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오랜 세월 호남권으로 묶여오면서 국가 예산 배분에서 광주·전남에 이어 둘째 취급을 받아 왔다. 균형발전 전략에서도 독자 위상을 갖지 못하고 종속변수였다. 중앙정부나 광주·전남권의 이해타산에 따라 호남권 편입, 독자권 설정을 반복하며 발전 방향이 휘둘렸다.
대표 사례가 새만금. 새만금 기본계획은 정권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다. 김영삼에서 문재인 정부까지 여섯 차례나 바뀌었는데 윤석열 정부도 새만금 예산을 삭감하며 기본계획까지 변경하겠다고 나섰다. 그 결과 도민의 살림살이가 어떻게 됐나. 이 지면에 마음 아픈 통계를 열거하고 싶지 않다.
이재명 대표가 21대 대선에서 전북의 삼중 차별을 지적해서 주목을 받았다. 수도권과 영남권 대비 차별과 호남권 내에서 차별. 호남권 내 차별은 전북 정치권이 알고 있으면서 쉬쉬했던 사항인데 에두르지 않고 지적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과연, 이재명답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 전북의 가장 큰 이슈는 내년 1월 출범할 전북특별자치도. 이 명칭의 저작권자는 이재명 대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대표는 삼중 차별을 극복할 대안으로‘새만금-전북특별자치도’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며, “4차 산업 혁명과 탄소중립 시대에 그린 뉴딜과 에너지 전환의 중심지로 조성하겠다.”라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호남권에서 분리된다는 것은 전북이 독립과 자강을 선언하는 의미이다. 전북이 하나의 주체로 우뚝 서서 독립해 나가고,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호남으로 묶여 있으면 전북이 애써 노력하지 않더라도 몫을 배분받을 수 있었다. 이제는 호남이라는 울타리를 걷어내면 그 안에 있을 때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거친 세상을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힘이 없으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이다.
결국, 특별자치도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전북 정치다. 전북이 저성장과 지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데 전북 정치가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라의 민주화에 기여했지만 전북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을 인정해야 한다.
어느 토론회에서 전북 출신 서울 국회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예산을 주고 싶어도 (전북에서) 가져오는 것이 자잘해서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독립은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고, 자강은 그 힘을 스스로 키우는 것이다. 그동안 전북은 중앙이 획일적으로 배분해 주는 토목과 건설 위주의 예산과 개발사업을 가져와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법에 주력했다. 한국 경제가 첨단 산업 시대로 넘어가면서 이제 그런 방법은 더 이상 성과를 내기 힘들어졌다. 중앙의 시혜성 사업에 목을 맬 수도 없다.
특별자치도가 성공하려면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성장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누가 그 역할을 할 것인가. 전북 정치다. 전북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설계하여, 장기간에 걸쳐 수행할 수 있는 혁신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정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성공한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는 2024년에 총선이 있다. 전북의 대표로 나선 후보들은 윤석열 정부 심판에서 더 나아가 국가, 중앙정부, 중앙당을 활용하여 전북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북 시각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그 관점을 바탕으로 전북 스스로 발전계획을 세우고 국가 예산과 전북의 몫을 당당하게 외칠 용기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최형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사)기본사회 전북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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