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선수에서 장애인 돌보미로 변신한 (사)전라북도장애인가족협회 고인식 회장
“변치 않고 매번 도움을 주시는 주변 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리며 삽니다” 서울 용산 소재 풍산복싱체육관 소속으로 권투 밴텀급 국가대표, 동양챔피언(2번)까지 지내고, 1996년 은퇴한 후 고향 봉동읍을 중심으로 장애인 돌봄과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고인식 (사)전라북도장애인가족협회 회장. 그는 “권투에 빠져 살 때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웃을 위해 나누고 배려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완주고를 거쳐 원광대를 졸업한 그는 동양 주니어밴텀급과 밴텀급 2개 체급을 제패한 프로복서로서 최고의 삶을 살았다. 세계타이틀전에서 상대 선수가 5회에 부상, 시합이 중단되는 바람에 다잡은 경기를 놓치는 안타까움도 겪었지만 권투는 그가 청춘을 바친 스포츠였다. 그런 고인식 회장이 권투와는 전혀 다른 분야인 사회복지사업에 관심을 갖고, 인생의 항로를 바꾸게 된 일대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2007년 4월21일 장애인의 날에 방영된 SBS 다큐멘터리 ‘희망의 TV 21’에 소개된 '외다리 복서 황원준'의 인간승리 스토리 제작에 황씨 복싱 지도자로 참여한 것. 고 회장은 “황씨는 축구선수로 뛰던 중 한 쪽 다리를 절단하는 사고를 당했다. 장애인이 된 황씨가 세계챔피언이 되겠다며 체육관을 찾아왔는데, 그가 프로선수 테스트에 참가해 첫 승을 하기까지 3개월 가량 지도했다”며 “황씨의 삶에서 깨달음을 얻은 그는 2009년에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해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1996년 권투선수 은퇴 조경사업도 하고, MK프로모션에서 프로모터(시합 주관 역할)로 활동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어느새 사회복지 분야에 가 있었다. 서울 용산장애인복지회장으로 활동하던 2015년 전국 조직인 신체장애인복지회 전북회장으로 임명돼 전주와 완주에서 터를 잡았고, 2020년에는 전북장애인가족협회를 창립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이제 고 회장은 스스로 장애인보호작업장을 운영하며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 2020년 생강골장애인보호작업장을 설립, 중증 장애인 11명을 고용해 봉동읍 관내 기업 ‘다미’가 제조한 과자를 담는 박스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향후 무말랭이, 배추시래기 등 농산품 가공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달 말에는 건강에 좋은 작두콩 씨앗을 심어 추가로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사)전북장애인가족협회도 완주지부, 군산지부, 장수지부를 설립하는 등 저변 확장에 나서고 있고, 2017년부터는 ‘희망의 끈 연결하기’ 지역인재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매년 지역에서 20~30명의 초중고생을 선발, 1인당 20~3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한다. 봉동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으로도 활동하는 고 회장은 “지인들의 후원이 절대적이다”며 “농업법인 한푸드(대표 조철호)의 경우 2015년부터 닭(절단육)을 나눔하고, 초복이면 삼계탕을 3000명 분 기부하고 있다. 또 전주의 이노탑치과에서는 취약계층의 임플란트, 보철 지원을 한다”며 다수의 후원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고 회장은 “장애인 맞춤형 일자리를 많이 발굴해 제공해야 한다”며 “국가, 지자체, 사회가 장애인보호작업장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장애인 복지에서 일자리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