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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그대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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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사무관

일 년에 두 번 도교육청 고객지원실 민원 창구는 증명 발급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 문전성시의 주인공은 다른 아닌 검정고시 응시용 증명 발급을 위해 민원 창구를 방문한 소중하고도 오랜 고객들이다. 이들 중에는 홈스쿨링으로 시험에 응시하는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야학교를 다니며 만학도의 길을 걸어가는 어르신들도 있다. 

청소년 수험생들은 검정고시를 거쳐 좀 더 일찍 목표점에 도달하기도 하고,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면 먼 길을 돌아가는 시행착오를 거치지만 그만큼 더 성장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학교를 나와 홀로 다른 길을 개척해 나가는 여정을 학교 부적응이라고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교육에서 채워주지 못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어딘가에 있을 우물을 찾아 용기를 낸 아이들은, 그렇게 학교 밖으로 나와 검정고시의 벽을 넘고 더 단단해져 사회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학교 안에 있든 학교 밖에 있든 우리는 모든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고른 지원과 함께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의 잠재력이 발현되어 성취될 수 있도록 응원하면서 말이다. 

검정고시 응시생들을 위하여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궁리 끝에 익산의 한 야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좁은 골목길을 돌아 가까스로 주차를 하고 오래돼 보이는 2층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나이가 지긋하신 교감선생님께서 나오셨다. 우리의 신분과 방문 목적을 밝히자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를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그들에게 관공서 직원들의 예기치 못한 도움 제안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었던 듯 싶다. 조그마한 교실에는 만학의 열정이 가득한 어르신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찬란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모두 현재의 삶에서 못다한 꿈을 꾸고 있는 모습들이 존경스러웠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살수도 있겠으나 수십 년을 갈망했을 소망의 싹을 틔우기 위해 신념을 져버리지 않는 모습은 젊은이들의 그것 못지 않았다. 

그래서 다양한 의견들을 청취하게 되었고 야학교의 교감선생님은 수험생들이 대부분 고령이다 보니 거동이 자유롭지 못해 힘들다며 시험 당일 시험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더위와 거동의 어려움 등으로 시험장까지 이동하는 동안 에너지가 소진되어 정작 시험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호소였다. 오히려 이동이 자유로운 청소년 수험생들은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시험장 운송 지원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소외감을 느꼈을 터였다.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관련 부서와 여러 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하였고, 첫 시행이다 보니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들이 있었지만 보완책을 마련하여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검정고시 운송서비스를 시행하게 되었다. 

우리는 무엇이 최선인지 알고 있지만, 주변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 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갑진년 올해도 우리 고객지원실에는 꿈을 좇아 분주한 그들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또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총무과 사무관 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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