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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예수병원 100년, 번역으로 다시 불 밝힌 김민철 대자인병원 박사

한국 의료 선교의 뿌리를 증언하는 기록 <꺼지지 않는 사랑의 불씨>는 이미 한 차례 세상에 나온 적이 있다. 1998년 11월 3일, 예수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병원 내부에서 발간된 책이었다. 당시 예수병원 기조실장으로 백주년 기념 사업을 총괄하던 대자인병원 김민철 박사가 설대위(David J. Seel) 선교사의 원고를 받아 행정부서 오용 선생과 함께 번역을 맡았다. 그러나 촉박한 일정과 제한된 여건 속에서 출판사를 거치지 못한 채 병원사로만 남았고, 의료사적으로 중요한 이 기록은 지역과 사회 전반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했다. 김 박사는 “번역도 아쉬움이 남았고, 무엇보다 예수병원의 역사가 널리 알려지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고 회상한다. 이후 설대위 선교사가 내용을 보완해 미국에서 책을 출간했고, 이를 계기로 김 박사는 다시 번역에 나섰다. “이번에는 반드시 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내놓고 싶었다”는 것이 재번역의 이유다. 작업 대부분은 김 박사가 맡았고, 예수병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고근 선생이 편집과 교정을 도왔다. 1954년 예수병원에 부임해 1990년까지 전주를 떠나지 않았던 설대위 선교사는, 1898년 초가집에서 진료를 시작한 마티 잉골드 여의사부터 이어지는 예수병원의 뿌리를 직접 추적해 기록했다. 김 박사는 “그 시대를 몸으로 살아낸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책”이라며 “반드시 남겨야 할 역사를 기록해 준 데 대한 감사가 컸다”고 말했다. 번역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김 박사는 “시대적 맥락을 이해하면 해결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미국적 정서와 문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미묘한 결을 충분히 소화해 옮기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의사로서 의료 용어나 임상 장면은 비교적 수월했으며, 낯선 인명과 지명은 소피 크레인, 조지 브라운 등의 선교 기록과 관련 문헌, 최신 자료를 교차 확인하며 정확성을 기했다. 그가 해석한 이 책의 핵심은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이다. 김 박사는 “예수병원의 역사에는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대하는 정신이 흐르고 있다”며 “설대위 선교사가 자주 인용한 헨리 나우웬의 말처럼, 이 책은 ‘상처 입은 세상의 상처 입은 치유자’로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한국 사회와 의료 환경 속에서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김 박사는 “의료의 수준과 제도, 의사의 동기까지 달라진 시대에, 변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인지 짚어준다”고 강조한다. 예수병원은 진료·교육·선교라는 세 축을 통해 수많은 의료인을 길러냈고,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한국 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그는 “전주라는 소도시로 전국 의대 졸업생들이 몰려들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예수병원이 남긴 유산”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 박사는 특히 이 책이 전북 도민들에게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한센병과 결핵, 전염병으로 고통받던 이웃을 섬긴 이 지역의 의료사이자 생활사”라며 “우리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보내는 나라가 된 지금, 이 역사를 기억하는 태도가 앞으로의 선택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책의 출간 목적을 “본질에 속하는 가치를 보존하는 일”이라 정리한다. “역사는 미래를 섬기기 위해 과거를 보존하는 일”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번역이 반역이 될까 노심초사하며 보낸 시간들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보상받기를 바란다”는 말에 그의 소회가 담겼다. 김 박사는 20, 21대 예수병원장을 역임했다. 내과의사로 암을 전공하고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등에서 연수하였으며 지금은 대자인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진료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르완다 난민 구호와 나이지리아에서 장기간 의료선교사로 활동을 했다. 한국누가회 이사장, 인터서브선교회 이사장, 난민인권센터 대표, 밴쿠버 VIEW 신학대학원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의료 세계관이 결정한다>, <의사 주보선>등과 공동 저서, 그리고 번역서로 <상처 입은 세상 상처 입은 사람들 곁으로> 등이 있다. 전현아 기자

  • 사람들
  • 전현아
  • 2025.12.14 15:59

기후부 ‘전국 지자체 환경관리 실태평가’ 대통령 표창 수상한 김종만 전북도 환경관리팀장

“환경 행정은 현장이 답입니다. 악취·수질·대기 문제, 더 집요하게 파고들 것입니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관한 올해 ‘전국 지자체 환경관리 실태평가’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김종만(50) 전북특별자치도 생활환경과 환경관리팀장의 소감이다. 9일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김 팀장의 환경행정 철학은 명확하다. 사업장은 단속 대상이 아니라 ‘파트너와 같다’는 원칙이다. 2003년 부안군청 최초 환경직 공채로 임용된 그는 20여 년간 도내 악취·대기·수질·화학물질 등 환경 현안을 다뤄온 ‘현장형 환경 행정가’로 꼽힌다. 올해 수상은 그가 꾸준히 고집해온 ‘실천 중심 행정’이 결실이다. 그는 환경관리 패러다임을 ‘감독·적발 중심’에서 ‘자율관리 중심’으로 바꾸는 데 힘을 쏟았다. 사업장 지도‧점검에 사전 예고제를 도입해 체크리스트·위반사례 등을 미리 안내하고 기업이 스스로 환경관리 역량을 갖추도록 유도했다. 그는 도내 중소·신규 사업장 42곳에 전문가와 연계한 기술 지원을 제공했고 시·군 공무원 67명과 도내 환경기술인 715명을 대상으로 한 직무교육을 직접 설계·진행했다. 김 팀장은 “단속보다 자율관리를 강화해야 사고를 예방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을 대표하는 성과는 단연 김제 용지 악취 개선이다. ‘악취종합대책’을 수립하고 313억 원을 투입해 2018년 이후 도내 악취관리 체계를 전면 정비했다. 김 팀장은 “김제 용지 97곳을 시작으로 도 전역 324곳에 악취 저감시설을 확대한 결과 최대 93%의 개선 효과를 달성했다”며 “2023년부터는 축산농가 26곳을 매입해 오염원을 차단했으며 그 결과 용암천 수질이 50%, 복합 악취는 42% 저감되는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악취개선 사업의 연속성을 위협했던 ‘새만금사업법 매입기한 종료’ 문제도 직접 챙겼다. 김 팀장은 “관계 부처와 국회를 지속적으로 설득하며 기한 연장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결국 최대 4년 연장안이 국회를 통과·공포됐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현안을 해결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최근 산업 구조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 팀장은 “이차전지·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화학물질 취급 기업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안전교육과 산학협력 컨설팅도 직접 추진하며 사고 예방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환경 이슈가 복잡해질수록 현장에서의 경험과 대응력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팀장은 “도민과 기업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환경행정의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현장에서 실천하는 행정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 정치일반
  • 김영호
  • 2025.12.09 16:18

