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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의미하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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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석 국회의원(민주당·익산시갑)

‘2500, 3160, 3500, 3500’

네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각각 새만금국제공항, 무안국제공항,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활주로 길이다. 보고서 속 적힌 네 숫자를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활주로 길이가 각 지역의 파워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영남권은 3500, 전남권은 3160, 전북권은 2500만큼의 힘을 가진 것이다. 씁쓸하지만 이것이 우리 전북의 현주소이다.

공항 활주로 길이가 왜 중요할까? 활주로 길이에 따라 운항할 수 있는 항공기와 노선이 달라진다. 길이가 길수록 더 멀리까지 비행할 수 있는 큰 항공기도 오르내릴 수 있다. 즉, 활주로가 긴 공항일수록 더 큰 발전 가능성을 가지는 것이다. 최근 국토부가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을 정상화한다고 밝혔다. 활주로의 길이는 여전히 2500m, 사업은 8개월이나 지연됐다. 사업 정상화가 단순히 환영하고 끝낼 일인가.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잼버리 사태의 책임을 전북에 뒤집어씌우며, 아무 상관도 없는 새만금 SOC사업에 손을 댔다.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사업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그렇게 지난 8개월 동안 새만금 SOC사업 적정성을 재검토했지만 문제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추진근거의 적법성, ▲유관계획과의 연계성, ▲추진절차의 준수성, ▲평가방법의 합리성, ▲자료의 공신력 등 재검토에 활용된 지표들이 앞서 실시한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이미 검증한 내용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의도적으로 사업을 방해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사업 전면 재검토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 나와 ‘재검토해서 문제가 없으면 지체된 시간을 보상할 방안까지 마련해 추진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필자는 지난달 국토위 회의에서 해당 발언을 언급하며 후임인 박상우 장관에게 질의했다. 상처 입은 전북도민께 사과하고 보상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앞으로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형식적인 답변뿐이었다. 재차 사과를 요구했지만, 박 장관은 끝내 외면했다. 새만금이 영남이나 수도권에 있었어도 이런 대접을 받았을까. 전례 없는 일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박 장관도 시인했다.

윤석열 정부는 마치 채찍질 이후 당근을 주듯 ‘사업 정상화’ 카드를 내밀었다. 우리 전북은 ‘감사합니다’하며 덥석 받아야 할까. 환영 일색인 전북 분위기에 필자는 찬물을 끼얹고자 한다. 전북 정치권에서는 부당하게 사업을 중단했던 윤석열 정부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사업이 중단된 8개월 동안 입은 피해를 보상받아야 한다. 아울러 다른 지역 공항과 비교해 턱없이 짧은 새만금국제공항 활주로 길이를 늘이라고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2500m의 활주로로는 일본, 중국, 동남아 국가까지밖에 운항할 수 없다. 우리 전북에 제대로 된 공항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활주로 길이를 3000m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당초 무안국제공항에는 2800m의 활주로가 설치됐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 활주로 연장 검토를 지시해 활주로 연장이 결정됐고, 현재 360m 연장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결국, 3160m의 활주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 공항의 활주로도 늘리는 판인데, 새로 만드는 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2500m에 불과하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한마디로 말도 되지 않는다.

우리 전북은 지금 환영이 아니라 분노할 때다. 윤석열 정부의 치졸한 사업 방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한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 새만금국제공항의 무한한 가능성을 싹둑 잘라버리는 활주로 길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현재 전북의 파워는 2500, 분발이 필요하다.

/이춘석 국회의원(민주당·익산시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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