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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새 아침을 여는 시] 황태라는 나무-박태건

황태는 설악에서 자라는 나무다

미시령 넘어가는 길

인제군 용대리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황태

가파른 겨울바람에 비늘 다 떨어뜨리고 

가시만 남은 나무들

한 놈 툭, 끊어다가 

한 솥 가득 끓여내고 싶다

 

간밤 술에 얼얼한 뱃속 

바람이 불 때마다 휘청대는 황태의 손가락이 쓰린 속을 찌른다 

얼음계곡으로 줄지어 몸을 말리는 저것들,

몸이 더워지면 주저 없이 

속초 바다에 뛰어들 기세다 

 

말을 버린 것들은

혀부터 단단해진다

나도 저 나무껍질 같은 지느러미 하나 갖고 싶어서

산의 정수리를 쓸어내리는 겨울바람에 

눈을 부릅뜬다

 

△ 인제군 용대리 황태 덕장에는 덕걸이 작업을 하고 있을 주민들의 한파가 휘몰아친다. 황금빛 황태로 변신하려면 눈과 바람으로 혹독한 세상과 싸워야 하는 참혹한 시간을 만난다. ‘가시만 남은’ 황태로 새로운 탄생이 몸값을 올리는 것일 터. 누군가에게 ‘얼음계곡으로 줄지어 몸을’ 말렸던 생의 부대낌이 당신의 즐거움이다. ‘술에 얼얼한 뱃속’의 쓰린 속을 달래는 일이 미시령을 넘어간다. 덕걸이의 추위를 골똘하게 쏟아내는 기쁨이 있다. 황태라는 이름은 겨울이 기억할 몫이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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