[줌] ‘전통과 현대의 경계 위, 제 색 찾다’⋯이해원무용단 이해원 대표

2022년 초연 이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해원무용단 아움의 ‘단오장’은 한층 깊어진 완숙미를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작품을 이끈 이해원(49·군산) 대표는 “지나간 작품을 다시 올릴 수 있다는 건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큰 축복”이라며 “특히 전주문화재단의 공연예술지원으로 관객 앞에 다시 설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번 재공연에서 가장 중점을 둔 변화로 ‘본질로의 회귀’를 꼽았다. 초연 당시에는 영상과 무대장치 등 시각적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이번 공연은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춤 자체가 가진 선과 호흡, 움직임의 힘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또 초연에서는 무대에 여성 무용수만 올랐지만, 이번에는 남성 무용수를 ‘제사장’의 이미지로 참여시켜 음양의 조화를 무대에서 구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지역 무용계에서는 이번 ‘단오장’을 두고 “담백함을 넘어선 독창적인 색채가 드러난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자신만의 ‘색’을 묻는 말에 “전통과 컨템퍼러리(동시대)를 넘나드는 균형”을 이야기했다. 그는 “전통 하는 사람이 컨템퍼러리를, 컨템퍼러리를 하는 사람이 전통을 제대로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며 “두 장르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지점을 찾는 것이 나만의 색이자 이번 작품이 주목받은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전통을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하는 데에는 창작자로서의 책임감도 크다고 했다. 그는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동초 수건춤, 강강술래, 부포 등 전통 요소를 가져오되, 이를 현대적 언어로 다시 해석해 녹여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너무 현대에 기울면 한국무용인지 모호해지고, 전통을 많이 담으면 표현의 폭이 좁아진다”며 “그 사이 지점을 찾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왔다”고도 했다. ‘단오장’에는 전주 단오제라는 지역적 맥락도 깊게 배어 있다. 그는 “젊을 때는 개인적인 철학과 고민을 작품에 담았지만, 이제는 지역의 문화·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팔복동 여공 이야기 등 지역의 잊힌 서사를 무용으로 되살려낸 작업 역시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사명”이라고 표현했다. 공연예술지원사업 선정의 의미에 대해 그는 “지원금 그 자체보다 ‘작품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준다’는 점이 가장 크다”며 “지역이 내 작품을 인정해 줬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고, 그 힘은 다시 도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작품 지원도 좋지만, 기존에 사랑받았던 작품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은 예술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원무용단 아움이 앞으로 추구할 방향에 대해 그는 “관객과 진짜로 소통하고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지역의 숨겨진 문화와 역사를 몸으로 다시 이야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전북대학교에서 무용학 학사와 무용학 석사를 취득하고,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일반대학원에서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사)대한무용협회 전북특별자치도지회 이사이자 전주시지부 부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위원, 전북대학교·진주교육대학교·전주교육대학교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호남살풀이춤’ 이수자로서 전통 춤 전승에 힘쓰고 있으며, 예술전문단체 널마루무용단 부단장과 이해원무용단 아움의 대표 겸 예술감독으로 창작 및 무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2.04 17:42

'전국 첫 농어촌활력재단' 설계 김성남 전북도 농촌사회활력팀장…“농촌 소멸, 이제는 시스템으로 막아야”

농촌의 공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마을은 비어가고 일손은 끊기며, 학교와 시장은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전북농어촌활력재단’ 설립 승인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실무 전반을 챙긴 주인공이 바로 김성남 전북자치도 농촌사회활력팀장이다. 현장에서 농촌·경제·사회서비스를 오가며 정책을 맡아온 김 팀장은 “흩어져 있던 기능을 하나로 묶는 일이 지금 농촌에 가장 필요한 과제였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지난달 행정안전부로부터 광역지자체 최초로 전북농어촌활력재단 설립 승인을 받았다. 농촌경제·공동체·일자리·교육 등으로 흩어져 있던 4개 기관을 하나로 통합해 농촌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삼는 구조다. 김 팀장은 “기관마다 따로 추진되던 사업들이 중복되거나 단절되는 문제가 반복됐다”며 “체계적 통합 없이는 지속성도, 공공성도 담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1실·2부·1관, 총 32명 정원으로 내년 말에 출범할 계획이다. 기존 기관 인력을 승계하는 방식이어서 재정 부담은 추가되지 않지만, 단일 조직으로 묶이면서 현장 인력의 고용 안정성과 전문성이 한층 강화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김 팀장은 “기관이 흩어져 있을 땐 인력 운용도 파편화돼 있었지만, 통합되면서 전문 분야별 역할이 명확해졌다”며 “32명 규모의 상설 조직이 갖춰지면 농촌 일자리와 공동체 지원 사업도 보다 안정적으로 굴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은 48억 원 규모로, 본부는 올해 3월 문을 연 김제 전북농촌경제사회서비스활성화지원센터에 두게된다. 도비가 포함된 사업은 도의회 심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설계해 지방출연기관의 책임성을 강화했다. 김 팀장은 “재단이 임의로 사업을 늘리는 조직이 아니라, 기존 기능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이어 붙이는 역할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농식품부 ‘행복농촌만들기’ 공모에서도 마을·농촌·창업가 부문 우수상 3건을 이끌어내며 현장의 성과를 정책으로 연결해 왔다. 1992년 9급 공채로 공직에 들어선 뒤 33년 동안 농촌의 인구감소와 돌봄·공동체 붕괴를 가까이서 지켜본 그는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통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경제·공동체·교육이 제각각 움직이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대응이 어렵다”며 통합 재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단 출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단계가 남아 있다. 통합 기관의 운영 정비와 내년 상반기 본격 가동이 과제로 남았다. 김 팀장은 “통합은 시작일 뿐”이라며 “이제 중요한 건 농촌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꾸준히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농촌 문제는 특정 부서의 업무가 아니라 삶 전체를 지탱하는 문제”라며 “재단이 전북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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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서
  • 2025.12.02 17:06

