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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저출생, 지방소멸의 위기와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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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통합 추진 3개월 만에 서로 등을 돌렸던 대구와 경북이 다시 만나 서울시에 준하는 특별시를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잠시 조용했던 지역간 행정통합 논의들이 다시 활발해지고, 전북 지역에서도 완주·전주 통합과 관련한 움직임이 한층 분주해진 분위기다. 이런 변화된 환경이 갈등의 재현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그간의 국내외 통합사례들은 행정통합이 동전의 양면처럼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통합이 지역문제 해결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모두가 만족하는 통합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해서 지역통합의 추진 자체가 명분을 잃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상적인 통합의 내용은 계획 단계뿐 아니라, 출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야할 장기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산업문명의 대전환 시기에는 지역통합을 요구하는 절박한 위기가 무엇인지, 거시적 관점에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우선하여 집중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밑그림을 둘러싼 논쟁만 지속하다가는 자칫 밀려오는 위험에 휩쓸려 모든 걸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지역통합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지방소멸의 위기 상황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 즉, 통합은 지방이 벼랑 끝에서 선택한 ‘생존 전략’인 셈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방은 인구 유출과 저출생,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 산업과 일자리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그로 인해 의료, 대중교통, 문화시설 같은 생활 인프라가 취약해지고 정주기반이 와해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 경제와 생활 기반의 약화는 결국 국가 경쟁력의 하락이라는 치명적인 결과까지 불러온다.

조사에 의하면 2023년 현재 전 국민의 52%가 지방소멸 위험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추세가 지속되면 2047년이면 모든 국민이 소멸 위험 지역에 살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파괴적 상황은 저출생, 수도권 집중 같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직결돼 있어 해결책을 찾기가 녹록지 않다. 작년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인구의 절반이 넘는 51%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통계치가 보여주듯, 지금의 위기는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극복할 수준을 훨씬 넘어서 버렸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지역간 통합과 협력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생산 단위를 긴밀하게 연결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며 창조적 발전을 견인할 시너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6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 기술이 가미되면 지리적 통합을 넘어선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통합도 가능해진다.

전북은 14개 시군 중 11곳이 인구감소와 관심 지역으로 분류돼 있는데, 도내 총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사실상 전북 전체가 지방소멸의 위험을 마주하고 있다. 완주군의 경우 다행히도 인구가 늘고 있지만 전북 전체의 현실과 미래를 고려할 때 그게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오롯이 전주와 무관한 완주군 지역발전 정책의 효과인지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지금은 주변 지역이 소멸하면 내 삶의 터전도 붕괴한다는 공동체적 위기의식이 절실한 대전환의 격변기다. 완성형 통합체를 향한 소모적 논쟁의 지속보다는 합리적인 미래형 공간을 창출하는 협의적 행동과 사고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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