민, 일반인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였다. 특히, 을지로에 정착한 청년 작가들과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주민들과 상생하며 뉴트로 문화를 만들었다. 옛 감성을 간직한 가게들과 예술인의 전시와 공연이 가득한 을지로는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힙스터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세대가 즐겨 찾는 장소가 되었다.
익산은 제2의 을지로를 만들 수 있을까.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색과 쾌적한 거주 환경은 생계를 걱정하는 청년 예술가에게 매력적인 대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익산은 아직 예술산업 역량이 부족하다. 지역의 부족한 인프라와 민간 자본은 예술산업의 관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고, 예술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편견은 젊은 예술가들이 익산에 정주하며 꿈을 펼치기 힘든 환경을 만들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보고자 고대웅 작가를 초청해 청년 예술가들의 지방 이주 및 정착을 이끄는 지역사회의 기반은 무엇인지, 이주한 청년 예술가들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데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지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구감소시대 지방 도시들은 생존전략으로 청년 인구 유입 및 정착으로 연결되는 정책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달리 예술가는 거주 지역과 상관없이 예술 활동이 가능하다. 높은 주거비와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지방 이주를 고려하는 청년 예술가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익산은 지방 거주를 고려하는 청년 예술가들을 붙잡을 수 있는 정책을 제공하고 있을까. 결국에는 예술가의 실험정신과 자율성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 공공기관의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과 협력, 넉넉한 활동 지원금이 필요하다. 앞으로 익산도 ‘힙지로’와 같은 공간이 조성되길 바란다.
/양희원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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