“동학농민혁명의 이름이 바로서야 전북의 역사 완성될 것”… 박종호 전주·완주 동학농민혁명 유족회장

최근 전주 한옥마을 언덕 아래 동학혁명기념관 지하 1층에 전주·완주 동학농민혁명 유족회의 새 사무실이 문을 열었다. 박종호(81) 유족회장은 이곳을 “이름을 찾아가는 일의 시작점”이라 소개한다. 흩어진 후손을 다시 모으고 지워진 역사를 회복하기 위한 거점이라는 뜻이다. 임실 청웅면 출신인 그는 25년 동안 천도교 교구장을 지낸 아버지 덕에 어려서부터 동학농민혁명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의 증조할아버지 고 박순만(1851년생)옹 역시 동학도로서 3월 운암 지천리 기포를 시작으로 방아재·남원성 전투에 참여한 뒤 피신해 살다 1932년에 생을 마친 인물이다. 이런 가족사의 영향은 박 회장에게 동학을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닌 ‘이어야 할 뿌리’로 남겼다. 박 회장은 2010년대 초 사실상 해체된 전주·완주 유족회를 2019년 재창립했다. 그러나 명부는 부정확했고 상당수 후손은 세상을 떠나거나 주소가 끊겨 찾기 어려웠다. 그는 이러한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지난 7년 동안 전주와 완주를 돌며 수소문해 후손은 700여 명을 찾아냈다. 연락이 닿는 인원은 200명 정도였다. 재개발로 집이 사라지고 고향을 떠난 이들이 많아 한 명을 찾는 데 한 달이 걸리기도 했지만, 그는 “후손을 찾는 일이 서훈과 명예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으로 일을 계속해왔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그의 활동 뒤엔 동학농민혁명이 왜 ‘기억되어야 하는 역사’인지에 대한 인식이 자리한다. 1894년 고부에서 일어난 봉기는 호남과 전국으로 확산하며 부패한 조정을 향해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청군과 일본군이 개입하면서 동학농민군은 외세에 맞선 항일 무장투쟁으로 다시 일어섰고, 우금치 전투에서 수만 명이 포화 속에 희생됐다. 이후 일본군과 관군은 고향의 가족까지 ‘반역도’로 몰아 색출했고, 후손들은 생존을 위해 이름과 혈통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유족을 찾기 어려운 이유 역시 이 역사적 단절에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최근 전북특별자치도는 내년부터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에게 매월 5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박 회장은 박정규·염영선 도의원과 함께 조례 개정을 설득하며 “동학농민혁명은 전북의 역사이자 국가의 역사”라고 강조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이 2차 봉기 참여자 서훈 추진을 공식화하며 국가적 인정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박 회장은 끝으로 “동학농민혁명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말하지 못한 세월이 너무 길었다. 우리가 이름을 다시 불러낼 때 비로소 그 역사가 완성된다” 강조했다. 한편 지난 21일 전주 한옥마을 동학혁명기념관 지하 1층에 새로 개소한 동학농민혁명 전주·완주 유족회 사무실은 유족 간 소통과 기념사업 추진을 위한 거점 공간으로,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정기 운영된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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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서
  • 2025.11.25 16:18

대만 투어로 전주 전통·예술·창작 문화 매력 알리는 전주시 홍보대사 ‘차오름’

“공연을 통해 전북과 전주, 그리고 한국의 전통예술이 가진 아름다움을 대만에 전하겠습니다.” 지난 21일부터 대만 타이베이와 신베이, 헝춘 등 주요 도시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던국악프로젝트 ‘차오름’ 이유빈 대표의 각오다. 차오름은 국악의 장단을 기반한 음악으로 새롭고 도전적이며 실험적인 퓨전국악을 선보이는 창작단체로, 지난 2020년 창단했다. 전주를 주 무대로 활동 중인 차오름은 올해 9월 전주시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이후 전주시의 주요 행사·축제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전통과 현대가 조화로운 전주의 문화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차오름의 대만 투어는 (재)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의 ‘2025 문화예술교류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차오름은 이번 대만 투어에서 단독 및 협력 공연을 하며, 전주가 지닌 전통·예술·창작 문화의 매력을 대만 관객에게 직접 소개한다. 이 대표는 “이번 투어를 통해 대만의 여러 아티스트와 교류를 강화하며 향후 아시아권 창작 음악 네트워크를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차오름은 지난 2022년 대만 골든 인디뮤직어워드(GIMA) 아시안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부문에 지명된 인연으로 지난해에도 첫 번째 대만 공연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전주시 홍보대사로 국제 무대에서 전주의 문화 경쟁력을 알릴 기회를 갖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교류를 통해 한·대만 예술가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정원 기자

  • 사람들
  • 강정원
  • 2025.11.24 17:03

[줌] 한정원 전북도 팀장, 보건복지부 ‘한의약 육성’ 평가 2년 연속 최우수상 기여

“전북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현장에서 답을 찾는 행정이 진짜 행정입니다.” 한정원 전북특별자치도 건강증진과 건강정책팀장(54)은 30여 년의 공직생활 동안 한결같이 ‘현장 중심 보건행정’을 신조로 삼아왔다. 그 꾸준함의 결과가 지난해와 올해 연이은 전국 수상으로 이어졌다. 전북자치도는 2025년 보건복지부 주관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 평가’에서 2년 연속(2024~2025년) 최우수상을, 질병관리청 ‘만성질환 전문인력 양성 교육 우수사례 평가’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전북도는 이번 성과로 한의약과 만성질환 관리 두 분야에서 모두 최고 평가를 받은 전국 유일의 광역자치단체가 됐다. 두 사업의 기획과 추진을 맡은 이가 바로 한정원 팀장이다. 한 팀장은 이를 “개인보다 조직의 힘이 만든 성과”라며 “그동안 노력한 부분이 개인적인 홍보로 비춰질까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건강정책을 목표로, 한의약 자원을 활용한 맞춤형 돌봄체계 구축과 생활 속 건강관리 기반 조성에 집중했다. ‘한의약 증진으로 특별한 지역사회 건강복지 강화와 산업화 기반 조성’이란 비전을 세우고 한의약 정책 발굴 및 추진체계 구축, 한의약을 통한 지역 건강복지 증진, 산업화 기반 구축 등 3대 전략을 주도했다. 특히 고령화·취약계층 증가에 대응해 여성·노인·아동 대상의 한의약 건강돌봄사업을 확대하고 지역 특산 한약재 산업화와 생산시설 현대화 지원을 병행했다. “건강은 의료기관이 아니라 일상에서 지켜야 한다”는 한 팀장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현장과 행정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도 꾸준했다. 도내 시·군 보건소와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 사업의 실행력을 높였고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보건 현장 인력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높였다. 이러한 노력이 질병관리청의 ‘만성질환 전문인력 양성 우수사례’로 선정되며 전국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한 팀장은 “현장을 움직일 때 정책은 의미가 있다”며 “책상 위 행정보다 생활 속에서 체감되는 보건행정이 도민의 삶을 바꾼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행정의 기본을 소통과 실행이라 평소에 생각하며 공무원으로서 전문성과 책임감, 그리고 도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공감 능력을 잃지 않으려 하고 있다. 군산 출신으로 1992년 보건직 9급으로 공직에 입문한 한 팀장은 “한의약과 만성질환 관리는 도민의 건강을 지키는 두 축이다”며 “앞으로도 지역 특성을 살린 통합 건강정책으로 전국을 선도하는 건강 복지 1번지 전북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영호 기자

