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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새 아침을 여는 시] 내 나이 분리수거 하다-박미혜

요즘 분리수거를 하다 보니 

쓰레기 배출 내용물이 별로 없다 

 

비닐봉지는 내 피부의 나이 

플라스틱은 딱딱한 내 자존심 

빈병은 속을 게워 낸 것마냥 

개운하다 

 

깡통은 내 머리의 회색 그늘 숲속 

연두 바람에 흔들리며 

빈 소리가 요란하다 

 

일생의 소중했던 삶의 편린들을 

대충 분리수거 하고 보니 

이제 남는 것은 황량한 벌판에서 

밀려오는 사나운 허무함 

그리고 외로움만 남을 뿐이다 

 

△ 분리해서 수거할 것들은 물건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사람의 마음이나 사고도 물건과 마찬가지로 소비재로 구분되기도 한다. 푸석해 보이는 “내 피부”와 “플라스틱”처럼 “딱딱”해서 유연성이라고는 없는 “내 자존심”도 때로는 과감하게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그러고나면 나는 “빈 병”처럼 “개운”할 것이다. “삶의 편린들”을 다 정리하고 나면 “허무함”과 “외로움”만 남을지라도 다시 차오르는 나는 “연두 바람”처럼 상긋할 것이다./김제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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