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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한국 풍수학을 정립한 최창조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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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지난달 31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풍수학자 최창조(1950~2024)는 한 줌의 재로 영면에 들어갔다. 향년 74세. 평소 지론대로 화장하고 소박한 묘역에 안장되었다. 필자와의 인연은 1984년 대학 지도교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인연은 40년 동안 끈끈하게 지속되었다. 그해 <한국의 풍수 사상> 출간은 한국 풍수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의 전통 지리 사상인 풍수가 학문 반열에 오르고 한국 풍수 1세대를 알리는 저서였다. <한국의 풍수 사상>에서 명당 개념은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룬 자연에 적덕한 사람들의 영원한 거소(居所), 이것이 풍수적 이상의 땅, 길지’라고 언급하였다. 그해 완주지역 연화도수, 장군대좌, 노서하전 등 소위 형국론 답사는 풍수에 관한 관심을 가지게 하였다. 이후 <좋은 땅이란 어디를 말함인가>에서는 수많은 지역 답사 자료를 사진과 곁들여 풍수를 이해하는 대중서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게 되었다. 

 서울대 교수직을 내던지고 1990년대 이후 강단이 아닌 현장에서 풍수학의 성과로 기념비적인 <한국의 풍수지리> <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땅의 눈물, 땅의 희망> <북한 유적 문화 답사기> <한국의 자생 1, 2> 등이 출간된다. 한국식 풍수를 ‘자생풍수’라 정의하고 명당 개념도 새롭게 정의한다. 자생풍수는 ‘치유의 지리학’이자 ‘인간의 지리학’이라 정의한다. 강단에 머물렀으면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 한반도 구석구석에 발걸음이 닿지 않았다면 찾아내지 못할 풍수의 핵심이다. 현재도 ‘자생풍수’는 풍수학의 정립을 넘어서 한국식 풍수를 설명하는 중요개념으로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도시 풍수> <최창조의 새로운 풍수 이론> 등에 이르러서는 풍수의 파격이 등장한다. 좋은 땅이란 없다는 것이다. 명당은 찾아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만들어야 할 대상이라고 언급한다. 도시에서도 좋은 땅을 찾을 수 있는데 아주 간단하다.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 단정한다. 자생풍수의 개념 정립은 <사람의 지리학>에서 정리가 된다. 주관성(마음이 중요하다), 비보성(고침의 지리학), 정치성(새로운 세상, 개벽 지향), 현재성(지금, 이곳에서 적응하라), 불명성(비논리의 논리, 논리 뛰어넘기), 편의성(이상보다 현실에 충실하라), 개연성(그럴듯하게 보인다), 적응성(모든 삶의 분야와 연결된다), 자애성(내가 중심이다), 상보성(인간도 주인이고, 자연도 주인이다) 등이 그것이다.

<한국 풍수 인물사>(2013)에서 선생의 명당 개념은 간단하게 정리된다. ‘사람을 평온하게 감싸 줄 수 있는 어머니 품속 같은 곳’ 그리고 마지막 저서 <한국 자생풍수의 기원, 도선>(2016)에서 풍수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일러두기에서 ‘풍수 공부의 최종 목적은 도선의 자생풍수를 더듬는 것입니다. 따라서 1978년 대한지리학회와 서울대 지리학과 논문집에서 발표한 논문 이래 지금까지 해온 작업은 이 책을 위한 과정이었습니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자생풍수를 이루려는 풍수학의 40여 년 여정은 2024년에 마무리되었다. 

자생풍수를 내세우듯 선생의 품성은 인간적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한국 풍수 대가는 한 줌의 재로 그토록 사랑했던 부모님 근처에서 묻혔다. 바로 그곳이 명당일 것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풍수학의 정립은 이제 한국 풍수 2세대의 몫이 되었다. 이제 풍수는 생태환경 등 미래 학문으로 지평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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