  • 사람들
  • 김영호
  • 2025.11.13 16:49

[줌] 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성공 개최 이끈 전북육상연맹 소재철 회장

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가 지난 5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 뒤에는 주관 단체인 전북특별자치도육상연맹의 소재철 회장이 있었다. 소 회장은 “전북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역전마라톤이자, 우리나라 육상사의 한 축을 세워온 뜻깊은 대회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 대회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창립 초기부터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온 전북일보사의 관심과 헌신 덕분”이라며 “지역 육상이 도보에서 마라톤으로 이어지는 근본을 지켜온 상징적인 무대”라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대회를 통해 육상 저변 확대의 흐름을 분명히 느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을 비롯해 초등학생과 일반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출전한 점이 인상 깊었다”며 “선수 부족이라는 현실도 있지만, 반대로 보면 육상 인구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강조했다. 전주에서 출발해 군산과 순창 등 도내 주요지역을 잇는 대회 코스에 대해 “각 지역별 응원과 격려가 활발히 이어져 선수들이 큰 힘을 얻었다”며 “앞으로는 14개 시·군이 모두 참여하고 어울릴 수 있도록 역전구간을 조정해 지역 간 균형을 살리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전주팀에 대해서는 “전주는 인구 규모가 크고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 선수층이 두텁다”며 “육상에 대한 열정이 지역 전반에 뿌리내려 있기에 가능한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육상뿐 아니라 여러 종목에서 예산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면, 더 많은 선수 발굴과 훈련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 회장은 취임 이후 ‘육상 저변 확대와 생활체육 연계’를 꾸준히 강조해 왔다. 그는 “익산에서 열리는 ‘백제왕도 익산 2025 전국육상경기대회’는 학생부터 일반인까지 참여하는 전국 규모의 대회로 자리 잡았다”며 “이처럼 지역 대회가 전국 무대와 이어질 때 청소년 육성 기반이 더욱 탄탄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는 또 다른 전국대회를 전북에 유치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 제38회 역전마라톤대회에 대한 구상도 구체적이다. 그는 “초·중·고, 대학, 일반부로 이어지는 선수 발굴 체계를 강화하고, 도교육청의 지원을 확대해 청소년층부터 육상 기반을 확실히 다질 계획”이라며 “지난해 창단한 예원예술대학교 육상부처럼 대학과의 연계도 꾸준히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소 회장은 이번 대회를 함께 만들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역전마라톤의 뿌리는 전북일보 서정상 전 회장님의 ‘체육은 인간의 기본’이라는 철학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북일보가 든든히 함께해 준 덕분에 오늘의 역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민 여러분이 이 대회의 의미를 함께 새기고, 지도자와 선수들이 안전과 실력 향상에 힘써준다면 내년 대회는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원 출신인 소재철 회장은 원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서울대 건설산업최고전략과정(ACMP 1기)을 수료했으며, 대한건설협회 부회장,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대의원, 전북애향본부 부총재, 전주상공회의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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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5.11.10 18:36

데이터로 도시를 짓다…전북 건축문화상 학생부문 대상 전주대 박인호 학생

“도시는 끊임없이 진화합니다. 건축 역시 그 변화의 언어로 시대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올해 ‘전북특별자치도 건축문화상’ 학생 부문 대상을 수상한 전주대학교 건축학과 박인호 씨(24)의 말이다. 그는 건축의 언어를 ‘데이터’로 해석했다. 보이지 않는 정보의 흐름이 도시의 구조를 바꾸고, 사람들의 삶을 재편하는 현재, 그는 건축이 기술을 넘어 사회의 감각을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박 씨의 수상작 ‘DATA MATRIX’는 디지털 데이터와 건축의 관계를 탐구한 실험적 작품이다. 도시 속에서 쏟아지는 정보의 흐름을 시각화하며, 데이터 사회가 만들어낼 새로운 도시 풍경을 공간으로 풀어낸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 씨는 “늘어나는 데이터로 인해 도시의 풍경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며 “그 변화 속에서 건축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작품은 단순한 설계도를 넘어, 정보화 시대 사회 구조를 공간적으로 번역한 하나의 언어로 해석하고 있다. 도시의 단면을 데이터의 흐름으로 재구성해, 일과 놀이,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유연한 사회를 제시한다. 박 씨는 “일과 놀이가 분리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처럼, 작품은 기능적 건축을 넘어 일상의 감정을 담은 풍경으로 확장하고 있다. 건축이 기술의 표현이 아니라 사람의 감각을 회복시키는 예술임을 보여주는 이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단은 “데이터라는 추상적 개념을 건축적으로 구현하며, 디지털 시대의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남원 출신인 그는 운봉초·운봉중·남원고를 거쳐 전주대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어릴 적부터 도시의 풍경보다 작은 건물의 구조와 빛의 움직임에 더 끌렸다고 한다. 건축학도로서 그는 지금도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밤낮으로 고군분투하는 사람”이라며 “다양한 상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많이 보고 배우며 이를 기반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 씨는 건축은 ‘사람’이라 정의했다. 데이터가 주도하는 세상 속에서도 결국 공간을 채우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의 감정과 기억이 머무는 곳이 진짜 건축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는 늘 ‘사람이 중심에 있는 도시’가 전제되고 있다. 그는 “건축이 기술보다 감성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디지털 시대에도 사람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씨의 ‘DATA MATRIX’는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전북도청 로비에 전시된다. 데이터와 인간, 기술과 감성이 교차하는 새로운 도시의 풍경 속, 그의 상상이 어떤 형태의 건축으로 현실화될지 기대를 모은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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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서
  • 2025.11.06 17:34

[줌] 허정선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관장 “미술관이 한국 대표 ‘생명 예술’ 거점 되길”

“미술관은 격조 있는 곳이 아닙니다. 카페 들르듯 편하게 오셔도 좋습니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의 새 수장으로 부임한 허정선 관장(59)은 ‘열린 미술관’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예술이 일상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 곁으로 스며드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허 관장은 울산시립미술관 개관 학예사로 활동하며 미술관 건립과 전시 기획,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 등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그는 “문화시설은 개성 있는 공간이 조화를 이루되, 자연과의 공존을 전제로 해야 한다”라며 “김병종미술관 제2관 건립이나 함파우 아트밸리 조성 과정에 저의 경험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허 관장이 바라본 김병종 화백의 예술세계는 ‘진정한 생명의 힘’이다. 그는 “김 화백님의 생명 철학인 기운생동의 개념은 진리가 유토피아처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스며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라며 “미술관을 찾는 수많은 관람객이 그의 작품에서 위로를 얻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미술관으로 평가받는다. 전시동, 교육동 ‘콩’, 수장고 세 동이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건물 자체가 김병종 화백의 생명 철학을 구현하고 있다. 허 관장은 “특히 교육동 ‘콩’은 우리 미술관의 상징이자 정체성”이라며 “시민이 예술을 직접 배우고 체험하는 열린 플랫폼이자 평생학습의 장으로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미술관의 정체성은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김병종 화백의 예술세계, 자연을 품은 건축미, 그리고 시민 참여의 상징인 ‘콩’이다. 이 세 가지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의 근간이자 미래의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허 관장은 향후 김 화백의 예술세계를 아우르는 대규모 회고전과 한국 근‧현대미술작가전, 인류의 미래를 다루는 국내외 작가전, 그리고 지역미술 연구를 통한 남원 출신 작가 발굴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남원미술의 계보를 정리하고, 지역 우수작가와 세계를 잇는 교두보로 미술관을 일구겠다”고 강조하며 “올해 추진 중인 ‘제1회 김병종미술상’을 계기로 국내외 우수 작가를 지원하고, 세계와 소통하는 미술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끝으로 “미술관이 한국을 대표하는 ‘생명 예술’의 거점이 되길 바란다”며 “시민의 일상과 함께하면서도 세계로 뻗어나가는 미술관, 그것이 제가 꿈꾸는 미래”라고 했다. 한편, 허 관장은 영남대학교 미학미술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포항시·울산시 학예연구사를 거쳐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겸임교수를 지냈다. 남원=최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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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동재
  • 2025.11.04 18:57

