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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의 열린생각] 대전환 시대, 전북의 리더십 선택은?

지금은 대전환 시대다. 세계가 급변하고 우리나라도 급변하고 있다. 전 세계가 대량생산과 소비 중심의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전환되었고 핵 위협과 식량 위기, 사회 양극화 등 지속 불가능한 사회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이 가져오는 디지털 대전환을 비롯해 인구 변화, 기후 위기 등 삼중전환(Triple Transition)과 함께 노동, 복지, 돌봄, 세대 및 라이프 스타일,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세상이 총체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부터 보자. 얼마 전까지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가 사람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닥치고 있다. 챗GPT, 제미나이(Gemini) 등이 실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고 인공지능과 친하지 않으면 혁신과 성공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머지않아 업무 상당수가 AI 에이전트로 대체될 개연성이 높다. 인구 변화 또한 충격적이다. 한국의 경우 국가가 생겨난 이래 처음으로 인구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총인구 감소가 시작되었으며 2070년에는 인구의 30% 이상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고령화로 인한 복지와 돌봄 비용의 가파른 상승, 노동력의 감소, 생산성 저하 등 각종 사회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전북의 경우 1960년대 250만명을 넘었으나 지난해 부터 170만명 대로 주저앉았다. 특히 청년층의 탈(脫) 전북 러시는 심각하다. 현재 14개 시군 중 전주를 제외한 13개 시군이 모두 소멸위험지역이며 전주마저도 5년째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전북자치도의 해체나 다른 지자체와의 통합이 거론될 수 있다. 기후 위기는 전 인류적 위기로 잦은 폭우와 폭염, 가뭄과 지진 등이 일상화 되었다. 또한 바닷물 수온 상승으로 인한 변화 등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군산 앞바다에서 오징어, 홍어 등이 대량으로 잡히고 바나나 등 열대과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었다. 이에 따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RE100(재생에너지 100%) 등이 새로운 가치 기준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단순히 전 지구적 또는 국가적 과제라고 방관할 수는 없다. 국가는 국가대로 대응하되 전북자치도와 같은 지자체도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전환 시대에 걸맞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가령 새만금을 신주단지 모시듯하고 기업 유치만을 외치는 리더십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또 전주·완주 통합의 근거로 인구 100만 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는 구호도 너무 식상하다. 대전환 시대에 맞춰 새로운 패러다임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창의적 사고 틀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연 이런 큰 흐름을 읽고 선도할 리더십이 있는가가 관건이다. 이제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는 그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확대로 대표되는 미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인구 감소시대에 맞는 인적 자본 육성과 기업 활용, 역사와 문화예술의 발현 등 전북만의 해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도민들은 이러한 큰 변화의 흐름에 앞서가기보다 현재에 안주하려는 유혹을 물리치기가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를 흔들어 깨우는 선도자(First Mover)가 나올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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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10.14 19:10

[조상진의 열린 생각] 김윤덕·정동영·안규백·조현 장관을 응원함

전북이 조금씩 일어서고 있다. 완주·전주 통합 등 불협화음도 없지 않으나, 이재명 정부 들어 약간의 활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으로 ‘의붓자식’ 취급을 받다가 숨을 쉴 공간이 생긴 덕분이 아닐까 싶다. 정권이 바뀌면서 인사와 예산 등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우선 이제 막 출범했으니 인사만 보자. 이재명 정부 들어 첫 장관급 내각 인선에서 19개 부처 중 호남 출신이 7명이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또한 11명 중 3명이다. 초기 고위직 30명 중 33.3%인 10명이 호남 출신인 셈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28%, 노무현 정부 17%를 압도한다. 반면 보수 성향인 박근혜 정부에서는 21%, 이명박 정부 8%, 윤석열 정부 7.7%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영남 출신은 문재인·노무현 정부 모두 37.9%로 역대 최고를 보였다. 항상 30%대를 넘었다가 이번에 20%대로 내려 앉았다. 이번 정부 초기 인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북 출신의 약진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부안)을 비롯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순창), 안규백 국방부 장관(고창), 조현 외교부 장관(김제) 등 4명이 입각했다. 그리고 대통령실 경제성장 수석에 하준경 한양대 교수(전주)가 임명되었다. 여기에 국회에서도 3선의 한병도 의원(익산 을)이 전반기 예결위원장을 맡았다. 이들의 임명은 항상 변방에 머물며 행정부와 집권여당의 심기를 살펴야 했던 과거 전북정치권의 위상과 크게 달라졌다. 이제 책임있는 자리에서 국정을 주도하는 한 축을 맡게 된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설움받던 어려운 시절을 반추하며 진짜 실력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특히 김윤덕 장관과 정동영 장관에 대한 기대는 크다. 김 장관은 국제 망신을 당한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으로서 받았던 비판을 이번 기회에 보기좋게 만회했으면 한다. 모든 국민의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의 주무 장관으로서 집값 안정 등에 좋은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또 20년 만에 컴백한 정 장관은 5선 중진이자 여당 대선후보를 지낸 관록을 보여줬으면 한다. 이처럼 국정에 전념하면서 지역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전북은 그동안 지역불균형 성장론과 수도권 일극체제, 정권 차원의 홀대, 3중 차별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줄고 산업이 피폐해지는 천형(天刑)의 땅이 되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정동영 의원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예산을 확보하는 등 지역발전의 호기가 마련되었다. 다만 경계할 게 있다. 국회 법사위원장의 중책을 맡았던 4선의 이춘석 의원(익산 갑)처럼 가벼운 처신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이 의원의 국회 활동에 크게 공감해 전북 정치권에 희망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박상우 건설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전북 예산 홀대를 꼼꼼히 따지고 호통치는 모습을 본 후였다.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갈 정도로 후련했다. 그러나 지난 5일 국회 본회의 중, 차명주식 거래는 참으로 잘못했다. 이러한 사진이 인터넷 언론에 보도된 후 지역에서는 과거 여성 편력까지 퍼졌다.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갓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타격을 주고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전북 도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공직자의 패가망신은 한 순간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출중한 성과를 거뒀으면 한다. 전북출신 4명의 장관을 힘차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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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8.26 18:46

[조상진의 열린 생각] 초록정원이 주는 힐링의 기쁨

6∼7월 정원(garden)에는 수국이 여왕이다. 농악대 고깔모자에 달린 복슬복슬한 꽃처럼 소담하면서도 화려하다. 산수국, 목수국, 원예수국, 아나벨수국(미국수국), 떡갈잎수국 등 종류도 다양하고 색깔도 흰색, 하늘색, 자주색, 빨간색 등 갖가지다. 지난 두어달 동안 수국을 보면서 눈호강을 실컷했다. 10여 년 동안 텃밭농사를 짓다 우연히 정원에 눈을 돌린 덕분이다. 흔히 1인당 국민총소득(GNI) 수준별 생활환경 변화를 보면 2만 달러 시대는 여가문화의 화두가 텃밭이라고 한다. 그러다 3만 달러 시대가 되면 정원 가꾸기로 넘어간다. 현재 우리나라가 딱 그 수준이다. 처음 정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주시보건소 마음치유센터에서 실시하는 ‘치유정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다. 1주일에 한 번씩 전주 한옥마을과 월드컵경기장 일대 전주정원산업박람회장, 건지산 단풍나무길, 완산공원 꽃동산을 찾았다. 평소 건성으로 보았던 꽃과 나무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어 전주정원문화센터에서 실시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쫒아다녔다. 정원에 좋은 풀꽃과 나무에 대한 강의를 듣고 정원탐방에 나섰다. 하동의 몰랑뜰정원(경남 민간정원 32호), 구례의 운조루와 쌍산재(전남 민간정원 5호),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완주 구이의 별따는 마을, 김제의 늘숲, 서울 국제정원박람회 등이다. 그 사이 집사람과 임실 옥정호 붕어섬 생태공원과 고흥 쑥섬(전남 민간정원 1호)도 방문했다. 전주 삼천동의 꿈꾸는 마당은 장마철 폭우로 연기돼 아쉬웠다. 그중 붕어섬은 작약과 꽃양귀비가 지천으로 피었고, 늘숲은 버드나무길과 잘 가꾸어진 잔디가 일품이었다. 쌍산재는 소쇄원과 같은 한옥 중심의 전통정원이, 전주 수목원과 쑥섬은 그윽하면서도 환상적인 수국밭이 인상적이었다. 올해 10회째를 맞은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정원의 미래를 보여줬다. 기후위기와 미래 식량자원을 상징하는 개구리밥 정원을 비롯해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쌓아 올려 자연스럽게 부패시키는 독일작가가 조성한 거대한 둥지모양의 네스팅(Nesting) 등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9개였던 기업정원은 올해 20개로 늘어났다. 이들 기업이 총 55억원을 기부해 정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전남 순천만과 울산 태화강 등 국가정원 2곳과 지방정원 14개 등 180여개가 있고 등록되지 않은 민간정원을 포함하면 20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원박람회도 새로운 관광모델로 부상하면서 올해 전국 21곳에서 열리고 있다. 전북에는 정읍구절초정원 등 3개의 지방정원과 여러 민간정원이 있다. 그리고 새만금 국가정원과 국립새만금수목원이 추진 중이다. 이들이 제대로 조성된다면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순천만정원 못지 않을텐데 터덕거리는 상태다. 가장 아쉬운 것은 2013년 전주시와 정치권, 시민모임이 시도했던 덕진일대 전통정원 조성사업이다. 덕진공원을 비롯해 건지산, 조경단, 오송제, 동물원, 소리문화의 전당, 체련공원, 마을 등 108만 평을 연계해 자연생태학적인 전통정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중국의 이화원과 일본의 겐로쿠엔을 넘어서는 아시아 3대 정원으로 건립한다는 비전도 밝혔다. 하지만 이 사업은 세금만 낭비하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완성되었다면 지금쯤 전국적인 명소로 발돋움했을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꽃은 중간에서 지구와 천국 사이를 연결하는 음악”이라고 했다. 또 국립수목원이 2022년 펴낸 ‘우리가 몰랐던 정원의 숨은 가치’ 보고서에는 “일주일에 한번만 정원을 바라봐도 스트레스가 60% 감소한다”고 나와 있다. 공공정원에 좀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싶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7.15 18:42

