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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시애틀항과 타코마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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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대 국회의원

‘한 마을에 우물을 두 개 파면 물이 마른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우물을 늘리게 되면 물길이 분산되어 결국 모든 우물이 마른다는 뜻이다.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불과 16km 거리에 두 개의 항만을 운영한다면 한정된 물동량과 투자 예산이 나뉘며 두 항만 모두 위태로워질 수 있다. 

겉으로만 보면 두 개의 항만으로 보일 수 있으나,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주장이다. 

사업 초기 기획부터 기능과 역할까지 고려한다면,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은 하나로 볼 수밖에 없다.

군산항은 오랜 시간 전북 산업과 물류를 떠받쳐온 핵심 인프라였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반복된 토사 매몰로 수심이 얕아지면서 대형선박의 접안이 어려워졌고, 항만기능 전반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고자 기획된 것이 바로 새만금 신항이다. 

단순히 신규 항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군산항의 기능을 보완하고 전북 물류 생태계의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해법이었다. 

해수부의 여러 용역과 기본계획에도 새만금 신항의 목적이 군산항의 기능 보완이라고 뚜렷이 명시되어 있다. 

두 항만은 처음부터 ‘보완관계’로 설계된 하나의 ‘One-Port’ 시스템인 것이다.

게다가 군산항은 수십 년간 항만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CIQ(세관ㆍ출입국ㆍ검역소) 시설부터 입출항 관리, 화물 적하 및 하역 등 전문인력과 인프라가 이를 증명한다. 

군산항의 시스템과 인프라는 새만금 신항의 조기 기능 안정화를 이끌 기반이 되며, 서해안 국제 무역 거점으로 성장하도록 날개 역할을 할 수 있다.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이 ‘One-port’로 운영되어야만 진정한 시너지가 실현된다.

반면, 새만금 신항이 군산항과 별도로 운영된다면 두 항만이 서로 경쟁하며 전북 전체 물류 생태계를 분열시킬 것이다. 

투자와 수요가 분산되며 항만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 워싱턴주에 20세기 초부터 100여 년간 경쟁해온 시애틀항과 타코마항이 있다. 

불과 64km 거리의 두 항만은 각각 독립항만으로 운영하며 서로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경쟁을 벌여왔다. 

물동량 유치를 위해 요금을 인위적으로 낮추고, 인프라 확장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중복으로 투자하며 서로를 갉아먹었다. 

그 결과 두 항만 모두 수익이 감소하고 글로벌 경쟁력마저 낮아졌다. 

실제로 2012년 시애틀항 관계자는 두 항만의 경쟁으로 발생한 손실이 약 3,500만 달러(약 450억 원)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결국, 2015년 두 항만은 노스웨스턴 시포트 얼라이언스(Northwest Seaport Alliance)를 결성하여 두 항만의 기능을 재정립하며 실질적으로 운영방식을 ‘One-Port’로 변경했다. 

시애틀과 타코마는 100년을 돌아 협력의 손을 잡았다.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이 같은 역사를 반복할 이유가 없다. 

빛은 함께 모일 때 더욱 강해지고, 더 멀리 퍼진다. 지금은 서로의 빛을 하나로 모아, 지역 발전이라는 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이다. 

전북 서해안 전체가 균형 있게 빛나는 길은 ‘각자의 길’이 아닌 ‘함께 가는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신영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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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대 국회의원 #새만금 신항 #군산 #김제 #시애틀항 #타코마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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