[줌] 책 읽는 시인 정재영, 제11대 전주문인협회 이끈다

시인 정재영(62) 옆에는 늘 책이 있었다. 그 자리에 경전이 있었다면 경전을, 법전이 있었다면 법전을 집어 들었을 것이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으로 삶의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그는 책을 읽었다. 인간이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듯이 그에게 글을 읽고 쓰는 행위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1993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한 후 시집 <물이 얼면 소리를 잃는다> <나무도 외로울 때가 있다> <그대 곁을 떠난 적 없습니다> 등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해 온 그가 제11대 전주문인협회장으로 당선됐다. 국제펜클럽 전북위원회 부회장, 전북시인협회 부회장 등 지역 문단에서 여러 중책을 맡아 활동해 온 만큼 향후 3년간 전주문인협회를 이끌 시인에게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정 시인은 “무투표로 당선됐다”며 자신을 낮췄지만, 사실 그는 3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국어 교사이기도 하다. 교사와 시인이라는 두 가지 업무를 모두 소화해 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했던 그를 지난달 31일 전주한일고등학교에서 만났다. 시인에게 시는 설렘이었다고 했다. “너는 알고 있었지/내가 너를 얼마나/사랑하고 있는지/담이 무너지도록/기대고 또 쳐다보던/달빛 눈망울”이라며 ‘담(2023)’아래 웅크리고 있다가 “단단한 열매가/다시 꽃이 되어/필 줄 알면서도/그대를 온몸으로 지웠다 하네”라며 열병을 앓는 이의 마음까지 ‘꽃이 죽는다고(2023)’로 표현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일까. 시인은 “전주가 예향의 도시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봉사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거창한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문인들과 문학이 지역에서 견고하게 자리할 수 있도록 전주문인협회를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주시가 덕진공원 정비 사업을 추진하면서 옮겨놓은 ‘시비(詩碑)’관련 사안부터 문예진흥 기금 확보를 통한 수익 구조 창출, 예술인 창작 공간 확보 및 제공, 젊은 예술인 육성 방안 마련 등을 중심으로 문학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책을 지독하게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시상을 메모하고 시로 옮겨 적는다. 책을 통해 세상을 보고 글로 성장해 온 시인은 내년 1월부터 제11대 전주문인협회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국어교사에서 시인으로, 다시 문인협회장으로 인생의 새로운 시즌을 맞고 있는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문학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제 옆에 있을 거에요." 글을 읽고 쓰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다는 그가 있기에 전주문인협회의 미래가 기대됐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말에 진심을 담기 위해 기자의 눈을 마주 보고 또박또박 천천히 대답하는 모습에서 온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꾸려나갈 전주문인협회가 더욱 따뜻할 것이라는 믿음이 샘솟았다.

  • 사람들
  • 박은
  • 2025.11.03 17:05

[줌] 주민들과 함께 '70만 관광지' 오성한옥마을의 기적 만든 최수강 이장

“사람이 떠난 자리에 다시 사람을 불러들인 마을이 오성한옥마을입니다.” 흙냄새와 바람결이 스며든 마을, 완주 종남산과 위봉산의 능선이 품처럼 둘러싼 곳. 오성제 저수지를 거울 삼아 한옥 지붕들이 낮게 눕듯 자리한 오성한옥마을을 찾는 사람들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 마을회관 하나 없던 작은 시골이 이제 연간 70만 명이 찾는 전북의 명소가 됐다. 그 변화의 시간 한가운데엔, 스무 해 넘게 마을의 뿌리를 지켜온 최수강(64) 이장이 있다. 2003년, 그는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 귀촌 1세대로 이곳에 첫 땅을 샀다. 그는 “그땐 정말 낙후된 시골마을이었다. 도시와 가까웠지만 찾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없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그가 지은 한옥과 ‘오성제 카페’는 단순한 쉼터가 아니었다. 이 마을의 변화는 그 작은 마당에서부터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도시계획전문가 장택주 전남도립대 교수 등 뜻을 같이한 이들이 하나둘 마을에 모여들었다. 주민과 귀촌인이 손을 맞잡고 마을계획을 세웠고, 닥나무 숲길과 저수지, 한옥을 활용한 경관 자원화가 시작됐다. ‘우리 마을을 우리 손으로 바꿔보자’는 마음 하나로 시작된 일이었다. 최 이장은 “어느 한 사람의 공이 아니라 모두의 손끝이 만든 결과”라며 “교수, 예술인, 귀촌인, 원주민이 함께 꿈꿨기 때문에 지금의 오성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마을의 가장 큰 힘은 사람이다. 주민들은 매년 마을 워크숍을 열어 자원을 조사하고, 직접 공모사업을 제안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스스로 운영규약을 만들어 무분별한 개발을 막았다. 그렇게 세워진 한옥 25채가 산과 물, 숲과 어우러져 지금의 ‘경관이 곧 콘텐츠’인 마을을 완성했다. 최 이장은 "우리 마을의 변화는 공동체의 손끝에서 시작됐다"며 "예산을 따오는 것을 떠나 중요한 건 사람의 의지였고 주민의 신뢰로 지금까지 마을을 가꿔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남 강진 출신인 그는 전북에서 교직 생활을 하며 자연스레 이곳에 정착했다.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전주에 거주하면서 이웃들과 교류했고, 그 인연이 완주 소양의 오성한옥마을로 이어졌다. 지금은 퇴직 후 2023년부터 마을 이장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현재 오성한옥마을에는 50가구 87명의 주민이 살고 있지만, 그중 원주민은 다섯 가구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도시에서 한옥의 풍경과 마을의 역사에 반해 찾아온 귀촌인들이다. 그렇게 모인 이들이 함께 땀과 정성으로 지금의 오성을 만들어냈다. 이제 그는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하수처리 시설 개선, 공용주차장 확충, 복합문화교육공간 조성 등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끝으로 최 이장은 “오성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우리 세대가 한 걸음 내딛으면, 다음 세대가 그 길 위에 마을을 더 아름답게 한옥을 지을 것"이라고 했다.