[조상진의 열린생각]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본 시대정신

대통령 취임사는 국민에게 건네는 메시지다. 동시에 미래 비전과 임기 중 정책 방향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여기엔 그 시대를 읽을 수 있는 시대정신이 드러난 경우가 많다. 실례로 1961년 44세의 젊은 나이에 ‘뉴 프런티어’(New Frontier, 새로운 개척자)를 외치며 미국 3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존 F 케네디는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시오”라는 명문을 남겼다. 또 28년 동안 감옥에 갇혀있다 당선된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는 1994년 취임사에서 “우리는 흑인이든 백인이든 모든 국민이 양도할 수 없는 인간 존엄이 보장되는 ‘무지개 나라’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흑백 인종차별의 종말을 선언했다. 이들의 취임연설은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열쇠였다. 한국 대통령 또한 취임사를 통해 국가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1948년 7월 24일 취임한 이승만(1∼3대)은 해방된 나라의 총선거와 정부수립, 남북통일을 언급한 뒤 “나의 사랑하는 삼천만 남녀는 이날부터 더욱 분투용진(奮鬪勇進)해서 날로 새로운 백성을 이룸으로서 새로운 국가를 만년반석(萬年盤石) 위에 세우기로 결심합니다.”고 끝을 맺었다.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5∼9대)는 1960년대 한국의 역사적 과제는 ‘조국 근대화’의 촉성이라며 정치적 자주와 경제적 자립, 사회적 안정을 목표로 대혁신운동을 제창했다. 또 정치적 정화운동과 공산주의에 대한 승리,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추진을 공언했다. 그러면서 “생각하는 국민, 일하는 국민, 협조하는 국민으로 재기할 것”을 당부했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을 짓밟고 취임한 전두환(11∼12대)은 민주복지국가를 기치로 민주주의의 토착화, 정의사회 구현, 교육혁신과 문화창달을 내세웠다. 또한 계엄령 해제와 정치풍토 개선, 민생안정, 사회정화운동도 언급했다. 3당 합당으로 노태우에 이어 당선된 김영삼(14대)은 ‘신한국 창조’를 강조했다. IMF 외환위기 속에 취임한 김대중(15대)은 정부수립 50년만에 이루어진 첫 여야간 정권교체라는 기쁨보다 국민에게 위기극복을 호소해야 했다. 가장 유려하고 본인의 철학이 담긴 취임사에서 “물가는 오르고 실업은 늘어날 것입니다. 소득은 떨어지고 기업의 도산은 속출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 땀과 눈물을 요구받고 있습니다”며 “국회의 다수당인 야당 여러분도 나라가 벼랑끝에 서있는 금년 1년만이라도 저를 도와주셔야겠습니다”고 간절히 부탁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지식정보대국, 문화산업과 함께 정치보복을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나아가 “소외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한숨짓는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노무현(16대)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함께 동북아시아의 중심국가, 참여민주주의,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국민통합을 강조한 점이 돋보였다. 이를 위해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을 새 정부 국정운영의 원리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박근혜의 탄핵으로 당선과 동시에 취임한 문재인(19대)은 국민통합과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밝혔다.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는 깨끗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친위 쿠데타로 자멸한 윤석열(20대)은 반지성주의와 자유를 외쳤으나 공허한 메아리였다. 그러면 이번에 당선된 이재명(21대)은? 내란진압, 회복과 성장, 국민통합 등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취임사와 같이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아닐까.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6.03 18:54

[조상진 칼럼] 이재명과 흑싸리 껍데기 전북

6·3 대선이 41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 아직 알 수는 없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현재로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여야를 통틀어 크게 앞서 있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일 가능성이 높다. 조심스러긴 하나, 그런 전제 하에서 전북과 이재명의 관계를 엿보고자 한다. 전북과 이재명을 이어주는 직접적인 끈은 없다. 태어나지도 살지도 않았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경기도와 서울에서 줄곧 생활했다. 그의 비유처럼 호미질은 성남시(성남시장)에서 했고 쟁기질은 경기도(경기도 지사)에서 했다. 이제 눈앞에 트랙터(대통령)를 몰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는 트랙터를 몰고 한국이라는 논밭을 어떻게 갈 것인가. 이 과정에서 전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를 가늠해 보기 위해선 그동안의 언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몇 차례 전북을 찾았다. 그중 2021년 12월 3일부터 5일까지 2박3일간 전북에 머물렀다. 이때 전주를 비롯해 군산, 익산 등을 두루 누볐다. 당시 그는 “제가 전남·광주를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전북을 들렀더니 ‘우리가 흑싸리 껍데기이냐’고 말하고, 전북을 먼저 가고 전남·광주를 가니 ‘지나가는 길에 들렀느냐’고 하더라”며 “그래서 이번에는 전북의 소외감을 고려해 전북 일정을 따로 잡았다”고 했다. 한시가 바쁜 대선후보로선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전북은 호남이란 이유로 차별받고 지방이란 이유로 또 똑같이 차별받아 일종의 삼중 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고 했다. 전북의 아픈 곳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이에 앞서 이재명은 2021년 9월 14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전북지역 공약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전라북도는 저에게 정치적으로 매우 각별한 지역으로, 제가 추구해온 정치철학이 태동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차별 없이 모두가 함께 잘사는 대동(大同) 사상과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은 이재명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앞으로 걸어갈 사회적 삶의 방향과도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대동사상은 전주출신 정여립(1546∼1589)의 공화제를, 인내천은 고부에서 일어난 동학사상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또 “전북은 우리나라 산업경제가 가파르게 발전하던 시기부터 소외돼 아직도 중앙집중식 불균형 성장전략의 피해지역으로 남아 있다”며 “억울한 사람도 억울한 지역도 없는 공정의 원칙을 바탕으로 전북의 꿈, 전북도민의 염원을 실현하겠다”고 피력했다. 선거운동에 립서비스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전북에 대한 인식은 누구보다 정확하다. 호남 특유의 정서와 맞물려 전북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에게 83%(윤석열 14.47%)를 몰아줬다. 이후 그는 전북특별자치도법 제정과 수소특화 국가산단 조성, 대광법 통과 등 전북현안에 힘을 실었다. 그는 최근 펴낸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는 정치를 왜 하는가를 가끔씩 생각합니다.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제가 탈출해버렸던 그 (소년공과 같은) 웅덩이 속에서 지금도 여전히 좌절하고 고통받고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입니다.” 또 그는 습관처럼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생각과 전북의 처지는 통한다. 전북도민들이 흑싸리 껍데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그를 얼마나 ‘충직한 도구’로 쓸 것인가에 달려있지 않을까 싶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4.22 14:46

