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4 22:03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타향에서
외부기고

남김없이, 후퇴없이, 후회 없이

image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북대 특임교수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과거 로마인들은 외부의 적이 침략할 마음조차 갖지 못하도록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강한 무력을 갖추기 위해 준비하였다. 값비싼 첨단무기가 전장에 동원되는 오늘날에 와서는 압도적인 경제력과 과학기술 역량이 평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과거 필자는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적을 제거할 수 있을까’ 라는 직업적인 고민을 하면서 개인적인 가치관과의 충돌을 경험하였다. 또한 내가 몸담은 조직을 ‘비리의 온상’으로 여기는 세간의 편견에 괴롭기도 하였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방위산업은 평화와 생명을 지향하는 산업이자, 대한민국에 부국과 강병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산업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강대국들은 모두 방위산업을 핵심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숱한 전쟁과 동료의 죽음을 통해 강병 없이 부국과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그렇다. 소총 한 자루 만들지 못했던 나라가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메이저리그 수준’이라는 전 세계적 찬사를 받기까지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산업을 육성해 왔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나 무인기와 같은 최첨단 기술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활용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위성과 통신하는 무인기와 여러 대의 지상·해상 무기가 하나의 시스템이 되어 움직이고 있다. 군(軍)에서 활용되는 무기체계와 첨단 국방기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민간 영역으로 스며들어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꿀 것이다. ‘국가과학기술 혁신의 통로’, 그 자체만으로 방위산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와 전폭적인 지지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전라북도는 지난 3월, ‘K-방산, 안보전략 및 산업화 포럼’을 개최하면서 방위산업 육성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전북도는 타지자체와 협업함과 동시에, 새만금의 광대한 부지를 활용하여 신소재·신기술 R&D 허브 조성과 관련 기반 구축 등을 핵심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방위산업팀을 만들어 신중하게 산업 육성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전라북도가 방위산업 육성을 발표한 것은 대한민국 첨단기술 혁신을 전북도가 주도하고, 도내 대학·연구기관·기업 등과 협업하여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미이다. 물론 절대 쉬운 길은 아니다. 산업 육성의 성패는 전라북도의 태도에 달려 있다. 일관성과 진심 외에 비결은 없다.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달리 내세울 만한 인프라가 없다는 현실에 굴해서는 안 된다. 당장을 모면하기 위해 단견으로 판단하거나 퇴로를 만들어가면서 적당히 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4년간 전북도 인구는 5만 명이 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내 고향 전라북도가 다시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 남김없이 일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전북도에는 훌륭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와 묵묵하게 일하는 공무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대학·연구기관과 역량 있는 기업들이 있다. 마지막 칼럼을 마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남김없이! 후퇴 없이! 후회 없이!” 억만장자 상속도 포기하고 예일대 학위도 뒤로하고 선교사의 길을 걸었던 윌리엄 보든이라는 청년의 수첩에 기록된 강렬한 문구이다. 말하자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북대 특임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은호 #타향에서 #방산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