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연극의 한 축을 오래도록 묵묵히 지켜온 창작극회가 새로운 리더를 맞았다. 신임 대표로 선출된 류가연 씨(43·전주)는 오랜 시간 배우이자 연출가로서 무대 안팎을 두루 경험해 온 인물이다. 그는 연극을 ‘살아 있는 질문’이라 말하며, 시대와 호흡하는 예술로서의 연극을 다시 한번 대중 곁으로 가져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극단의 대표가 됐다니 아직은 얼떨떨한 기분이지만, 대표라는 자리에 오른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창작극회는 전주의 연극계에서 단순한 극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사적인 예술을 넘어서, 지역과 함께 숨 쉬는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대표로 선출된 소감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1961년 창단된 창작극회는 60여 년 동안 지역 연극의 정체성과 흐름을 함께 해왔다. 다양한 실험적 무대를 통해 동시대의 질문을 던졌고, 관객들과의 호흡을 중시하는 태도를 고집해 왔다. 그는 그 정체성을 창작극회가 기조로 삼아온 ‘연극으로 만드는 따뜻한 세상’이라고 설명한다.
류 대표는 “연극을 20년 넘게 하면서 정작 현실은 마냥 따뜻하지 않은데, 너무 이상향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죠. 물론 연극으로 인해 세상이 따뜻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저는 연극을 통해 마음을 이어가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해요. 연극을 통해 마음을 이어갈 수 있는 집단으로 굳건히 자리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특히 대표는 창작극회 역사상 최초로 선출된 여성 대표라는 타이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 들어 젠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지역 연극계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어요.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작품을 접하기가 정말 어려웠죠. 그래서 저는 단원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올해 창작극회는 창작극 중심의 정기 공연은 물론, 지역 예술인들과의 공동 기획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실제로 창작극회는 단편소설을 각색해 무대에 올리는 등 문학과의 협업을 시도하고 있으며, 지역 연극인을 넘어 다양한 문화예술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예술 교류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창작극회는 지난 60여 년 동안 울림 있는 연극으로 마음을 두드리고 그 마음을 이어가는 연극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그 긴 세월을 지켜주신 선배님들, 앞으로 함께할 후배들, 그리고 언제나 창작극회를 찾아주시는 관객 여러분께 부족함 없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저희는 앞으로도 꾸준히 고민하고 정진하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변함없이 관객을 위한 연극을 만들어가고 있으니, 여러분도 언제든지 편하게 찾아와 주세요. 저희는 항상 열심히 연극을 하겠습니다.”
류 대표는 전북대 독문과를 졸업해 2002년 창작극회에 입단해 2009년까지 기획실장으로 일했다. 이후 그는 창작소극장 대표를 맡았었다. 현재 류 씨는 교육연극창작연구소 '씨앗' 대표와 더불어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 이사, 전북도교육청 학교문화예술교육진흥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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