안호영·신영대·이원택이 나서라

“전북의 기적,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 선정”, “전북이 해냈습니다”, “이젠 IOC 총회 향해 매진합시다” 요즘 전주시내에는 이같은 내용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 지난달 28일 전북자치도가 서울시를 꺾고 2036년 여름 올림픽 유치를 위한 국내 후보로 선정된데 따른 것이다. 계엄과 탄핵으로 나라가 온통 시끄러운 가운데 모처럼 경축할 일이 생겼다. 아, 얼마만의 희소식인가.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표현처럼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당초 올림픽 유치 얘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냉소적이었다. “전북이 왠 올림픽, 서울과 경쟁한다고?”하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꿈은 현실이 되었다. 치밀한 전략과 간절함이 낳은 결과였다. 김관영 도지사와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은 투표권을 갖고 있는 37개 종목단체 대의원 74명을 3년 전부터 접촉했다고 한다. 그리고 간절히 호소했다. 여기에 대구와 광주, 전남, 충남, 충북 등과 ‘지방도시 연대’를 결성해 국가균형발전 실현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반면 서울시는 방심했다. 아니, 전북을 아예 무시했다. 그 결과 49대 11이라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물론 아직 국내 후보지에 선정됐을 뿐이다. 본선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다. 인도 등 10여개 국의 해외 경쟁도시를 물리쳐야 한다. 평창 세계동계올림픽도 세 번 도전 끝에 가까스로 유치했다. 이제부터 전북은 말할 것 없고 국가가 나서야 가능하다. 어쨌든 전북으로서는 엄청난 일을 해냈다. 덕분에 그동안 새만금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비롯해 ‘되는 게 없다’고 자조해 온 전북에 새 희망이 비쳤다. 낙후와 꼴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할까. 올림픽 국내 도시 선정을 계기로 무너져가는 전북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 급하다. 그러기 위해선 사분오열 갈라진 내부 갈등을 추스려야 한다. 전북의 최대 갈등은 완주·전주 통합과 새만금특별지자체 결성 문제다. 무주·진안·장수 통합이나 전북대·군산대·전주교대 통합 등도 기다리고 있다. “통합이 능사냐”고 물을 수 있으나 현재는 쪼그라든 몸집을 부풀리고 에너지를 모으는 길 밖에 없다. 먼저 완주·전주 통합부터 보자. 완주·전주 통합은 ​1997년 이래 세 번 좌절됐다. 하지만 역사와 생활권이 같고 소멸 위기에 처한 전북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필요하다. 통합시가 앵커도시의 역할을 통해 전북의 구심점으로 거듭나야 전북의 살 길이 보인다. 다음으로 새만금특별지자체는 간척지 새만금과 인근 군산·김제·부안을 하나로 묶는 방안이다. 규모의 경제와 지역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절실하다. 그런데 첨예한 관할권 다툼으로 10년째 한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이들 두 현안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시군단체장과 지방의회가 발목을 잡아 왔다. 비록 소지역 이기주의이지만 이들의 반대는 이해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달라야 한다. 지역구의 이익과 함께 전북, 나아가 국가 전체를 봐야 하는 자리기 때문이다. 통합 창원시와 청주시는 물론 충청권과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이 통합을 통해 소멸 위기를 벗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라. 신영대·이원택 의원은 새만금특별지자체를 두고, 안호영 의원과 정동영·김윤덕·이성윤 의원은 완주·전주 통합을 두고 머리를 맞대라. 파면에 직면한 윤석열 대통령처럼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는 비겁한 행태는 보이지 않길 바란다. 전북이 이대로 쪼그라들 것인지 아니면 다시 한번 일어설 것인지 대승적 차원에서 논의해 보라. 올림픽 후보도시 선정을 기회로 전북도 날개를 한번 활짝 펴보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3.11 14:16

윤석열에게 전북은?

시절이 하수상하다. 느닷없는 계엄과 탄핵으로 나라 꼴이 엉망이다. 힘겹게 선진국 문턱에 오른 나라가 하루 아침에 민주주의 후진국으로 추락했다. 법과 원칙, 공정과 정의를 입버릇처럼 내세우던 대통령이 오히려 앞장서서 법을 짓밟고 있어서다.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이런 위인이 2년 7개월 동안 나라의 최고 통치자였다니, 스스로가 부끄럽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전북과 악연의 고리가 끈질겼다. 윤석열 대통령과 전북의 관계는 어떠했는가 더듬어 보자. 초창기 윤석열과 전북의 관계는 이명박, 박근혜 등 다른 보수정부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좋게 출발했다. 윤석열은 당선인 시절인 2022년 4월 전주를 찾았다. 이때 그는 “오늘 공군기로 새만금 일대를 다시 한번 돌아봤다”며 “새만금은 세계 어디보다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어, 새만금 개발과 함께 전북을 기업들이 바글바글거리는 누구나 와서 마음껏 돈 벌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그러다 전북과의 관계가 틀어진 것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이후부터다. 2023년 8월 새만금 현장에서 열린 잼버리대회는 폭염과 준비 부족으로 중도에 천막을 걷어야 했다. 158개국 4만3000명의 청소년들이 고생만 찔찔하고 조기철수한 것이다. 국제적 망신살이 뻗쳤다. 이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책임공방을 벌였다. 뒤끝이 작렬한 윤 정부는 새만금 SOC 예산의 78%인 5147억원을 깎아버렸다. 나아가 2년간 새만금사업 기본계획(MP)과 SOC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지시했다. 보복이요 폭거였다. 그러자 도민들이 서울로 올라가 궐기대회를 여는 등 벌떼처럼 일어났다. 이어 윤 정부는 2023년 말, 전북의 국가예산을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편성했다. 9개 광역도 가운데 유일했다. 설상가상으로 2024년 1월에는 진보당 강성희 의원(전주 을)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장에서 윤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다가 끌려나갔다. 입틀막 사건이다. 이래저래 전북은 윤 정부에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전북지역 7대 공약 46개 실천과제는 맹탕으로 끝났다. 완료된 것은 단 1건,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지정이 유일했다. 사업비로 보면 총 25조7472억원 중 1조2994억원, 즉 5%만 이행하는데 그쳤다. 또 최근에는 윤 정부를 망조들게 한 무속관련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천공, 건진, 명태균 등 보살, 법사 등이 그러한 예다. 그중 이번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계엄 전, 수십 차례 군산의 한 무속인을 찾아 주목을 받았다. 노씨는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 계엄과 관련된 군 관계자들의 사주와 점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무속인은 "내가 대통령이 임기 1년을 남기고 탄핵 당할 것이라고 말하자 노씨가 '외부에 공개된 (윤 대통령) 생년월일과 실제 생년월일이 다르다'며 탄핵당할 일이 없다고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윤석열 입장에서 전북은 미운 오리새끼일 수 밖에 없다. 2022년 대선에서 고작 14.47%를 줬고 총선에선 민주당을 싹 밀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예산이나 국가사업으로 보복하는 것은 협량(狹量)이자 독선이다. 주역에는 항용유회(亢龍有悔·가장 높이 올라간 용이 결국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라는 구절이 있다. 자신이 가장 높다고 생각해 소통을 거부하고 독단을 일삼다 민심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윤석열만 탓할 일이 아니다. 전북은 진영논리에 함몰돼 민주당만 짝사랑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전북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1.14 16:29

우범기·정동영·김윤덕의 역사 인식

지난달 28일 전주시 중노송동 기자촌구역 주택재개발 부지내 유적발굴조사 현장을 찾았다. 후백제 관련단체 회원들과 함께 둘러본 현장은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1100년 전, 전라도와 충청도, 경상도를 호령했던 웅혼한 기상은 간데 없었다. 주택 등을 깨끗이 밀어버린 14만1806㎡ 자리에 발굴조사를 위한 포크레인 자국만 남아 있었다. 너무 허탈했다. 이곳에서는 추정 궁성지 성벽과 건물지 3곳, 석축시설, 주공군 등이 발굴되었다. 석축시설은 폭 4m, 길이 40m 가량으로 당시 도로로 추정되고 있다. 후백제 도로가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굴조사를 실시한 전주문화유산연구원 유철 원장과 자문교수로 참여한 군산대 곽장근 교수는 “이 일대는 궁성의 후원으로 보인다”며 “건물지는 후원의 정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건물지에는 불 먹어 뻘겋게 산화된 기와들이 다량 수습되었다. 왕건의 고려군이 멸망한 후백제의 궁성에 불을 지른 것이다. 이때 견훤(진훤)왕이 경주에서 가져왔던 귀한 서적들도 함께 불타 버리지 않았나 싶다. 실학자 이덕무는 아정유고(雅亭遺稿)에서 이를 ‘3000년 이래 두 번의 큰 재앙(厄)’이라 애석해 했다. 후백제 궁성지는 여러 의견이 있으나 문화촌과 인봉리(기자촌) 일대로 좁혀지고 있다. 문헌과 유물, 유구 등으로 보아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 인봉리(기자촌)는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고, 물왕멀 일대는 이미 재개발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최근 국가유산청과 전주시는 발굴조사가 종료되자 재개발사업의 속개를 허용했다. 보존할 가치가 적어 기록으로만 보존하라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 종광대와 문화촌 일대가 건강하게 남아 있다는 점이다. 궁성지의 보존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전주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전주를 흔히 천년고도(千年古都)라 일컫는데 그것은 견훤(진훤)왕이 전주에 후백제를 세운데서 비롯된다. 또한 궁성지의 발굴과 보존은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의 존립 근거다. 나아가 전주시가 목메고 있는 고도 지정에 있어서도 핵심요소다. 궁성지를 찾아야 전주가 후백제의 온전한 수도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전주시장의 의지다. 우범기 시장을 비롯한 역대 시장들은 개발에 중점을 뒀다. 한결같이 역사에 대한 인식이 천박했다. 특히 이들 지역에 대한 재개발 관리처분 인가를 내줌으로써 역사유적 훼손에 앞장선 꼴이 되었다. 우 시장은 지난해 4월 1조6058억원의 ‘왕의 궁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궁원은 왕궁의 정원인데 정작 전주에는 궁원이 없다. 궁원으로 비정되는 기자촌을 아파트숲으로 만들면서 무슨 프로젝트를 하겠다는 것인가. 전주 지역구 국회의원인 정동영과 김윤덕 의원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온 5선의 정 의원은 전주의 자긍심인 후백제의 궁성지 보존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니, 후백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최근 이성계 역사전당 건립에 앞장서는 것은 좋으나 일의 선후를 가릴줄 알아야 한다. 또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으로 이곳이 지역구인 김윤덕 의원 역시 궁성지 보존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자신이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를 유치했다고 플래카드만 걸어 놓으면 될 일인가. 우 시장이 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터를 개발하는 것은 좋다. 20년 이상 정체된 전주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역사자원의 보존과 활용은 이들 못지않게 중요하다. 인구가 줄어드는 역사문화도시 전주의 정체성을 살리고 관광 산업화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이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1.12 17:12

