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끊임없이 진화합니다. 건축 역시 그 변화의 언어로 시대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올해 ‘전북특별자치도 건축문화상’ 학생 부문 대상을 수상한 전주대학교 건축학과 박인호 씨(24)의 말이다. 그는 건축의 언어를 ‘데이터’로 해석했다.
보이지 않는 정보의 흐름이 도시의 구조를 바꾸고, 사람들의 삶을 재편하는 현재, 그는 건축이 기술을 넘어 사회의 감각을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박 씨의 수상작 ‘DATA MATRIX’는 디지털 데이터와 건축의 관계를 탐구한 실험적 작품이다.
도시 속에서 쏟아지는 정보의 흐름을 시각화하며, 데이터 사회가 만들어낼 새로운 도시 풍경을 공간으로 풀어낸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 씨는 “늘어나는 데이터로 인해 도시의 풍경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며 “그 변화 속에서 건축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작품은 단순한 설계도를 넘어, 정보화 시대 사회 구조를 공간적으로 번역한 하나의 언어로 해석하고 있다. 도시의 단면을 데이터의 흐름으로 재구성해, 일과 놀이,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유연한 사회를 제시한다.
박 씨는 “일과 놀이가 분리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처럼, 작품은 기능적 건축을 넘어 일상의 감정을 담은 풍경으로 확장하고 있다.
건축이 기술의 표현이 아니라 사람의 감각을 회복시키는 예술임을 보여주는 이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단은 “데이터라는 추상적 개념을 건축적으로 구현하며, 디지털 시대의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남원 출신인 그는 운봉초·운봉중·남원고를 거쳐 전주대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어릴 적부터 도시의 풍경보다 작은 건물의 구조와 빛의 움직임에 더 끌렸다고 한다.
건축학도로서 그는 지금도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밤낮으로 고군분투하는 사람”이라며 “다양한 상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많이 보고 배우며 이를 기반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 씨는 건축은 ‘사람’이라 정의했다.
데이터가 주도하는 세상 속에서도 결국 공간을 채우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의 감정과 기억이 머무는 곳이 진짜 건축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는 늘 ‘사람이 중심에 있는 도시’가 전제되고 있다.
그는 “건축이 기술보다 감성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디지털 시대에도 사람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씨의 ‘DATA MATRIX’는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전북도청 로비에 전시된다.
데이터와 인간, 기술과 감성이 교차하는 새로운 도시의 풍경 속, 그의 상상이 어떤 형태의 건축으로 현실화될지 기대를 모은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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