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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중심-고순자

중심을 놓쳐버린 여자  

등나무 같은 손목이 허공을 여러 번 술렁이고 나서야 

젖가슴이 드러났다 

아가와 엄마가 이어지는 순간이  

의식을 치르듯 진지하다 

 

수저를 잡고 있는 여러 개의 눈과 마주쳤다 

조금 전 흔들리던 여자는 어디로 가고  

뿌리 깊은 나무처럼 의젓한 모습으로,

  

너의 앞에 놓여있는 밥그릇과  

내 아기가 물고 있는 젖이 무엇이 다르냐고  

반짝이는 눈으로 묻고 있다  

 

고요가 말을 삼켜버린 식당 안  

많은 입들은 대답을 놓쳐버렸다  

 

아가는, 여자가 놓쳐버린 중심에 있다 

            - 「중심」 전문

 

△  “여자”는 말 그대로 중인환시리(衆人環視裡)에 아이에게 젖을 물리기가 좀 당황스러웠을 것이고, 공공장소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될까 봐 당황했을 것이고, 성급한 누군가가 아이나 여자에게 한마디라도 보탤까 봐 술렁였을 것이다.

 아기에게 젖을 물린 순간부터 여자는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이어서 소리 없는 질문 하나가 식당을 가득 메운다. “너의 앞에 놓여있는 밥그릇과/내 아기가 물고 있는 젖이 무엇이 다르냐고”./김제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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