살아나는 전북의 정치력, 그러나

△이춘석 의원 : (2024년)업무보고 잘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수백개의 지방자치단체 이름이 다 나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전라북도와 기초단체 14개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전라북도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 죄송합니다. 짧은 보고서를 요약하다 보니까. △이 의원 : (책상을 꽝 치며)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장관님, 전라북도는 대한민국 국토 아닙니까? 버렸습니까? 지금 국토교통부가 구상하는 초광역권 권역별 추진계획에도 빠지고,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도 빠지고, 초메가시티 계획에도 빠지고. 전라북도는 버린 자식입니까? 저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대한민국을 떠나야 합니까? 땅 파서… 아니. 지방자치도 꼴찌, GRDP(지역내 총생산)도 꼴찌, 니네는 다 꼴찌니까, 버린 자식이니까, 그대로 살아라! 우리(윤석열 정부)가 할 때는 니네는 어느 것에도 포함시켜 주지 않을 것이다. 제가 쪽 팔려서, 이런 얘기 안 할려고 했어요. 4선 의원이 돼 가지고 지역 애기하면. 그런데 해도 너무 하지 않아요. △박 장관 : 송구하다는 말씀드리구요.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챙기겠습니다. △이 의원 : 자,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전라북도에 무슨 사업을 하고 있고 앞으로 무슨 사업을 할 것인가, 그거에 대해 일주일내 정리해서 보고해 주십시오. △박 장관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의원 : 국토교통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 아닙니까? 그러면 소외되고 어렵고 힘든 지역을 더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특정지역에 대해서 홀대한다면 저와 국토부장관님, 차관님, 실국장님들 계실 때, 저하고 만나는 2년 동안 서로 불편한 관계 유지할 것을 전제로 하시고. 뒤에 계신 실국장님도 명심해서 국토교통부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심사숙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지난 7월 1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춘석 의원(익산갑)과 박상우 장관 사이에 벌어진 일문일답이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주요업무보고’에는 전북이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일주일 후 보고한 자료에는 전체 신규사업 2304억원 중 전북 예산은 19억8000만원으로 0.8%에 불과했다. 이러한 논란은 JTBC 유튜브에서 10일 현재 24만4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내용을 장황하게 늘어 놓은 것은 이례적으로 전북현안이 이슈화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북출신 국회의원이 장관을 불러놓고 전북에 대한 홀대를 꼼꼼히 따지며 호통치는 모습에,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이처럼 22대 국회 들어 전북의원들의 정치력이 살아나고 있어 고무적이다. 전북 정치는 그동안 인구 감소와 경제력 약화로 영향력이 해마다 뒷걸음쳐 왔다. 특히 초·재선 의원으로 구성된 지난 21대 국회는 최악이었다. 왕성한 패기를 기대했으나 무기력과 각자도생으로 일관했다. 다행히 이번 22대 국회는 5선의 정동영, 4선의 이춘석, 3선의 김윤덕·한병도·안호영 등 다선의원이 주축이 되고 재선의 이원택·윤준병, 초선의 이성윤·박희승 의원이 뒤를 받치고 있어 왕성한 의정활동이 기대된다. 여기에 조배숙 의원(국민의힘)이 5선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들이 원팀이 되어 과연 전북몫을 얼마나 찾아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2025년 국가예산을 챙기고 전북 홀대의 상징인 대광법부터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낙후와 퇴보만을 거듭해 온 전북에 희망과 활력의 에너지를 불어 넣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4.09.10 17:50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장인께서 향년 92세로 지난주 세상을 뜨셨다. 평소 건강하셨는데 폐렴으로 병원 입원 3일만에 작고(作故)하신 것이다. 장례는 병원에 딸린 장례식장에서 치렀다. 처가에 아들이 없어 자연히 상주(喪主)는 내 몫이었다. 모든 절차는 급히 모인 친인척들과 장례식장에 소속된 장례지도사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결정해야 할 것도 있었다. 우선 몇일 장으로 할 것인가 하는 게 문제였다. 금요일 밤 12시 직전에 돌아가셔서 삼일장은 좀 망설여졌다. 그러나 장례를 최대한 짧게 하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에 발인키로 한 것이다. 가능한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부고(訃告)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휴일인데다 여름 휴가철이고 장맛비가 쏟아져 나부터도 부고를 받으면 짜증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장지문제인데 다행히 장인께서 종중산에 당신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 놓아 한시름 놓았다. 집에 영정 사진도 준비되어 있었다. 발인날은 비한테 들키지 않고 모든 일을 무사히 마쳤다. 5년 전 장모님은 병원 입원 이틀 후 심장 시술 중 돌아가셨다. 감기가 심해 병원에 갔는데 심장이 좋지 않다며 시술을 권해 입원한 것이다. 결국 의사의 말을 믿고 따랐는데 의료사고로 의심되는 심정지로 사망에 이르렀다. 너무 황당해 화가 치밀었고 나 때문에 돌아가신 것 같아 심적 고통이 꽤 오래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이번 장인상을 치르면서 찾아온 지인의 말은 큰 위로가 되었다. 두분 다 죽을 복을 타고 났다고. 후손들 고생 시키지 않으려고 일찍 가신 것이라고. 반드시 그럴까 하면서도 내심 고마웠다. 이제 나는 친가와 처가 부모님 네분이 모두 안 계신다. 미안한 표현이지만 홀가분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다.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닌가. 땡감이고 익은감이고 어느 게 먼저 떨어질지 모르지만 나도 순번을 탄 것이다. 정말 어떻게 죽어야 하나? 아직은 건강해 활동이 자유로우나 팔다리가 내 마음 같지 않고 치매 등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흔히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마음대로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게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기 위해서 죽음도 준비가 필요하다. 미리 유언을 해두고 매장 또는 화장을 할 것인지, 선산 또는 추모관에 들어갈 것인지, 장기를 기증할 것인지 등 살아있는 동안 능동적으로 생각을 해둬야 한다. 지금 상황으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다 고통없이 가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다. 나아가 우리나라는 아직 ‘조력존엄사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안락사 또는 존엄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일이다. 한편 한국노인들의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조사를 보면 흥미롭다. 2002년 조사(한나영 외)는 적절한 수명, 무병사, 자손이나 배우자보다 먼저 죽는 것, 자손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죽는 것, 가족들이 다 있는 앞에서 죽는 것, 자손들이 잘 사는 것을 보고 죽는 것, 수면사, 무통사 등 8가지를 꼽았다. 2013년 조사(이명숙·김윤정)는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죽음, 천수를 누리는 죽음, 내 집에서 맞이하는 죽음, 편안한 모습의 죽음, 준비된 죽음, 원하는 삶을 누리다 가는 죽음 등 6가지를 들었다. 그리고 2018년 조사(신향숙)는 준비된 죽음, 원하는 곳에서 맞이하는 죽음, 자연사 등이었다. 갈수록 죽음 준비와 장소를 강조하는 추세다. 무소유를 설법한 법정스님은 ‘미리 쓰는 유서’에서 “죽음이 언제 어디서/ 내 이름을 부를지라도/ ‘네’하고 선뜻 털고/ 일어설 준비만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고 했다. 나도 ‘네’할 준비를 해야겠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4.07.23 15:32

