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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대 철학자 헤겔의 역사관 변화와 관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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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전북대 인문대 명예교수

왜? 역사가가 철학에 관해서 글을 쓰는가라고 오해할까봐 모두에 짧게나마 언급하고자 한다. 필자는 비엔나대학교(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가 약 600년 동안 신성로마제국-오늘날 독일어권과 그 주변 지역-을 통치하던 시절 1365년 개교했고, 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기로 유명함)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을 시 서양사를 주 전공, 철학을 부전공으로 했으며, 철학 세미나를 거쳐 박사학위 마지막 ‘철학 과목 구두시험’에 합격해야만 했다. 그리고 귀국해서는 인문대 사학과에서 과의 강경한 요구에 따라 ‘서양사상(철학)사’를 30여 년간 가르친 바 있다. 그러면 “이해하기 어려운 명작”이란 평을 받는 헤겔의 역사철학 세계로 들어가고자 한다. 

 “역사는 이성화(理性化)의 과정이고 자유의 증대 과정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한 헤겔(G. Hegel)이 그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 ‘변화’(變化)가 오늘날 우리 정치계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그러면 이어서 헤겔이 그토록 중요시한 ‘변화’에 대해서 보다 깊이 있게 고찰하고자 한다. 필자는 독일 초대 바이마르 공화국 대통령(F. Ebert) 기념 연구재단의 연구비로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연구한 적이 있었는데, 독일 내에서의 원활한 연구를 위해 제공되는 ‘무료 특급 열차표’가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무료 특급 열차표를 이용해 처음 도착한 곳은 독일의 유명한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강의했기로 이름난 프라이부르크대학이었고, 이어서 방문한 곳이 대 철학자 헤겔과 천재라 칭하는 셸링이 장학생으로 있었던 그리고 독일 정신의 근원지로 유명한 튀빙겐대학이었다.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했더니 갑자기 한 건물의 옥상에 이르렀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작은 푸른 강이 흐르고 있었으며 한때 헤겔이 살았던 기숙사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때 나의 뇌리에 스쳐지나간 것 하나는, 이 작고 고색창연한 도시에 그 유명한 대학이 있는 것처럼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국립 거점대학인 전북대학교도 잘 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다른 하나는 한창때의 헤겔이 이 조용한 소도시에서 프랑스혁명을 맞아 열광하였고 새로운 역사이론(歷史理論)들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이어서 헤겔의 난해하기로 이름난 중요한 역사이론들 가운데 제일 먼저 요사이 정계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변화’(變化)에 대해서 밝혀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왜 헤겔이 ‘변화’를 ‘필수적인 것’으로 보았는가 하면, 변화가 역사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이것은 자연의 목적(目的)을 전제로 볼 때 필요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본래 자유로운 존재로서 그 본질이 불가피하게 전개되어야 하기 때문에 본래의 존재에서 자신을 위한 존재로, 가능성에서 실재로 ‘변화’하는 발전 모델과 일치를 이룬다고 보았다. 즉, 인간 속에 주어져 있는 배아(胚芽)는 충만 된 삶으로 발전하거나 아니면 몰락하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생의 법칙이며 정신적인 생도 이와 같다라고 하였다.

나아가 헤겔은 변화와 밀접한 관계 하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지상에서는 난폭과 냉혹함과 잔인한 것이 일어나고 있지만 때때로 행복하고 평화로우며 악의 없는 시대도 존재하는데, 역사철학자들은 후자에 대해 무관심할 뿐 아니라 “행복한 시대를 백지(白紙) 로 볼 뿐이다”라는 것이다. 가공할만한 것, 전쟁·산통·긴장 속의 성장, 민족과 문화가 겪는 사고(死苦), 이 모두를 이성적인 것으로 보았으며, 이를 통해서 이념(Idea)이 실현되는 것으로 보았다. 끝으로, 프랑스의 저명한 계몽사상가 볼테르(Voltaire)가 “인간 역사는 진퇴를 거듭하면서 발전해간다”라고 했는데, 앞으로, 위험한 경지에 다다른 우리의 정치는 후퇴를 두려워하면서 방향을 ‘변화시켜’ 희망의 세계로 전진해야 할 것이다.

/이규하 전북대 인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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