  • 사람들
  • 이준서
  • 2025.10.30 17:01

[줌]‘함께’의 가치 실현하며 성장 중인 소민지 모멘텀파운데이션㈜ 대표

“기업이 성장하는데 있어 지역사회의 역할이 매주 중요합니다. 도움도 필요하고요. 기업이 이윤 창출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 환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익산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김치 10㎏ 2000상자가 전달됐다. 1억 원에 달하는 통 큰 기부의 주인공은 서울 소재 모멘텀파운데이션㈜의 소민지 대표.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그의 마음은 명절을 앞두고 지역의 저소득가정에게 온기를 불어넣었다. 그의 선행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익산 소재 사회복지법인 창혜복지재단 산하 전북혜화학교에 한돈 등뼈 1.2톤(3000만 원 상당) 기부, 강남푸드지원센터에 복숭아·자두 지원 등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 같은 지역사회 상생 노력은 ‘나눔을 통한 성장’이란 그의 기업 운영 철학에 기인한다. 지난해 7월 회사를 설립한 그는, 실제로 단순한 경영을 넘어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의 꾸준한 활동을 바탕으로 지난달에는 2025 대한민국 여성리더대상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지난 20일에는 2025 올해를 빛낸 브랜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오너로서 이윤 창출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 역시 이윤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장품 전문 기업으로 첫발을 뗀 그의 회사는 농축산물 가공·유통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익산과 연을 맺었다. 국내 유일의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있고 서울을 빠르고 쉽게 오갈 수 있는 KTX익산역이 선택의 배경이 됐다. 오랜 준비 끝에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축산 제조 공장 인수 절차를 밝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 중이다. 익산 공장을 물류기지로 삼아 앞으로 전국을 대상으로 농축수산물 유통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북의 우수한 먹거리를 특화해 시장을 공략하되 제조부터 가공, 유통까지 중간 과정을 최소화해 신선하고 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함으로써 소비자 신뢰를 쌓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아울러 그는 황등한우육회비빔밥으로 유명한 한일식당(백년식당·대물림맛집) 서울 강남 1호점 오픈도 준비 중이다. 소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신뢰와 합리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전북은 식품산업 분야에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익산
  • 송승욱
  • 2025.10.29 15:53

[줌] '전통을 오늘의 언어로'⋯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소리프론티어 우승팀, 우리음악집단 소옥

“전통을 오늘의 언어로 말할 수 있을 때, 그것이 비로소 살아있는 전통입니다.” 우리음악집단 ‘소옥’이 올해 ‘소리 프론티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단순한 경연을 넘어, 전통의 본질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결과다. 창단 8년을 맞은 이들은 “소옥의 색깔이 인정받은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전했다. ‘소리 프론티어’는 참가 단체의 개성과 정체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무대다. 약 30분 동안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온전히 드러내야 하는 자리에서, 소옥은 음악의 결과 방향성을 또렷하게 보여줬다. 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악기 편성보다 음악 자체의 색이 소옥의 강점임을 깨달았다”며 “평범한 외형 속에 그렇지 않은 음악이 우리의 힘”이라고 말했다. 2017년 창단된 우리음악집단 소옥은 △아쟁 연주자 김소연(30) △대금 연주자 김윤우(32) △가야금 연주자 전예원(32) △피리 연주자 정연준(29) △작곡가 및 건반 연주자 강한뫼(34) △타악기 연주자 김동민(32)으로 구성돼 있다. 각자의 악기가 가진 고유한 음색을 지켜내면서도, 서로의 해석과 감각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팀워크가 강점이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의 음악은 섬세한 균형감 속에서 완성된다. 소옥이 말하는 ‘전통의 본질’은 단순한 형식의 답습이 아니다. 아쟁과 대금, 가야금을 연주하는 몸에 배어 있는 감각, 즉 자연스러운 시김새와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작곡가의 구조적 사고와 화성적 감각이 더해지며, 전통 위에 새로운 층위의 음악이 만들어진다. 소옥은 이를 “전통의 감각 위에 현대적 구조를 쌓는 창작”이라 설명한다. 이들의 음악에는 늘 서사가 있다. 특정 이미지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청자에게 즉각적인 공감과 한국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이다. 이들은 “전 세계 산의 모양이 같지 않듯, 우리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과 이야기를 음악으로 담고 싶다”고 말한다. 소옥의 사운드는 전통악기와 서양악기의 절묘한 조화로 완성된다. 팀 내 작곡가 강한뫼는 서양음악과 전통음악을 두루 아우르는 역량을 지녔다. 그러나 그는 “작곡은 가이드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음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연주자들의 재해석이 필연적이며, 그들의 손끝에서 ‘한국적인 향기’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단체는 음악을 만들 때 각자의 악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명확히 인식하고, 이에 맞춰 ‘톤 앤 매너’를 유동적으로 적용한다. 이를 통해 이질적인 악기들이 하나의 호흡으로 묶이고, 감각적으로 완성된 음악이 된다. 결국 소옥이 보여주는 음악은 ‘전통과 현대, 구조와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다. 이들은 ‘소리 프론티어’를 통해 단지 수상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우리의 정체성을 스스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배움이었다”는 그들의 말처럼, 소옥은 오늘의 감각으로 전통의 숨결을 새롭게 노래하고 있다.

  • 사람들
  • 전현아
  • 2025.10.28 17:32

[줌] 국내 유일 고상형 친환경 통학버스 개발한 강주일 ㈜아이버스 대표이사

"그동안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 혁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밤잠을 못 이루며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업계에서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회사의 성장뿐 아니라 이제는 전북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올해 '자랑스러운 전북인 대상' 혁신 부문에서 상을 받은 강주일 ㈜아이버스 대표이사(60)의 수상 소감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20일 전북자치도청 공연장에서 '제45주년 전북 도민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자랑스러운 전북인 대상'은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강 대표는 국내 유일의 고상형 친환경 통학버스를 개발하고 어린이 차량 내부 잔류 인원 확인 장치 등 어린이 교통안전 기술 혁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수상자로 연단에 서게 됐다. 특히 어린이 차량 내 잔류 인원 확인 장치는 근래 들어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된 어린이 사고 예방 차원에서 안전한 탑승객 관리 시스템 구축으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밖에도 강 대표는 GPS(위치정보시스템)를 이용한 통학버스 통합제어시스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어라운드뷰 시스템 등 어린이 통학버스 및 안전에 관련된 특허 출원 10건을 완료했다. 군산 출신으로 환경부와 도로교통공단 등지에서 10년간 공직 생활을 한 그가 사업을 시작하며 다수의 특허를 출원하고 연구 개발에 나선 길은 새롭고도 험한 여정이었다. 그럴 수록 강 대표는 사업을 해서 돈을 벌겠다는 얄팍한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개발하느냐에 몰두했다. 강 대표는 "자동차 정비기사를 취득한 지 41년이 됐는데 평소 자동차 사고 예방을 위해 끊임 없이 고민하고 연구 개발을 거듭했다"며 "그러던 중에 연구 개발 기업으로 교통 약자인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차량에 탑승할 수 있도록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시스템을 개발하자는 목표로 사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현재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파트너 기업으로 삼아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기 대형 통학버스를 제조 납품하고 있다"며 "전국 각 지역의 교육청이나 초등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을 대상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이 2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도전경성을 모토로 삼고 있는 전북과 같이 빛나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언제나 교통 약자인 어린이들의 안전을 생각하고 연구 개발에 매진해 전북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어린이 관련 교통 사고율을 낮추는데 책임감을 갖고 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사람들
  • 김영호
  • 2025.10.27 16:50