[조상진 칼럼] 내가 나이 들면 누가 돌봐주나

사람은 누구나 돌봄을 필요로 한다. 태어나서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와 늙고 병들게 되면 특히 그러하다. 이러한 육아와 노후 돌봄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 예전에는 아이를 돌보거나 노인을 간병하는 일은 대부분 여성들의 몫이었다. 그것도 가정에서 무보수나 저임금에 의존했다. 하지만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도시화·산업화 등 후기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점차 어렵게 되었다. ‘돌봄의 위기’ 현상에 직면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돌봄은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니다. 소위 사회적 돌봄(social care)이나 돌봄의 사회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노후 돌봄서비스에 국한해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2025년에 고령화율이 20.3%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올 들어 이미 65세 이상 노인 1000만 명 시대가 도래했다. 노인인구 1000만명 시대에 국가가 고민해야 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돌봄서비스다. 노인 간병은 어둠의 긴 터널과 같다. 대개 죽어야 끝나는 힘겹고 오랜 싸움이다.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노노(老老)간병이나 젊은 자식이 노부모를 간병하는 영 케어러(Young Carer)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본다. 노인대국 일본은 간병파산, 간병살인이 사회 이슈화된지 오래다. 기대수명이 높아지면서 간병살인을 저지르고 스스로 자살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간병기간이 길어지면 살인의 유혹을 떨칠 수 없다. 이제 간병은 치매나 암처럼 국가 사회가 함께 책임을 분담해야 마땅하다. 그러면 대책은 뭘까. 우리나라는 돌봄과 관련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돌봄서비스의 인력난 문제요, 또 하나는 공공성 확보 문제다. 먼저 돌봄서비스의 인력난은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이슈노트를 통해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간병 및 육아와 관련된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은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높은 비용 부담과 그에 따른 각종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향후 고령화에 따라 노인 돌봄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원으로 65세 이상 고령가구 중위소득의 1.7배 수준이다. 또 돌봄서비스직(육아 돌봄 포함) 노동공급 부족도 심각하다.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명 →2032년 38만∼71만명 → 2042년 61만∼155만명으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로 인한 가족 간병의 증가는 2042년 GDP의 2.1∼3.6%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또 하나는 돌봄서비스의 공공성 확보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노인요양서비스 제공기관은 2022년 말 현재 전국적으로 2만7484곳이다. 전북에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주야간보호 등 재가급여 1198곳, 노인요양시설 등 시설급여 252곳 등 모두 1450곳에 2만2521명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국공립기관은 1% 미만에 불과하다. 더욱이 국공립기관 중 지자체가 만든 공립시설의 실제 운영은 민간위탁으로 이루어진다.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업체들은 정부수가와 지원금에서 인건비를 줄여 수익을 취하는 등 부조리가 잇달고 있다. 결국 요양보호사의 처우는 나빠지고 이용자들은 질 낮은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노후돌봄, 내가 나이들면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나?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6.04 14:57

황의섭, 김장하, 이종욱, 그리고 의료파업

“나 없을 때나 간호원이 한 눈 파는 사이에 그냥 도망치세요.” 환자 중에 입원비가 없어 고민하는 눈치라도 보이면 슬며시 다가와 환자 귓전에 대고 한 말이다. 지금은 믿기 어려운 일화지만 사실이다. 주인공은 30여 년전까지 전주에서 의원을 운영했던 황의섭 원장. 황 원장은 일제 강점기인 1942년 전주시 다가동 계골목 입구에 회산(檜山)병원을 열고, 이곳에서 48년간 환자들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평안남도 광동군 출신인 황 원장은 1937년 경성의전(서울대 의대 전신)을 마치고 전라북도립 전주의원(전북대병원 전신) 외과과장으로 발령받아 전북과 인연을 맺었다. 이곳에서 5년간 청년의사로 봉직하다 개인병원을 차린 것이다. 당시 전주의 인구는 4만2530명이었고 5∼6개의 개업의가 있었다. 그의 호를 딴 회산병원은 1958년 전문의제도가 시행되면서 황외과로 바꿨다. 병원은 대지 180평에 25평 규모의 목조 단층건물로 온돌식 입원실 10여칸이 있었다. 마치 시골여관 같았다. 그가 1990년 폐업할 때까지 돌본 환자는 50만명에 이르며 약하고 어려운 환자들에 많은 애정을 쏟았다. 매일 진료가 끝나면 환자들 방에 직접 장작을 때고 식사도 꼼꼼히 챙겼다. 특히 외과 수술 후에는 개고기가 좋다며 병원 공터에서 심심치 않게 개고기를 삶아 환자들에게 먹였다. 배고프고 영양실조가 많던 시절 얘기다. 이와 비슷한 일화를 최근 넷플릭스를 보고 알았다. ‘어른 김장하’. MBC 경남이 제작한 이 영화는 진주에서 60년간 한약방을 운영했던 김장하 선생(80)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렸다.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김주완 기자가 뒤를 좇아 취재하는데, 주인공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아 주변 인물들을 취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 선생은 20살에 한약방을 열어 1000명이 넘는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사업을 펼쳤다. 40살에는 고등학교를 세워 학교를 반석 위에 올린 뒤 48살에 국가에 헌납했다. 또 지역언론이나 형평운동기념사업회 등 각종 단체에 아낌없이 후원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 흔한 자동차도 없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변변한 아파트도 갖지 않았다.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인 셈이다. 그가 기부한 돈이 줄잡아 200억원이 넘지만 기부보다 더 감동적인 건 그의 철학이다. 그는 “돈은 똥과 같아서 모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된다”거나 “(한약업을 하며)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기에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되겠다.”고 말한다. 요즘 세상에 어떤 의료인이 아픈 사람을 상대로 돈을 벌었다고 그 돈을 사회에 돌려주는가. 이들 선한 의료인을 보면서 12년전 일이 떠올랐다. 2012년 1월 김제출신 서울대 임정기 연구부총장을 인터뷰할 때였다. 서울대 의대 학장을 두 번 역임한 그에게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들려줄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대뜸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얘기를 꺼냈다. 이 총장은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 수장을 맡아 세계 질병퇴치운동에 헌신하다 순직한 인물이다. 의과대학생을 위한 특강에 초청했는데 이런 말을 들려줬다는 것이다. “의사는 먹고 살만한 수입이 주어진다. 돈 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라.” 실제로 그 자리에 있던 의대생 중 여러 명이 국제보건 관련 기구로 진출했다. 요즘 의대 2000명 증원을 둘러싼 의료파업으로 국민들은 불안하다. 증원을 군사작전하듯 밀어부치는 정부도 문제지만 직업적 특권을 지키려는 의사집단의 이기적 동기가 더 문제다. 국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4.02 15:38

전북이 못사는 이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이다. 1000쪽이 넘는 이 작품의 주인공 안나는 부러울 것 없는 기혼여성이지만 잘 생긴 청년장교 브론스키를 만나 불륜에 빠지게 되고, 끝내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인간 군상이 나오는데 첫 문장처럼 불행한 사람들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불행한 이유를 갖고 있다. 설 명절 연휴 내내 못살고 점차 더 초라해지는 전북을 보면서 이 문장이 떠올랐다. 전북도 전북 나름의 이유로 못살기 때문이 아닐까 해서다. 전북이 처한 현주소를 보자. 우선 전북이라는 공동체가 소멸하지 않고 유지·발전하기 위해서는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권 통합이 필수적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축소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서울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면서 지방은 뼈만 앙상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생활권이 같은 자치단체의 통합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마산·창원·진해가 통합한 창원특례시와 청주·청원이 통합한 청주시 등이 좋은 예다. 최근에는 경북 군위군이 자진해서 대구광역시와 통합했고 충남 금산군이 대전광역시와 통합을 위해 군수와 군의회가 발벗고 나섰다. 전북은 전주·완주 통합의 경우 30년 동안 세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올 들어 민간단체가 나서 네차례 통합을 시도하고 있으나 유희태 군수와 군의회뿐 아니라 전주의 일부 유사단체까지 나서 통합에 훼방을 놓고 있다. 공동체보다는 정치꾼들의 개인 욕심이 앞선 탓이다. 또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윤방섭 회장과 김정태 수석부회장이 벌이는 쟁투는 얼마나 민망한가. 3년 전 선거 여파가 그대로 재연돼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당시 회원사 모집이 법정공방으로 비화되면서 소송취하와 임기 보장을 조건으로 합의문을 작성했다. 이번에는 이 합의문을 이행하라며 한쪽이 들고 일어나 차기회장자리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이다. 마치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자리가 두 사람의 개인 소유물인양 주고 받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추락하는 전북경제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 같아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이와 함께 얼마 전에는 전북예총 회장 선거에서 함량미달의 인물들이 옥신각신 하더니 소송으로 번졌다. 갈등과 불협화음 사례는 이밖에도 부지기수다. 서거석 교육감과 천호성 후보·검찰 사이에 허위사실공표를 둘러싸고 벌이는 재판이 1년 반 넘게 진행되면서 전북교육은 뒷걸음질이다. 또 지난해 8월 새만금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때는 관계자들의 책임 회피로 새만금SOC를 비롯해 전북예산이 감축폭탄을 맞고 도민 전체가 수모를 겪었다. 특히 공동조직위원장인 김윤덕 국회의원과 김관영 도지사는 끝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KCC 농구단의 부산 이전은 어떤가. 우범기 전주시장은 농구단 이전을 방관하다 뒤늦게 관변단체를 동원해 뒤꼭지에 대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러고도 기업 유치를 외칠 면목이 있는지 의아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사례들은 모두 전북지역 리더들의 행태다. 우리 속담에 ‘망둥이 제 동무 잡아 먹는다’, ‘한솥밥 먹고 송사한다’는 말이 있다. 또 미국의 정치가 밋 롬니는 ‘리더십은 변명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가까운 사람끼리 불화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않으려는 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전북의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의 수준이 이러니 전북이 제자리 걸음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전북이 못사는 저마다의 이유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4.02.13 17:00

