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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새 아침을 여는 시] 자화상-문신

-이중섭, 1955년 종이에 연필 48.5×31cm

꿈에 중섭의 아이들을 만났다

사나흘 전에 큰 눈이 내린 듯 처마 끝이 꽁꽁했다

중섭의 아이들은 빙판 같은 볼을 하고 있었다

드러낸 아랫도리가 퍼랬다

아이들은 연신 고개를 치켜올려 하늘을 쳐다보고는 그새 땅바닥에 엎드려

곱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었다

하늘을 그린다고 큰아이가 말했다

새를 그린다고 작은 아이가 말했다

아이들의 뒤통수를 내려다보며 중섭이 가난을 끄덕이고 있었다

겨울 하늘이

쓱쓱 스케치해 놓은 아이들의 얼굴답게 짱짱했다

또 눈이 퍼부을 듯

중섭은 눈이 까맸다 목탄처럼 까맸다

 

△ “목탄처럼” “눈이 까”만 화가가 시절을 견디고 있다. 아이들은 “빙판 같은 볼”을 하고 “아랫도리가 퍼”렇게 얼었다. 추위에 “곱은 손가락”이지만, 아이들은 “하늘을 그”리고 “새를 그린다” 천진무구한 아이들을 보며 가난한 중섭은 또 “목탄”을 집어 들 것이다. “하늘”이 펼쳐주는 배경엔 “새”가 맘껏 날아볼 것이다. 한 폭의 그림이 중섭의 화판을 벗어나 우리의 삶 안에서 완성될 것이다.<김제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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