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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민주주의와 선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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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봉(국립군산대 교수, 전북특별자치도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꽃샘추위가 오락가락하더니, 이제는 포근해진 날씨가 활력을 안겨주는 완연한 봄날이다. 4월10일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면서, 거리는 시끌벅적하다. 그런데 어수선함은 동시에 거리에 이채로운 활력 또한 함께 주는 것 같다. 거리의 어수선함을 이야기하다 보니, 문득 어쩌면 민주주의 또한 단정하게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어수선함 속에서의 활력이 작동하는 제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의 연원인 demokratia는 인민이 직접 통치하는 체제인 직접민주주의를 의미했다. 이는 아테네 귀족정의 한 형식이었고, 당시 민주정은 외려 추첨형식이었다. 17세기 무렵까지 민주정은 무질서와 동의어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는 19세기 보통선거의 확대와 함께 대의민주주의 형식으로 제도화됐다. 그래서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는 대체로 정당 중심의 대의민주주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당 중심의 대의민주주의는, 시민들에게 아쉬움을 안겨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여망과 불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요구가 제도권에 정당하게 수렴되지 못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고, 때로는 선거가 시민의 대리인을 선출하는 기능보다는, 단순히 시민의 동의를 얻는 과정으로 폄하되는 경우가 없지 않아서, 대의민주주의의 의미가 퇴색하기도 하였다. 우리의 정치사는,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자동으로 시민들의 주권을 보장하는 제도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그래서 시민의 주권 참여는 중요하다.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선거’이기도 하다. 선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민들이 자신의 주권을 비교적 손쉽게 행사할 수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선거는 어려운 ‘선택’과 마주하게 한다. 출마한 여러 후보자의 역량과 자질을 적절하게 평가하는 문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의 역사가 서구와 달리 상대적으로 길지 않고, 또 이합집산이 많은 우리 정치 현실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후보자를 적절하게 ‘선택’하기가 쉬운 일만은 아닌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다양한 플랫폼과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르고 적절한 정보를 추려내는 일 또한 버거운 일이 되었다.

이런 배경에서 선관위 주관 후보자토론회는 어떤 후보가 지역에 적합한지 검증하기 위한 적절한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지난 세기와는 다른 맥락에서 후보자토론회는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공직선거법에 근거하여 주요 방송사를 통해서 중계되는 후보자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공약 등 정책뿐만 아니라, 이들의 역량과 자질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토론회가 갖는 몇몇 형식의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주요 후보자가 출연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 및 능력을 가감없이 보여줄 수 있는 후보자토론회는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토론의 장이라 할 것이다. 금주에는 선거방송토론위 주관 후보자토론회가 열린다. (3월30일~4월4일, KBS,MBC,JTV 중계) 여러모로 다시 한 번 대의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해 생각하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 또한 가늠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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