견훤, 이성계, 김일성

오래 전에 전주가 세 왕조를 탄생시킨 곳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솔깃했으나 곧 잊어 버렸다. 그러다 최근 몇 년간 역사에 관심을 갖고 답사를 다니다보니 잊어버린 기억이 되살아났다. 전주와 전북이 역사에 있어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세 왕조는 견훤왕이 세운 후백제(당시 국호는 백제)와 태조 이성계가 세운 조선, 그리고 북한의 김일성을 일컫는다. 현재 진행형인 북한을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긴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에게서 성공과 실패의 리더십을 배울 수 있다. 또 풍성한 역사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도 있다. 먼저 견훤왕부터 보자. 경북 문경출신인 견훤왕은 900년 전주에서 후백제를 건국했다. 전주는 936년까지 37년간 왕도(王都)였다. 견훤왕은 남원 실상사 편운화상 승탑(국보)에서 보여주듯 정개(正開)라는 연호를 사용했다. 당시 통일신라는 부정부패가 만연했고 농민반란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이들 민초들과 더불어 나라를 바르게 열기 위해 둔전(屯田)과 관개시설 확충, 승려선발 과거제에 해당하는 선불장(選佛場)을 실시하는 등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또 오월, 후당, 거란, 왜 등과 다변화된 외교를 펼쳤다. 다음으로 태조 이성계는 1392년 조선을 건국해 500년을 잇도록 했다. 알다시피 전주는 그의 6대조 이전까지 대대로 살던 곳이다. 조선왕조의 탯자리인 셈이다. 따라서 그와 관련된 유물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전주에는 태조 어진을 모신 경기전을 비롯해 조경묘, 조경단, 오목대, 이목대 등이 몰려 있다. 또 왜구를 물리쳐 조선 건국의 발판이 되었던 남원 황산대첩, 새 왕조 개창의 천명을 받은 임실 성수산 상이암, 금척을 받은 진안 마이산, 고추장 설화가 어린 순창 만일사 등도 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 김일성은 1945년 해방이후 80년 가까이 3대째 북한을 지배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시각에서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전주 모악산에는 그의 시조인 김태서 묘가 자리한다. 김태서는 고려 때인 1254년 경주 일대가 왜군의 침입으로 폐허가 되자 일족을 이끌고 전주군에 정착해 전주김씨의 시조가 된 인물이다. 김일성은 그의 32대 후손이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이를 어찌 볼지 모르겠으나 남북국시대로 부를 수도 있다. 어쨌든 한 지역이 왕도이고 왕조의 뿌리인 곳은 전주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후백제의 경우 그동안 철저히 외면하던 광주시가 자난 1일 ‘후백제 왕도 재조명’ 학술대회를 가졌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광주가 후백제의 첫수도(始都)라고 주장한 점이다. 고무적인 일이다. 광주뿐 아니라 견훤왕의 초기 활동지인 여수 순천 광양 나주 등도 함께 조명했으면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37년간 왕도였던 전주시는 이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어 답답하다. 또 지난 7일에는 ‘태조 이성계, 전북역사문화자산 어떻게 꽃피울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북에 널려있는 이성계 관련 유산을 활용하자는 취지이다. 진작 나섰어야 할 일이다. 여기서 유념할 게 있다. 조선왕조의 중심은 서울이라는 점이다. 비록 이성계의 관향(貫鄕)이 전주지만 거의 대부분의 유물유적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흔히 왕조의 성립을 애기할 때 왕도와 왕릉을 본다. 고대국가에선 왕찰까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후백제에 대한 관심을 한번 더 상기하고자 한다. 전북이 비록 산업발전에는 뒤졌으나 뛰어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면 수천억 원짜리 기업 유치보다 낫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3.12.26 18:34

전북이 사는 길…세가지 통합 방안

전북은 요즘 사면초가다. 정부로부터 소외받고 중앙 정치권도 그다지 관심이 없다. 삭발을 하고 릴레이 단식을 해도 소 닭보듯 한다. 힘이 약한 탓이다. 인구가 적고 경제력도 약한데다 단합도 되지 않는다. 딱 부러진 정치인 하나 찾기도 힘들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이후 더욱 그렇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돌파구는 없을까? 외부 자원이나 힘을 동원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부에서 동력을 일으키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야 한다. 내발적 발전전략이다. 다음 3가지 통합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완전(완주·전주) 통합과 새만금지역 통합, 그리고 전북대·군산대·전주교대의 통합이 그것이다. 첫째, 완전(완주·전주) 통합부터 보자. 완전통합은 1997년 시도한 이래 26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세 번 실패했고 이번에 민간단체가 나서 네 번째 시도하고 있다. 완전통합이 중요한 이유는 구심점이 없는 전북 발전에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국은 메가 열풍에 들떠 있다.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하겠다고 나서면서다. 김포뿐 아니라 구리, 하남, 고양, 부천, 광명 등도 들썩인다. 경기도는 북부특별자치도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4·10 총선 전략에서 나온 것이지만 전국이 다이나믹하게 움직인다. 다른 지역, 가령 경북 군위군은 자발적으로 올 7월 1일부터 대구광역시로 편입해 들어갔다. 그런데 전북은 어떤가. 정작 당사자인 우범기 전주시장과 유희태 완주군수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전주시장은 소극적이고 완주군수는 뒤에서 반대하고 다닌다. 다행인 것은 김관영 지사가 내년 1월 18일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법 전부개정법률(안) 제189조에 들어있듯, 도지사의 의지가 중요하다. 둘째, 새만금지역 통합문제다. 매립된 새만금과 군산, 김제, 부안을 합쳐 하나의 자치단체로 만드는 일이다. 새만금이 어떤 사업인가. 1991년 착공돼 32년이 흐르는 동안 새만금은 전북도민의 한(恨)과 혼(魂), 아픔과 희망의 표상이 되었다. 대통령이 8명째 바뀌었으나 진척은 48%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잼버리 파행으로 기로에 서 있다. 이차전지 등 투자가 몰리다 SOC예산 대폭 삭감으로 주춤한 상태다. 특히 군산과 김제 부안의 관할권 다툼은 새만금 내부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국회나 새만금위원회 등에서는 “자기들끼리 맨날 싸우면서 무슨 예산타령이냐”고 비아냥이다. 관할권 다툼은 3개 시군의 자치단체장과 시군의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세우기 위한 싸움에 불과하다. 셋째, 전북대와 군산대, 전주교대의 통합이다. ‘전북1도1국립대’ 전략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의 혁신을 위해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지금 전국의 지방대학은 글로컬대학30에 목을 매고 있다. 정부가 전국 200여개 지방대학 중 30개 대학을 선정해 1000억원씩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들지 못한 나머지 대학은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올해는 10개를 뽑는데 15개 대학이 예선을 통과했다. 전북에서는 전북대가 유일하다. 다음 주쯤 발표될 10개 대학에 들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정부가 원하는 대학 간 통합이 없어 장담할 수 없다. 현재 강원대+강릉원주대, 부산대+부산교대, 충북대+한국교통대, 안동대+경북도립대 등 국공립대간 통합대학들이 유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종적으로 선정이 어떻게 되든 전북대와 군산대, 전주교대의 통합은 시급하다. 한발씩 물러나 대승적으로 결단해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3.11.07 17:53