[줌] 올해 창립 100주년 맞은 전주 YMCA 김종기 이사장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시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부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전주 YMCA 김종기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주 YMCA는 1925년 9월 11일에 창립, 지난달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김 이사장은 YMCA가 창립 이후 꾸준히 청소년 교육과 사회 활동에 힘써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립 당시 전국 모든 YMCA 조직이 인재 양성 및 교육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그러던 중 기독교 독립운동 세력의 중심이 YMCA라고 판단한 일제에 의해 대부분의 YMCA가 해산됐고, 전주 YMCA도 1938년에 해산됐었다”고 설명했다.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움츠러들었던 전주 YMCA는 광복 직후 부활했다. 김 이사장은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두 달 만에 전주 YMCA가 재건됐다”며 “재건 이후에도 농촌 지도자 양성과 교육 민주화 운동 등에 힘써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던 중 군부 독재가 시작되면서 다시 침체기를 겪었으나, 약 20년 전부터 조직이 다시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시민을 대상으로 퍙화포럼 등 평화 운동과 생명 존중 사상 전파, 평화 통일 운동 등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전주 YMCA는 전북에 하나밖에 없는 탈북민 지원센터 ‘하나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청소년 지원도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전주 YMCA 창립 100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자 김 이사장은 “수익이 나는 사업도 아닌데 사회에 봉사하는 단체가 100년의 시간을 이어왔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앞선 선배님들의 많은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크고, 정말 감개무량하다”고 답했다. 김 이사장은 향후 100년 동안에도 전주 YMCA는 사회가 필요한 곳에서 봉사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그는 “21세기 들어서 가장 중요해진 것이 환경과 기후”라며 “그런 부분에 우리가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이처럼 항상 시대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이사장은 “전주 YMCA는 정말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고, 공공에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꾸준히 담당해오고 있다”며 “전주 YMCA에 대해 시민분들이 더 알아주시고 조직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나가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전주YMCA는 오는 24일 오후 5시 전주 라한호텔에서 창립 100주년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 사람들
  • 김문경
  • 2025.10.21 16:42

[줌] 유서현 박사과정생, 생성형 AI 실용화로 국제 학술대회 최우수논문상

“임상 데이터를 포함한 실증 연구를 통해 의료진이 신뢰할 수 있는 AI시스템을 구현하고 싶습니다.” 전북대학교 유서현 박사과정생(공대 소프트웨어공학과)이 의료 현장에서 감염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생성형 AI 기술의 실용적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북대 소프트웨어공학과 적응형AI연구실에 근무중인 유서현 박사과정생은 대학 내 지성과 미모를 갖춘 ‘커리어 우먼’으로 널리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는 최근 열린 국제 학술대회 ‘Platform Technology and Service 2025(PlatCon-25)’에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PlatCon-25는 ICRP, ICT Platform Society, IEEE 부산섹션이 공동 주최하는 대규모 국제 포럼으로, 컴퓨터공학과 ICT 융합기술 분야의 권위 있는 행사다. 이번 연구에서 유 박사과정생은 GPU 메모리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낼 수 있는 의료 QA(질의응답)용 경량화 학습 파이프라인을 제안했다. 최신 기법인 QLoRA(Quantized Low-Rank Adaptation)와 FSDP(Fully Sharded Data Parallel)를 결합해 학습 효율을 높였으며, 실제 실험에서 정확도를 유지하면서도 학습 시간을 65% 단축하는 뛰어난 효율성을 입증했다. 또한 한국어 기반 ‘KorMedMCQA’, 영어 기반 ‘MedQA’, 그리고 실제 병원 데이터인 ‘Asan-AMC Health Info’까지 모두 활용해 다국어 환경과 실제 임상 환경 모두에서 성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 박사과정생은 “최우수논문상 수상은 조재혁 지도교수와 연구실 직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이번 연구가 단순 연구로 끝나지 않고 의료진의 의료행위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환자가 믿고 의료진을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의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 특화 대규모언어모델(LLM)도 경량화와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한 연구”라며 “앞으로 의료 QA와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 박사과정생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단순히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AI'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효율성과 정확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의료 인공지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유 박사과정생은 전주 출신으로 중국 롱화이 국제학교를 졸업한 뒤 전주대 중국언어문화학과 및 한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전북대 소프트웨어공학과 박사과정(적응형AI연구실)을 밟고 있다.

  • 대학
  • 이강모
  • 2025.10.20 17:05

[줌] 전북 최초 대한민국명장 진정욱 도예가 “전북의 도예, 잠든 유산 깨워야”

“전북은 우리나라 문화의 뿌리이자 예향(藝鄕)이라 불리지만, 유독 도예 분야만큼은 그 명성에 비해 잘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고창 출신 도예가 진정욱(49) 대한민국 명장은 담담히 말했다. 그는 지난달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한 ‘대한민국명장’에 도자공예 분야로 최종 선정됐다. 전북특별자치도명장 출신이 대한민국명장으로 오른 첫 사례이자, 전북 도예사(陶藝史)에 이름을 새긴 최초의 인물이다. 대한민국명장은 15년 이상 해당 직종에 종사하며 뛰어난 숙련기술을 보유하고 산업 발전 및 후진 양성에 기여한 숙련기술자에게 주어지는 국내 최고 권위의 칭호다. 진 명장은 대학 시절 분청사기의 독창적인 기법에 매료돼 도자공예의 길에 들어섰다. 2000년 완주 소양에 ‘봉강요(鳳岡窯)’를 설립한 뒤 수천 점의 사발을 빚으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물레성형 기법을 발전시켰다. 2009년 최연소 우수숙련기술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후 심사위원과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며 후진 양성과 도예문화 확산에 앞장섰다. 그는 “도예 분야에서 제 나이에 명장으로 선정된 것은 드문 일이라 감회가 새롭다”며 “이 결과가 젊은 도예가들에게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 명장은 전북 도예계의 현실을 냉정히 짚고 있다. 조선시대 부안 청자와 고창 고수작 등 전통이 깊은 지역임에도 지자체의 체계적 육성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강진이나 고흥이 청자 산업을 관광과 문화로 발전시킨 것과 달리, 전북은 잠재력에 비해 빛을 덜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들어 젊은 작가들이 생활도자와 전통공예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가능성을 언급했다. 진 명장은 “전북은 전통문화의 DNA를 지닌 지역이다. 지금처럼 젊은 도예가들과 인프라가 함께 성장한다면, 도예가 다시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02년을 시작으로 꾸준히 전국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했던 경험은 그의 인생 전환점이었다. 그는 “그 무대를 통해 우리 지역 도예가들도 전국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그 도전이 후배들에게 자극이 되어 지금의 전북 도예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진 명장은 “도예는 흙으로 쓰는 시(詩)다. 손끝의 온기와 시간의 결이 모여 비로소 한 생명을 만들어내는데 그 길 위에서 전북의 도예가들이 다시 빛을 찾을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데 힘쓰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진 명장은 전주 효자초등학교와 완산중학교, 동암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원광대학교 도예학과를 거쳐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군산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 사람들
  • 이준서
  • 2025.10.16 16:02

