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윤석열에게 전북은?

image

시절이 하수상하다. 느닷없는 계엄과 탄핵으로 나라 꼴이 엉망이다. 힘겹게 선진국 문턱에 오른 나라가 하루 아침에 민주주의 후진국으로 추락했다. 법과 원칙, 공정과 정의를 입버릇처럼 내세우던 대통령이 오히려 앞장서서 법을 짓밟고 있어서다.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이런 위인이 2년 7개월 동안 나라의 최고 통치자였다니, 스스로가 부끄럽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전북과 악연의 고리가 끈질겼다. 윤석열 대통령과 전북의 관계는 어떠했는가 더듬어 보자.

초창기 윤석열과 전북의 관계는 이명박, 박근혜 등 다른 보수정부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좋게 출발했다. 윤석열은 당선인 시절인 2022년 4월 전주를 찾았다. 이때 그는 “오늘 공군기로 새만금 일대를 다시 한번 돌아봤다”며 “새만금은 세계 어디보다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어, 새만금 개발과 함께 전북을 기업들이 바글바글거리는 누구나 와서 마음껏 돈 벌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그러다 전북과의 관계가 틀어진 것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이후부터다. 

2023년 8월 새만금 현장에서 열린 잼버리대회는 폭염과 준비 부족으로 중도에 천막을 걷어야 했다. 158개국 4만3000명의 청소년들이 고생만 찔찔하고 조기철수한 것이다. 국제적 망신살이 뻗쳤다. 이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책임공방을 벌였다. 뒤끝이 작렬한 윤 정부는 새만금 SOC 예산의 78%인 5147억원을 깎아버렸다. 나아가 2년간 새만금사업 기본계획(MP)과 SOC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지시했다. 보복이요 폭거였다. 그러자 도민들이 서울로 올라가 궐기대회를 여는 등 벌떼처럼 일어났다.

이어 윤 정부는 2023년 말, 전북의 국가예산을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편성했다. 9개 광역도 가운데 유일했다. 설상가상으로 2024년 1월에는 진보당 강성희 의원(전주 을)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장에서 윤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다가 끌려나갔다. 입틀막 사건이다. 이래저래 전북은 윤 정부에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전북지역 7대 공약 46개 실천과제는 맹탕으로 끝났다. 완료된 것은 단 1건,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지정이 유일했다. 사업비로 보면 총 25조7472억원 중 1조2994억원, 즉 5%만 이행하는데 그쳤다.

또 최근에는 윤 정부를 망조들게 한 무속관련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천공, 건진, 명태균 등 보살, 법사 등이 그러한 예다. 그중 이번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계엄 전, 수십 차례 군산의 한 무속인을 찾아 주목을 받았다. 노씨는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 계엄과 관련된 군 관계자들의 사주와 점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무속인은 "내가 대통령이 임기 1년을 남기고 탄핵 당할 것이라고 말하자 노씨가 '외부에 공개된 (윤 대통령) 생년월일과 실제 생년월일이 다르다'며 탄핵당할 일이 없다고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윤석열 입장에서 전북은 미운 오리새끼일 수 밖에 없다. 2022년 대선에서 고작 14.47%를 줬고 총선에선 민주당을 싹 밀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예산이나 국가사업으로 보복하는 것은 협량(狹量)이자 독선이다. 주역에는 항용유회(亢龍有悔·가장 높이 올라간 용이 결국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라는 구절이 있다. 자신이 가장 높다고 생각해 소통을 거부하고 독단을 일삼다 민심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윤석열만 탓할 일이 아니다. 전북은 진영논리에 함몰돼 민주당만 짝사랑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전북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외교 ‘강행군’ 여파 속 일정 불참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전주시 6시간 28분 49초로 종합우승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통산 3번째 종합우승 전주시…“내년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종합우승 전주시와 준우승 군산시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김미숙, “팀워크의 힘으로 일군 2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