'남 탓'만 하는 전북정치권, 위기 극복할 수 있나

‘문부산(蚊負山)’이란 말이 있다. 장자의 추수편(秋水編)에 나오는데 ‘모기가 산을 등에 졌다‘는 말이다. 어리석은 자가 산과 같이 크고 중한 일을 맡았다는 뜻이다. 또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編)에는 ‘군자는 자기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소인은 남에게 추궁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일을 도모하다 그르치게 되면 군자는 자신을 질책하지만 소인은 ‘남 탓’으로 돌린다는 의미다. 요즘 전북정치권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모기와 소인배만 드글거리 것 같아 안타깝다. 전북은 지금 2011년 LH 사태 이후 최대 위기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키로 했던 한국토지공사를 주택공사와 통합해 경남 진주로 이전시켰다. 그러자 도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전주시내를 비롯해 도내 전지역이 이에 항의하는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국회의원과 도의원이 삭발하고 김완주 도지사도 삭발투쟁에 동참했다. 그때 전북도지사가 삭발을 감행한 것은 2003년 강현욱 도지사가 새만금사업 지속 추진을 촉구하며 유철갑 도의장과 함께 삭발한 이래 두 번째였다. 지금 상황은 당시 못지않게 엄중하다. 지난 8월초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실패로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정부여당은 실패 책임을 전북도에 전가하면서 새만금 예산을 난도질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예산과 국가 공모사업, 전북특별자치도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연내 통과도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대해 도내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과 도의원 등이 삭발과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도 비상대책회의를 출범시켰다. 여기에 22년 동안 전북을 연고로 했던 KCC 농구단이 부산으로 이전했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지금 도민들은 분노와 함께 허탈감에 빠져있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난국 타개책은 없을까. 이번 잼버리 실패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는 분명 폭거요 보복이다. 깡패나 하는 짓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전북의 책임은 없는가. 나는 지난 8월 8일자 칼럼(새만금 잼버리의 정치학)에서 잼버리 파행의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고 했다. 나아가 책임을 전 정권으로 돌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는 비겁하다고 질타한 바 있다. 하지만 분명 정부여당 못지 않게 전북의 책임도 크다. 처음부터 전북이 유치를 신청했고 전북 땅에서 벌어진 행사였다. 만일 성공했다면 김관영 도지사와 김윤덕 공동조직위원장은 ‘내 덕’이라고 홍보에 열을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행사가 실패로 끝나자 ‘내 탓’이라고 나서는 정치인이 하나도 없다. 이들 중 누구 하나라도 ‘내 탓이요’ 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상황은 이처럼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KCC농구단 사태도 마찬가지다. 10년동안 홈구장을 지어준다고 약속한 김승수·우범기 전주시장은 이를 실천했어야 옳다. 관변단체를 동원해 KCC 탓만 할 게 아니라는 말이다. 한발 더 나아가 뒷통수에 대고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데 앞으로 어느 기업이 전북을 찾겠는가. 문제는 지금부터다. 난국을 극복할 해법은 투쟁과 함께 내부 동력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 시급한 3가지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 첫째는 전주와 완주의 통합이다. 완전(완주·전주)통합을 통해 전북의 구심력을 키워야 한다. 둘째는 새만금과 군산 김제 부안의 통합이다. 이들 지자체의 땅따먹기 싸움은 새만금사업의 큰 걸림돌이다. 셋째는 전북대와 군산대, 전주교대의 통합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혁신을 위해 시급한 과제중 하나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책임은 자신에게 무겁게 지우고 남에게는 가볍게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전북 정치권이 새겨야 할 말이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3.09.19 18:59

새만금 잼버리의 정치학

장관이었다. 2만2000개의 형형색색 소형 텐트들이 바다를 끼고 아스라이 펼쳐진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마치 고구려나 로마 군사들의 원정시, 수십만 명이 주둔한 군영을 보는듯한 상상이 일었다. 지난 7일 오후 부안 새만금 잼버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하지만 델타구역에서 신분증 확인을 받고 들어간 잼버리 현장은 뒤숭숭했다. 스웨덴, 독일, 멕시코 등 참가국 대표단 천막에는 지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철수에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하는 것처럼 보였다. 웰컴센터와 수도간, 화장실, 편의점, 넝쿨터널 등을 기웃거리며 1시간 남짓 시간을 보냈다.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파장이어서인지 볼 것도, 할 것도 별로 없었다. 무엇보다 36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8월 1∼12일로 계획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세계 158개국에서 4만3000명의 청소년(14∼17세)들이 각자의 꿈을 펼치기(Draw your Dream!) 위해 모였으나 초반부터 파행을 겪다 조기 철수하게 된 것이다. 정부나 조직위원회로서는 북상하는 태풍 ‘카눈’ 덕분에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 되었다. 사실 이번 잼버리 대회는 폭염 탓만 할수 없는 총체적 부실이었다. 올림픽과 월드컵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폭염대책은 물론 화장실·샤워실 등 위생 문제와 부실한 식사, 미흡한 의료시설 등 비난 받아 마땅한 수준이었다. 새만금을 세계에 알리고 국제공항과 도로 등 SOC 확충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던 전북도의 당초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6년 동안 14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이고도 국제적인 망신만 자초했다. 어쨌든 이번 대회는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준비 부족에서부터 미숙한 진행, 다수의 컨트롤타워, 중앙과 지방의 역할 혼선, 방만한 운영 등 지적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대회가 끝난 뒤 이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야 정치권은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는 꼴불견을 보여줬다. 이번 행사를 살펴보면 부끄러운 한국 정치의 민낯을 볼 수 있다. 전 정권의 정책이나 행사는 깔아 뭉개고 지워버리기에 급급한 행태가 그것이다. 그동안 잼버리가 열리기까지 과정을 복기해 보면 바로 드러난다. 이번 대회는 2012년 박근혜 정부에서 유치 신청을 했고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유치했다. 그리고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 치렀다.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 5명 중 3명이 현 정부의 장관이다. 특히 여성가족부는 인수위 때부터 폐지 대상이었다. 그런 여성가족부에 주무부처를 맡겼으니 힘을 쓸수 있었겠는가. 따라서 이번 사태의 제일 큰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잼버리 개영식에서 스카우트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장문례를 받으며 입장했다. 그러고도 집권한지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전 정부 탓을 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적어도 문 정부 시절 지반 등 기초시설은 완벽히 닦아 놓았어야 했다. 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줄곧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잼버리를 활용했는데 내년 총선에서 심판받아 마땅하다. 지방정부의 경우 김완주- 송하진- 김관영 지사로 이어졌다.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지사는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 등 그동안 성과를 이번 잼버리 파행으로 한꺼번에 까먹었다. 본인이 유치하지 않은 탓인지 안일하게 대처하다 대회가 임박해서야 서둘렀다. 전 정부 지우기가 어떤 끔찍한 결과를 낳는가를 이번 대회에서 배운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8.08 18:14

900년 전 한중 외교의 현장, 군산정을 복원하자

지난달 25일 아침 일찍, 답사를 위해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로 향했다. 몇 번이나 미뤄왔던 터라 가슴이 설레었다. 답사 목적은 900년 전, 이곳을 다녀간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의 현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고려도경은 1123년 중국 송(宋)나라 사신단으로 왔던 서긍(徐兢)이 기록한 것으로 동아시아 중세 자료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역작이다. 당시 중국 황제의 지시를 받고 작성한 고려에 대한 최고의 첩보보고서이자 국책보고서다. 예전에도 몇 번 이곳을 다녀가긴 했으나 건성이었다. 이번에는 2009년 군산도(현 선유도) 전월마을 주민의 제보로 이 일대 지표조사를 실시했던 군산대 곽장근 교수가 안내를 맡아 믿음이 갔다. 일행은 송화섭 전 중앙대 교수와 이춘구 전 국민연금 감사, 곽병선 전 군산대 총장 등 7명. 우리는 고군산진(古群山鎭)터가 있었던 남섬 쪽에서 망주봉으로 유명한 북섬을 바라보며 설명을 들었다. 이어 망주봉 일대를 둘러봤다. 당시 송나라가 보낸 사절단은 정사와 부사 그리고 뱃사람까지 합쳐 1000명이 넘는 대규모였다. 한중(韓中) 외교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동원된 행사였다. 이들은 길이 150m의 관선(官船) 2척과 객주(客舟 민간선박) 6척에 나눠 타고 중국 절강성 명주를 출발했다. 곧 이어 흑산도- 위도- 선유도- 태안 마도- 영종도- 강화도- 예성항 벽란도를 거쳐 고려의 수도인 개경에 입성했다. 그리고 다시 같은 길로 돌아가기까지 3개월의 대장정이었다. 이중 주목되는 것은 군산도에서 20일 넘게 머문 일이다. 이들은 6월 6일(양력 7월 23일) 이곳에 도착했다. 고려는 이곳에서 국가 차원의 영접을 했다. <삼국사기>를 편찬한 김부식이 직접 내려와 이들 사절단을 맞았다. 맞은 장소는 군산도에 우뚝 선 망주봉 가운데 있는 군산정(群山亭). 이 책에는 사신을 맞은 장소와 절차, 예법, 음식, 참석자 등과 함께 주변 경관이 한 폭의 그림처럼 묘사돼 있다. 기록에 따르면 망주봉 동쪽 기슭에 해양제사를 지내는 오룡묘와 자복사, 객관인 관아가 있었고 서쪽 산봉우리 남쪽으로 숭산행궁과 군산정이 있었다. 또 16세기까지만 해도 왕릉으로 추정되는 대형 무덤이 있었고 송방(松艕)이라는 선박이 건조되었다. 당시 군산도가 한·중·일 해상 교통의 기항지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이 같은 사실 이외에도 군산도는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 후 12일 동안 머문 곳이다. 또 청자 등 해저유물의 보고다. 답사를 마치며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첫째, 망주봉 일대 유적의 발굴과 복원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이중 사신단을 맞았던 군산정의 복원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또 이 일대는 횟집이 들어서는 등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어 정비가 필요하다. 둘째, 복원과 함께 이를 대중국 관광과 외교에 활용했으면 한다. 당시 국제관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조공(朝貢) 관계가 아니었다. 12세기 중국대륙은 송과 요(遼), 금(金)이 짱짱하게 국운을 걸고 다투는 시대였다. 따라서 송나라는 고려와의 유대가 절실했다. 그래서 황제의 칙서와 선물 보따리를 잔뜩 싣고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다. 고려 또한 실리적인 등거리 외교를 펼쳤다. 오늘날 윤석열 정부의 미일(美日)에 경도된 외교를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고려도경 900주년 행사를 마련해 경색된 한중관계에 물꼬를 터보면 어떨까 싶다. 새만금 관광의 화룡정점이자 한중외교를 지방에서부터 푸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차후에 남북한과 중국이 함께 참여한다면 더욱 의미가 클 것이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3.06.13 17:27