[줌] 고창의 시간, 사람, 유산을 잇다

고창 해리 출신의 박현규 전 고창군의회 의장(현 고창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공동위원장·고창군장애인복지협의회 회장·세계유산보존협의회 위원장)은 지역사회와 사람, 그리고 문화유산을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쉼 없이 달려온 인물이다. 사진작가로 고창의 풍경과 사람을 기록하고, 복지 현장에서 이웃을 돌보며, 세계유산 보존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그는 10월 2일부터 22일까지 열리고 있는 ‘2025 세계유산축전’을 총괄하고 있다. 올해 축전은 고창의 세계유산인 ‘고인돌 유적과 갯벌’을 중심으로 전통문화와 자연, 사람을 잇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세계유산보존협의회 위원장으로 준비 단계부터 참여해온 박 위원장은 고창의 역사와 가치를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유산은 우리가 지켜야 할 과거이자 미래 세대의 자산입니다. 이번 축전은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세계 속에 고창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번 축전에서 ‘살아 있는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고인돌과 갯벌을 주제로 한 사진 전시회를 열고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작가로서의 섬세한 시선으로 고창의 자연과 사람을 세계인에게 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위원장은 예술 활동 못지않게 공동체 리더로서의 발자취도 굵직하다. 고창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공동위원장으로서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취약계층 지원에 앞장서며, 민·관 협력을 통한 주민 주도의 복지 공동체 실현에 힘써왔다. “복지는 행정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주민 모두가 손을 잡아야 진정한 나눔과 돌봄이 실현됩니다.” 또한 고창군장애인복지협의회 회장으로서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문화·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며, 인권 신장 활동을 통해 고창의 사회통합을 이끌고 있다. 그의 노력은 ‘함께 사는 고창’이라는 가치로 구체화되고 있다. 사진작가로서의 행보 또한 꾸준하다. 그는 수십 년 동안 고창의 사계절과 사람들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의 사진에는 언제나 사람 냄새와 공동체의 이야기가 배어 있다. “사진은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는 예술입니다. 고창의 오늘과 내일을 기록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위원장은 늘 “고창의 행복은 사람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사회복지, 예술, 세계유산 보존까지 세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온 그의 행보는 고창을 따뜻하고 풍요로운 공동체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는 이번 세계유산축전을 통해 고창의 가치와 이야기가 세계인과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역의 행복은 사람에서 시작됩니다. 고창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길을 끝까지 걸어가고 싶습니다.” ‘2025 세계유산축전’은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다. 고창이라는 공간이 품은 시간과 사람, 그리고 공동체의 이야기를 세계와 나누는 축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진작가이자 공동체 리더인 박현규 위원장이 있다. 그의 발자취는 이번 축전의 주제처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든든한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 사람들
  • 박현표
  • 2025.10.15 18:29

[줌] "독자에게 반가운 인사로 남고 싶다"⋯제13회 중산문학상 수상자 김병호 시인

제13회 중산이운룡문학상 수상자로 김병호(54·광주) 시인이 선정됐다. 시인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이라 기쁨이 더 크다”며 “작은 이름으로 시를 쓰고 공부하는 저를 중산이운룡문학상이라는 큰 자리에 불러주셔서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중산이운룡문학상은 한국 현대시의 깊은 서정과 사유를 탐구했던 고(故) 이운룡 박사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김 시인은 “대학원 시절, 이운룡 선생님의 시를 공부하면서 서정의 밀도와 사유의 깊이를 배웠다”며 “이번 수상은 시의 순정과 시인의 자세를 다시 곧추세우는 계기”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시인은 시와 평론 두 영역을 넘나드는 보기 드문 필자다. 그는 “시를 해명하고 분석하는 일은 쓰는 일보다 훨씬 고된 작업”이라며 “남의 시를 밑줄 그어 읽다 보면 창작에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시를 쓰는 일과 시를 읽는 일, 창작과 비평이 서로를 비추며 견고한 내면의 문학 세계를 구축해온 셈이다. 그가 시를 통해 탐구해온 것은 ‘삶을 향한 다독임’이다. 김 시인은 “시를 대하는 태도는 결국 다독이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며 “전봇대에 묶인 리어카 그늘에 숨은 길냥이든, 마음의 그늘이든, 함께 해주는 것이 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시는 고단한 삶의 편에 서 있으며, “사방이 어두워 방향을 잃었을 때 삶과 사람을 바라봐주는 존재”라는 그의 말에는 시인이 오랜 시간 시와 함께 걸어온 내면의 길이 배어 있다. 심사평에서는 김 시인을 두고 ‘젊은 세대 문학의 방향성을 제시한 시인’이라 평가했다. 이에 대해 그는 “요즘 젊은 시인들의 작품은 르네상스 시대를 방불케 한다”며 “거리낌 없는 감각과 발랄한 호흡이 우리 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전 세대가 시에 목숨을 걸었다면, 지금 세대는 시를 통해 유쾌함과 가벼움을 전하려 한다”며 “그 자유로움이 독자에게는 탄산수 같은 시원함으로 다가간다”고 덧붙였다. 한국 문단의 흐름 속에서 시가 지녀야 할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그는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시가 깃발이 될 수는 없지만, 탄광의 카나리아처럼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흔들어 깨우는 존재여야 한다”며 “삶의 기척이자 방파제로서 인간의 처음과 마지막을 지켜내는 일이 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김 시인은 “시를 쓰고 공부하는 외롭고 고요한 일이 때로는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 때가 있지만, 이번 상이 그 길이 어긋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주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시 한 줄을 쓰는 일, 시 한 편을 읽으며 밑줄을 긋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 모든 과정이 삶과 사람에 조금 더 가까이 닿기를 바란다”고 다짐했다. 시인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1997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현재 협성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계간 <시로여는세상> 주간을 맡고 있다.

  • 사람들
  • 전현아
  • 2025.10.1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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