김관영·우범기·유희태의 착각

요즘 전북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행태를 보면 당선될 때의 초심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깝다. 지자체장을 1년 가까이 해보더니 마치 태양이 자신을 중심으로 도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이 보인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선 김관영 지사는 최근 새만금개발청에 대한 서운함이 폭발했다. 행정고시 동기인 김규현 청장이 이차전지 등의 기업유치 공을 가로채고 있다고 느낀 때문인 듯하다. 전북특별자치도법 관련 기자회견 자리에서 “새만금개발청은 임시조직이다. 새만금이 개발되면 새만금개발청의 권한을 전북특별자치도로 가져와야 한다”며 흥분했다. 그에 앞서 김 청장 역시 언론 기고문을 통해 자가발전에 열을 올려 화를 돋구었다. 중앙부처인 새만금개발청이 우위에 있다는 투로 지자체 공무원을 ‘뻥축구’에 비유했다. 그러나 어쨌든 전북도지사는 전북도가 요구해서 어렵게 만든 새만금개발청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더구나 새만금사업은 완공 연도가 2050년이므로 권한 이양이나 해체 문제는 20년 이상 후의 일이 아닌가. 다음은 완주·전주 통합 문제에 대한 태도다. 김 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는 완주·전주 상생협약을 맺고 수소경제 중심도시 도약사업 등 협력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몇 차례 진행되고 있는 이들 사업은 통합으로 나가기에는 너무 미진하다. 김 지사는 민주당 경선 과정은 물론 취임 이후 완주·전주 통합을 주요 정책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취임 후 행보는 면피용에 가깝다. 문제는 우범기 시장과 유희태 군수에게도 있다. 우 시장은 전주시 제2청사 건립 문제를 들고나와 통합 의지에 의문부호를 남겼다. 현 청사가 비좁고 낡아 청사 옆 건물을 812억원에 매입해 2026년까지 제2청사를 신축하겠다는 것이다. 뜻은 좋다. 하지만 통합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완주군민 입장에서 보면 통합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로 비칠 수 있음을 생각했어야 한다. 통합 시청사는 완주군 지역으로 간다는 게 2013년 통합 시도 이후 공인된 합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희태 완주군수의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다. ‘군민의 뜻 존중’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통합에 반대하는 태도를 취하는 듯하다. 전임 박성일 군수때 추진했던 완주군의 시 승격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 1일 명예군수로 완주군을 방문한 김 지사에게 느닷없이 전북특별자치도법에 특례규정으로 완주시 승격을 넣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완주군의 시 승격은 전주와 통합하면 더 빠르고 쉽게 될 일이다. 또 엊그제는 통합에 대한 관권 개입 문제까지 불거졌다. 예산지원을 무기로 통합운동에 참여하는 완주군 측 시민단체 대표를 회유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권 동원이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주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행위다. 입장을 바꿔 자신의 선거에 공무원이 개입해서 나가지 말라고 했다고 생각해보라. 완주·전주 통합은 시대적 대세요 당위다. 물론 ‘작은 것이 아름답다’며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메가시티로 가는데 전북만 소지역주의에 매몰될 수는 없다. 완주·전주 통합을 계기로 성장이 멈춰버린 전북을 다시 살리는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 더욱 문제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6년 통합시장과 시의원을 뽑기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 9-10월 중에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이제 속도를 내야 할 때다. 김 지사와 우 시장, 유 군수는 지난해 6월 선거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3.05.02 16:55

밥값 못하는 국회의원, 싹 갈아치우자

김윤덕, 이상직, 김성주, 신영대, 김수홍, 한병도, 윤준병, 이용호, 이원택, 안호영. 이들은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뽑힌 10명의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이다. 이중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그리고 이상직 의원(전주 완산을)은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어, 현재 재선거가 진행 중이다. 이들은 3년 혹은 7년 동안 선량(選良)으로서 밥값을 제대로 했을까? 국회의원은 입법활동과 행정부 감시, 그리고 지역 현안을 챙기는 일이 주요 임무다. 특히 전북처럼 도세가 약하고 성장에서 뒤진 지역은 지역현안을 챙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이들은 얼마나 지역현안을 자신의 일처럼 챙겼을까? 이와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의 말이 폐부를 찌른다. 국회의원 5선으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홍 시장은 지난 1월 25일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TK(대구 경북) 지역에서는 인재를 키우지 못해 눈치만 늘어가는 정치인들이 양산되고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재선이상 TK 의원들은 다음 총선에서 모두 물갈이해야 한다.” 정치색을 떠나, 일리 있는 말이다. 전북지역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홍 시장은 한발 더 나가 일갈한다. “중앙정치에서 힘도 못쓰고 동네 국회의원이나 하려면 시의원, 구의원을 할 것이지 뭐 하려고 국회의원을 하냐.” 백번 옳은 말이다. 또 지난 2월 15일 전북도의회를 찾은 익산 출신 조수진 의원(서울 양천갑)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전북특별자치도법과 관련해 법사위에 전북출신 의원들이 두 분이나 계셨지만 여러 차례 회의에서 그분들은 (특별법 당위성 등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저는 그때 굉장히 서운했다.” 약간의 과장이 섞일 수 있으나 전북의원들의 무기력함을 엿볼 수 있다. 나름대로 전북의원들은 어려운 가운데 역할을 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도민들의 눈높이에서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전북의원들은 중앙당의 중요 당직에서 배제돼 존재감 자체가 미미하다. 뿐만 아니라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나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등 지역현안을 챙기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것은 전북특별자치도법과 같은 날 통과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다. 후백제 문화권을 여기에 집어넣어 고구려 백제 신라문화권 등과 함께 국고 지원을 받도록 한 것이다. 이 법안은 김성주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문화체육위 여야 간사인 김윤덕·이용호 의원이 힘을 보태 모처럼 밥값을 했다. 왕년의 전북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김성수 백관수 김병로 나용균 윤제술 소선규 조한백 유진산(금산) 양일동 이철승 등은 말할 것 없고 좌파의 김철수 백남운 등 기라성 같은 인물이 즐비했다 해방공간에서 정부수립의 주역이었고 공산당에서도 거물이었다. 제헌국회에서는 전국 200석 중 전북이 22석이었고 9개의 상임위원장 자리 가운데 전북출신이 4개를 차지했다. 그러던 전북정치가 너무나 난장이가 되었다. 지난 1월 뉴시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선관위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호남권 응답자의 68.5%가 다음 총선에서 물갈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 의원이 재당선되는 게 좋다’는 응답은 21.8%에 불과했다. 혹자는 물길을 아는 중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지만 현재처럼 ‘민주당 공천=당선’ 인 구조에서는 야성(野性)을 살릴 수가 없다. 싸우지 않고 얻어지는 지역현안은 아무 것도 없다. 전북은 투사형과 지략형 선량이 필요한 시기다. 무기력하고 각자도생하는 의원들은 싹 치워야 한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3.03.2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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